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의 존엄성은 유지될 수 있는가?

일곱 번째 책,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by 김연큰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의 인생이라지만 요즘 인류의 앞날은 도무지 예측이 안됩니다. AI의 등장 및 발전은 예측의 탁도를 더욱 높인 느낌입니다.


제 경우는 IT 업계의 채용과 업무 방식에 대해서는 예측한 적 있습니다. 제 브런치에 올린 적 있는 <회사를 그만둔 진짜 이유>에서 그 예측을 드러냈었는데요, 여기에 해당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IT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전보다 많은 일을 하게 됐다. 이는 일에 들이는 시간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예전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사무실에 있을 때 기준으로 50 정도였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IT 발전으로 한 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게 되고(정확히는 그런 처리를 요구하고) 일과 삶의 분리가 희미해지면서(퇴근 후에도 전화를 받을 수 있고 폰을 통해서 업무를 할 수 있다) 지금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100 정도가 되었다(실질적인 근로의 양과 시간 증가).

이에 더해 AI 발전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늘릴 수도 있고 심지어 난이도도 높일 수 있다. 앞으로는 AI로 대체하는 일이 생기면서 단순 업무가 줄어들 것이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단순 업무와 인지 능력이 필요한 고차원 업무를 같이 했다면 앞으로는 고차원 업무만 남을 것이다. 그럼 한 사람이 하는 일의 난이도가 높아지기는 했으나 양이 줄어드냐? 하면 그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단순 업무를 했던 리소스에 고차원 업무를 추가로 부여할 거라고 본다. 즉 개인이 하는 업무에 쉬운 일(머리를 좀 덜 써도 되는 일)은 줄어들고 어려운 일(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개선을 하는 등의 일)의 비중이 급증할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질 좋은 휴식이 필요하거나 정신과 진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그렇게 어려운 업무를 한 사람이 여러 개 하다 보니 -어려운 업무의 수가 그대로라는 가정 하에- 필요한 인력도 줄어들 것이다. 내 생각에 개개인 입장에서는 업무 난이도가 올라가서 곡소리 나겠지만 위에선 팔짱 끼고 있을 거다. 단순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업무 양이 줄어들었으니 사람 줄여도 되잖아? 하면서 예전에 10명 뽑던 걸 3~4명 정도 뽑지 않을까 하는 어두운 전망을 해본다.


최근 업계 지인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제 예상이 크게 틀리진 않은 듯합니다. 단순하고 쉬운 일을 할 인턴이나 신입 채용이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I를 활용한 업무는 원하는 결과물을 내게 하는 프롬프트 능력과 결과 검증 능력이 중요하기에 업무 경험이 많을수록 잘 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10년 차 이상의 시니어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제 지인들은 대부분 시니어 축에 들어가서 소위 말하는 '정리될' 가능성은 낮지만 스스로 버티는 부분에 있어 한계를 자주 느낀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인당 업무량과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업무의 밀도가 촘촘하고 빽빽해진 바람에 머리가 쉴 틈이 없어 정신적 피로도가 이전보다 매우 높다고 하더군요.


이 책, <멋진 신세계> 속 사람들은 정신적 피로도가 높지 않습니다. 업무적으로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소마'라는 마약과 '촉감 놀이'라는 유흥을 통해 바로 날려버리죠. 만약 AI가 고도로 발달한 후의 모습이 <멋진 신세계>에 나온 사회와 비슷해진다면 어떨까요? 인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책 전반의 감상을 다루지 않습니다. 책을 읽다 든 생각 중 '제 인생 및 가치관에 영향을 준 생각'을 위주로 다룹니다.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저의 감상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kim-lotus-root.tistory.com/99




우리는 그 세계로 가고 있다


저에게 <멋진 신세계>를 한 줄 요약해 보라 요청한다면 '정보의 통제로 사유가 없어진 디스토피아'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소설 속 세계는 인간성, 주체성, 자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젊음, 정상성, 소비, 성적쾌락, 타인과의 시간을 추구하죠. 반대로 노화, 장애, 절약, 금욕, 혼자 있는 시간을 경멸합니다. 이러한 가치에 대해 신세계 속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어려서부터 철저히 계획된 약물 혹은 교육으로 주입받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나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자아의식이 강하면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냥 생각 없이,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정상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인 이상 괴로운 순간이 없지는 않겠으나 그럴 땐 '소마'라는 마약을 복용하면 그만입니다. 또, 삶이 지루하거나 심심하거나 단조롭다 느껴질 땐 '촉감영화'를 보거나 어떤 이성과 성적 쾌락을 추구하면 그만입니다(이 소설 속의 사람들에게 '나'는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의 소유'로 인식합니다). 그런 삶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사람들에게는 그 세계가 정말로 '멋진' 신세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에 동조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끔찍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 수 있나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소설 속에서는 야만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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