어떤 회사에 등 돌리게 된 사연

구직자 = 고객입니다

by 김연큰

한 회사에서 겪은 두 번의 황당한 채용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혹시나 이 글을 어떤 회사의 인사/채용 조직에서 본다면 그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솔직히 나에게 이런 경험을 안겨준 그 회사에서 봤으면 하는 바람 또한 있다.


그 회사에 처음 지원한 건 3년 전쯤 될 것이다. 나는 그 회사 재직자가 말하는 업무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비록 업무 강도는 높지만, 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고(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회사도 많다), 업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 수년 전에 딱 한 곳에서 그런 경험을 한 적 있고, 그런 분위기의 회사가 그립던 차에 그런 회사가 또 있다니 반가웠다.


마침 내 경력과 맞는 공고가 난 걸 보고 지원했으나 안타깝게도 최종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만 해도 크게 아쉽거나 기분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정말 경험해보고 싶은 회사였지만, 그들 입장에선 내가 맞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하고 말았다. 나 역시 면접관을 몇 번 해보면서 깨닫게 된 점이 있는데 지원자가 아무리 유능해도 업무 특성 혹은 같이 일할 사람이 그 사람과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 불합격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인 구직은 운 혹은 타이밍이 중요한 요소'라는 말에 공감한다. 또한 '구직은 만차인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몇 달 후 내가 친구로 추가하지 않은, 낯선 이름으로 카톡 메시지가 온 것이다. 메시지 내용을 보니 그 회사의 채용팀 직원이었고, 내가 지원했던 것과 유사한 공고가 생겼다며 지원을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메시지를 보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부정적인 기분이 되었다. 내가 그 회사에 지원하면서 연락처를 넘기긴 했으나, 이렇게 카톡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이후 채용에 대한 연락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는데? 나는 업무에 카톡을 사용하는 회사도 소위 '극혐'하는 쪽이고, 카톡을 사적인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은 사람인지라 이런 식의 메시지를 받은 것이 몹시 불쾌했다. 해당 연락처를 차단하고 메시지도 지워버려서 증거는 없지만(지금 생각하니 캡처라도 해둘 걸 그랬다.) 한동안 그 회사를 지원할 생각이 사라졌다.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회사에 호기심이 돋았다. 시간이 지났으니 그 회사도 좀 달라졌을까 생각이 들었고 앞서 언급한 그 회사에 내가 끌린 이유를 다른 회사에서 찾지 못했다는 것도 영향이 있었다. 마침 다시 내가 지원할 만한 공고가 있어 지원했고, 이번에는 지원하면서 '인재풀 등록'에 동의도 했다. 인재풀 등록이란 내 이력에 맞는 일자리가 생기면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한다는 것인데, 설마 아직도 카톡으로 연락하지는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동의했다. (이전 지원 때는 인재풀 등록 동의 절차가 없었고 그래서 카톡 메시지에 화가 났던 것이다.)


지원 결과는 또다시 최종 면접에서 탈락이었다. 최종에서 두 번이나 탈락하는 거 보니 그냥 이 회사랑 연이 없나 보다-하고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금요일 오후, 그 회사 채용팀이 보낸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요약하자면 문자에 있는 링크를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면 서류 전형을 통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주말 내내 고민했다. 지원할 것인가 말 것인가. 또 면접에서 탈락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기회를 준다는데 이럴 때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해보지도 않으면 후회하지 않을까.


긴 고민 끝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그 공고에 나온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 주중 이틀간 이력서를 수정했다. 그리고 제출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연락이 없었고, 일주일 후 받은 메일에는 서류 탈락이 적혀있었다.


너무도 황당했다. 나는 내 시간과 내 머리와 노트북 전력을 쓰며 당신들 요구사항에 맞춰서 이력서도 다시 썼는데, 서류 통과 기회를 준다더니 서류 탈락이라고?


그곳에서 보낸 문자를 다시 곱씹어 읽어보았다. 혹시 내가 늦게 접수했나? 하지만 접수 마감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서류 통과 전제 조건이 있었나? 링크를 통해 이력서를 제출하라는 언급뿐이었다. 내가 링크를 잘못 클릭했나? 그렇지 않았다.


이는 사유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채용팀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해당 문자의 캡처 이미지를 첨부하고, 내가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 서류 접수에 마감일이 별도로 있었던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문의가 접수되었다'는 시스템상 자동 회신 외의 어떤 회신도 받지 못했다.


현업에서 내 서류를 보고 이 사람은 우리가 찾는 요건과 거리가 있어 면접도 어렵다고 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채용팀에서 먼저 "서류 전형 면제 기회를 준다"라고 했으면 그 발언에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책임이란 무조건 면접을 보게 해 달라는 게 아니다. 발언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되었으면 최소한의 사과는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해명도 없이 묵묵부답인 것을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으며, 다시는 그 회사에 지원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제품 또한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내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지인들도 그 회사의 제품을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다.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들었고, 대체재 또한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 회사는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꽤 많은 고객을 잃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이 글은 <잔기술>이라는 에세이 쓰기 소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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