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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이너 Sep 08. 2019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환상

미니멀리스트가 바라 본 행복과 돈의 은밀한 관계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한번쯤 일확천금을 꿈꾸며 복권을 사보기도 하고, 주위에 아는 사람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대박을 쳤다고 하면 식사 때 뭔가 잘못 먹은 것 마냥 배가 아파지는 게 우리들이다. 내가 로펌에서 수행하는 사건들도 대부분 서로 더 많은 돈을 차지하기 위해 분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가족, 친척들 사이에서도 돈 때문에 분쟁이 벌어진다. 이처럼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부자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장래희망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 막상 그 장래희망을 실현한 사람들은 극히 소수라는 게 아이러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누구나 될 수는 없는.


이렇게 말하는 김마이너도 물론 어디서 돈을 뿌린다고 하면 냉큼 누구보다 빨리 달려갈 인간이지만,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꼭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어야 하나..?  


행복해 지려면 꼭 부자가 되어야 할까?


부자가 되면 행복해 질거라는 말은 혹시 대학교에 가면 자동으로 여자친구가 생긴다는 말처럼 그럴 듯 하지만 실은 허황된 공수표가 아닐까. 모두가 부자를 향해 달려가기 전에 김마이너와 함께 한번 행복과 돈의 은밀한 관계에 대해 따져보도록 하자.






1. 부자가 되면 행복해질까?


부자가 되면 행복해질까 란 질문에 대해서는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좀 식상하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중요한 연구가 하나 있다. 바로 대니얼 카네만과 앵거스 디턴의 연구이다. 연구진은 미국 전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45만명을 대상으로 소득과 행복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연구 결과,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삶에 대한 객관적인 만족도나 평가(evaluation of life)는 그에 비례하여 높아지지만, 주관적인 행복감(emotional well-being)은 어느 수준이 되면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변곡점은 대략 연봉 75,000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8,500만원)이었다(개인적으로 연봉과 같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총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게 좀더 정확하다고 보지만 무튼).


Ladder(삶의 만족도)는 Annual income에 따라 계속 상승하지만 Positive affect, Not blue, Stress free 는 추세가 확연히 꺾인다.


위 연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돈을 더 많이 벌어도 제3자적 시각에서 자신의 삶을 평가할 때나 그 돈으로 좀더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할 때 만족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삶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돈에 단순히 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돈 이외에 인간관계나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제 해석이 맘에 안 든다면 https://www.pnas.org/content/107/38/16489에서 원논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위 논문을 알기 쉽게 소개해놓은 기사는 여기에서 https://news.joins.com/article/18878679).


그런데 이런 연구 결과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좋게 말하면 '적응의 동물'이고 뭐하게 말하면 뭐든지 빨리 질려버리는 '변덕쟁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계속 증가하는 환경의 자극에 동일한 만큼 그 정보를 계속 처리해야 한다면 우리의 감각세포는 폭발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너무나 예민해져서 정상생활이 불가할 것이다. 예컨대 목욕탕 온탕을 생각해보라. 처음에는 너무 뜨거워서 여기 어떻게 몸을 담그고 있지 하다가도 막상 들어가서 있으면 "아 좋다~~"를 남발하며 스스로를 뜨거운 물에 익히고 있지 않은가?


이를 좀 심리학적으로 유식하게 말하면,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 자극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자극을 받아야 된다는, 정신물리학의 '베버-페히너의 법칙'이 된다. 그래서 인간이 느끼는 감각이란 물리적 자극에 따라 로그함수 모양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감각적 요소보다는 인지적 요소가 개입하는 삶의 만족도 평가는 그렇다 치고 기본적으로 감각에 해당하는 행복감 또한 이런 적응의 메커니즘이 적용하게 되는 것 같다.  


X축은 자극, Y축은 감각의 정도이다. 위 논문의 그래프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처럼 연봉이나 물질적인 것들이 우리의 행복에 그렇게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행복의 다른 요소들에 대해 무지할 뿐더러 인간관계나 여가 등 요소들은 질적인 요소로서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약간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숫자로 바로 평가될 수 있는 '돈'이라는 요소에 집착하게 된 것일수도 있다. '돈 = 행복'이라고 믿게 된다면 다른 복잡한 요소들은 신경쓰지 않은 채 돈만 많이 버는 데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는 미래에 어떤 조건이 충족된다면 행복해 질거라 기대하지만,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위 연구의 대니얼 카네만도 그렇고 대니얼들이 행복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에 따르면 그런 기대는 고이 접어두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의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원제 : Stumbling on Happiness)>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내가 어떻게 변하게 되는 등 어떤 바라는 조건이 이루어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상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의 이런 예측은 '현재의 자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놀라울 정도로 틀리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할 때 범하는 이런 오류는 마치 착시현상과 같이 인간의 본능적인 기제로서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실수를 범하게 된다고 한다(닝겐은 실수를 반복한다... 암 그렇고 말고).


위 책의 표지. 엎질러진 체리가 인상 깊다... 마치 엎질러진 행복에 대한 기대처럼.


대니얼 길버트의 위트 있는 표현에 의하면, '현재의 우리'는 '미래의 우리'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수많은 시간을 희생하며 준비하지만, 우리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마련해 준 것들이 '미래의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미래의 우리'는 '현재의 우리'를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지도 모르겠다.  


돈이란 것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지금은 행복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행복해 질거라 생각하지만, 슬프게도 이런 예측이 꼭 맞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형편 없는 예측 능력 때문에 행복해지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들 부자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






전설의 코미디언 짐 캐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모든 분들께서 부자가 되시고 유명해 지셔서 꿈꾸셨던 모든 걸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시게 될 거니까요. 아 이게 정답은 아니구나... 라고 말이죠(I think everybody should get rich and famous and do everything they ever dreamed of, so they can see that it's not the answer.)." 


https://www.youtube.com/watch?v=-GmMO7u82rA


이런 말을 들어도 '짐 캐리처럼 저런 멋진 말을 할 수 있게 부자가 돼야지'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웃음), 짐 캐리처럼 꼭 부자가 되어보지 못하더라도 행복하려면 부자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내려 놓고 행복의 다른 요소들을 탐구하는 것이 '현재의 자기'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기'도 웃게 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사진 출처>

- 커버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JSIkdWxotKw

- 그래프 1 : Daniel Kahneman and Angus Deaton의 논문,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 그래프 2 : http://www.appstate.edu/~steelekm/classes/psy3215/Measure/FechnersLaw.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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