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는 필수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직장을 그만두면서 가장 걱정한 것은 생활비가 아니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년은 버틸 수 있는 금액을 마련해 뒀기에 굳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이런 태도는 '위기가 임박하면 그때 고민한다'는 내 성격 영향도 있다.
오히려 당장 머리를 복잡하게 한 존재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었다. 이것들이야말로 임박한 고민거리였다. 내가 퇴직했음을 공단에서 인지하면 바로 알림이 올 녀석들이기에. 내 경우 이 둘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이번 글 및 다음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번 글은 건강보험이 주 내용이다.
나는 운 좋게도 기댈 구석이 있다. 피부양자 자격을 갖출 경우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피부양자 자격을 갖추려면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내 경우 재산세를 내는 것이 없어 재산요건은 만족하지만 소득요건이 문제였다. 연소득 2천만 원이 넘어가면 피부양자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데, 나는 반년치의 급여를 받고 나온 상황이라 연소득 2천만 원을 넘는 것이 확정적이었다.
* 참고 1: 피부양자 취득 가능여부 확인(국민건강보험)
https://www.nhis.or.kr/nhis/policy/wbhada07500m01.do
건강보험은 직장이 없더라도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 금액이 어떻게 산정될 것인가, 나는 매달 얼마를 내야 할 것인가가 고민됐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싶어 알아보니 '임의계속가입'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 참고 2: 임의계속가입자 가입 안내(국민건강보험)
https://www.nhis.or.kr/nhis/minwon/wbhapa01000m01.do?mode=view&articleNo=10946871
이는 실업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임의계속가입자 보험료가 지역보험료 보다 적은 경우 임의계속보험료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직장가입자로 1년 이상 자격을 유지한 경우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최대 36개월 동안 임의계속보험료로 낼 수 있고, 지역가입자가 된 이후 최초로 고지받은 지역보험료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이전에 신청해야 한단다.
이에 차라리 빨리 지역보험료 고지를 달라는 심정이 되었다.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일 때 더 조바심이 나고 불안이 심해지지 않던가. 물론 행정 처리 등이 필요할 테니 퇴사 당월은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말일 무렵부터 매일 점심 무렵 건강보험공단 앱에 들어가서 내 상태를 조회하는 게 일과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 뜰 때도 됐는데...' 하면서 말이다.
어느덧 퇴직하고 한 달이 조금 넘은 8월 첫 주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있어 정작 일과를 잊고 있다가 7일에서야 '아, 맞다! 건강보험!' 하면서 앱에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지역가입자 알림이 와있을 줄 알았는데 피부양자 등록이 되어 있었다. 이력 조회를 해보니 퇴직일인 7월 2일 자로 회사에서는 상실이 되었고, 피부양자 취득이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당장의 건보료는 해결됐다.
하지만 난 연소득을 볼 때 피부양자 자격이 없는 게 확실해서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건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이러다 나중에 피부양자 자격이 없는 게 밝혀지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거 아닐까?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자진신고하는 게 나은 거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문의를 넣었다. 이미 올해 소득이 2천만 원이 넘었으니 지역가입자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닌지,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할 수 있는지, 계속 소득이 없을 경우 언제 피부양자 자격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을 정리하여 문의했다.
그날 오후 늦게 답변이 도착했다. 핵심 내용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시점에는 공단에서 나의 정확한 소득을 알 수 없기에 피부양자로 등록됨
현재도 원하면 지역가입자로 변경할 수 있으나 최저 소득 기준으로 산출됨
공단에서 소득요건을 알 수 있는 시기는 매년 11월
2025년 11월에 공단에서 소득요건에 의해 피부양자 상실 처리를 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것
자세한 내용은 11월에 지역가입자 전환된 후 다시 문의 바람
아, 역시 문의하길 잘했다. 이제 불안과 불확실성은 해소되었다. 임의계속가입을 할지 지역가입자가 될지, 매달 건보료는 얼마나 나갈 것인지 등은 11월에야 결론이 날 것이다. 고로 그때 연락이 오면 지역가입과 임의가입 중 어느 쪽이 더 좋을지 문의하고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일단은 피부양자 자격을 즐기기로!
건강보험 후일담(26년 1월 기준)
25년 11월에 소득 요건이 확인된 이후 지역가입자 전환 시 다시 연락이 올 거라고 들었는데, 12월까지도 아무 연락이 없다. 건강보험 앱에 들어가 봐도 별다른 변동이 없어 대기 중이다.
한편 전 회사에서 1월 5일에 2025년도 원천징수영수증을 전달해 준 덕분에 정확한 2025년 연소득을 알게 됐다. 이에 갑자기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더라도 돈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앱을 통해 예상 보험료를 계산했다. 계산 방법은 아래 스크린샷을 참고 바란다.
국민연금의 경우 제도적으로는 필수이나 납부를 하지 않거나 납부금을 줄일 방법이 있다.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 될 때를 대비하여 몇 가지 제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없는 개인의 납부예외 신청(링크)이나 실업크레딧 제도(링크) 등이 해당된다. 또한 나이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의무 가입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 참고 3: 관련기사 - 가게 문 닫았는데 국민연금 보험료 내야 하나요?(한국경제신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101863i
* 참고 4: 국민연금 가입유형(국민연금공단) - 의무 가입 제외 대상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수급자의 소득 없는 배우자, 퇴직연금 등 수급권자나 그의 소득 없는 배우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중 생계급여, 의료급여 또는 보장시설 수급자 및 보험료를 납부한 사실이 없고 소득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27세 미만인 자"
https://www.nps.or.kr/pnsinfo/ntpsklg/getOHAF0005M0.do
그럼 안내도 될 텐데 왜 고민하는가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욕심 때문이었다. 국민연금에 최소 10년 이상 가입하여 납부한 경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미 10년 넘게 국민연금을 납부하여 연금을 받을 자격을 충족했다. 그렇다면 기왕 받을 연금, 더 많이 받으면 좋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예전에 최소 금액(월 9만 원)으로라도 오래 납입하여 가입기간을 길게 하는 것이 수령액에 더 이득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계속 납입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 참고 5: 관련기사 - 국민연금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면 가입기간부터 늘리자(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42409130003692
실제로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예상연금 간단계산(링크)을 활용하여 계산해 보니 같은 총액이어도 길게 낼 때 더 유리한 걸 알 수 있었다. 총액 3240만 원이 있다고 할 때 9만 원씩 360개월 동안 납부하는 것이 27만 원씩 120개월 동안 납부하는 것보다 연금 지급예상액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연금을 더 받는 건 좋지만 월 9만 원을 내가 계속 낼 수 있는가? 지금 당장은 낼 수 있지만 만약에 내가 소득이 없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현실적으로 언제까지 낼 수 있는가?
이렇게 고민하다 우선 추납보험료를 낼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추납보험료란 납부예외 등의 상황에서 내지 않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뜻하는 것인데, 직장인의 경우 이직하다가 이런 기간이 생기기도 한다. 예전에 국민연금 추납이라는 게 있다는 얘길 듣고 재미 삼아(?) 조회해 본 적 있는데 나 역시 이직 도중 몇 개월 빈 기간이 추납대상기간으로 나왔었다. 이 사실이 문득 생각나 이것부터 처리하여 가입기간을 늘리고 임의가입을 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 참고 6: 연금보험료의 추후납부(추납)(국민연금공단)
"추납을 신청하는 현재시점의 연금보험료로 추납 신청대상 기간에 대해 납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로 추납대상기간(단, 최대 10년 미만 한도)의 범위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추납 납부 개월수만큼 가입기간으로 추가로 인정하는 제도로 강제사항이 아닙니다."
https://www.nps.or.kr/pnsinfo/ntpsklg/getOHAF0047M0.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