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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이너 Oct 05. 2019

신인류 회사인간, 호모 '회사'피엔스의 탄생

전국의 고군분투 하고 있는 회사원들을 위한 인간답게 회사생활 하는 팁

얼마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회사에 다니다 허리가 아파 병원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의 진단을 받고 시력도 0.5 이상 낮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쉬어야 할 것 같아 회사에 오래 다니기 힘들겠다고 했다. 회사에 헌신적으로 일했던 친구라 마음이 더 안 좋았다.

사실 김마이너도 회사생활을 하고 나서부터 눈은 토끼눈처럼 항상 충혈된 상태로 안구건조증상에 시달리고 있고 퇴근 후에는 집에 와서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만성피로에 걸려있다.

이렇게 건강했던 우리들의 몸은 퇴화해 가고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는 호모 '회사'피엔스의 몸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 다니는 현대 회사원들의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은 애초에 회사생활에 적합하도록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즉 원시인들은 초원을 뛰어다니며 매머드 사냥을 하거나 숲을 거닐면서 나무에달린 열매를 채집하고 다녔다. 그것이 원시인들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하는 말하자면 '업무' 같은 것이었다. 운이 좋아 그날 먹을 음식을 충분히 얻었으면 그 시간부로 조기퇴근해도 상관 없다. 진짜 대박 운이 좋아 매머드 한 마리라도 잡게 된다면 마을 전체가 한달 동안 휴직 상태로 들어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원시인들에게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밖에 돌아다니다 맹수에게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아예 인생에서 조기퇴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업무시간 중 산재처리도 되지 않으니...

 

원시인들의 일상과 사뭇 다르게, 현대 호모 '회사'피엔스들은 아침에 사각형 건물로 출근해서 업무시간에는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모니터상의 정체 모를 활자와 숫자들과 씨름한 후 저녁이 돼서 집으로 퇴근한다. 즉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회사에 감옥처럼 갇혀있단 말이다. 때문에 햇빛을 잘 쐬지 못해 햇빛을 쐬면 몸에서 자연스럽게 합성되는 비타민D를 위해 따로 약을 먹어야 한다.


우리 회사원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각형 건물 안에 사각형 의자에만 앉아있기 때문에 넓은 초원을 뛰어다니도록 진화한 우리의 몸둥아리는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등 고장이 나게 된다.

눈은 또 어떤가. 멀리 초원과 하늘을 바라보던 눈이 30cm도 채 되지 않는 코앞 사각형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눈의 수정체에 붙어있는 근육이 수축 또는 이완함으로써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서 원근을 볼 수 있는 것인데 계속 가까운 곳만 보다보니 수정체 근육은 그야말로 생물학적으로 '퇴화'하게 생겼다.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은 원시인들의 것과 많이 달라졌다.


퇴근 후에도 생활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각형 회사의 사각형 의자에 갇혀 있다 퇴근 후 해방된 다음에도 우리의 생활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다시 사각형 건물로 들어가 운동을 한다. 대부분은 운동을 즐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쳇바퀴 같은 생활을 계속 영위하려면 그걸 감당할 만한 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즉 버티기 위한 운동이란 말이다. 원시인들은 이미 낮에 사냥과 채집을 하면서 자연스레 몸을 사용했기 때문에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현대 회사원들은 저녁이 돼서야 억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러닝머신이라는 기계 위에서 제자리 걸음을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쳇바퀴 도는 우리네 인생을 보는 것 같다. 그것도 요즘에는 모두들 기계 위에 조그맣게 달린 티비 화면만 쳐다보면서 걷는다... 마치 좀비처럼.


운동이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 대부분은 바로 집으로 향한다. 정확히 말하면 집에 있는 침대로 향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리고 누워서 다시 사각형 스마트폰을 들고 쓸데없는 기사를 읽거나 쓸데없는 영상을 보거나 친구들과 시덥지 않은 연락을 하다가 잠에 든다.


어쩌면 우리 회사원들의 삶은 사각형에서 시작해서 사각형으로 끝난다는 게 내 소감이다. 사각형 건물로 출근해서 사각형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퇴근해서 사각형 침대에 누워 사각형 스마트폰을 보다 잠이 드는 것이다. 갤럭시 엣지는 이런 사각형 인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사각형 스마트폰에 굴곡을 넣은 것은 아닐까.


잠이 들기 전 내 모습과도 같다...


만약 원시인들이 타임머신이라도 타거나 아니면 영화 <원시 틴에이저>처럼 냉동인간에서 풀려나 현대로 와서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원시인들은 수천년, 수만년 후 현대에는 인간의 삶이 엄청 나아졌을 거라고 기대했을텐데 우리네 모습을 보고는 결국 문명이 그 정도밖에 안 되었나 라고 생각할 수도. 현대인의 일원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우리 문명인들의 삶이 원시인들의 삶보다 더 나아진 것이란 말인가?




현대 회사원들을 위한 인간다운 회사생활 팁

      

그래서 어떡하라는 것인가? 이제 와서 원시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도 없는데. 김마이너도 위에서 말한 회사원들의 사각형 인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일개 회사원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나마 인간다운 회사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하에서 그 소소한 팁을 공개한다.


1.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거르지 않는다.

바쁘다고 끼니를 거르거나 간단히 빵 같은 걸로 때우는 회사원들이 많다. 밥을 먹는다고 십분, 이십분 차이인데 크게 퇴근시간이 달라질 만큼 대세에 지장없다. 사람들과 같이 먹으면 얘기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면 혼자 먹어도 된다. 그러니 끼니는 거르지 말자. 일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임을 명심하자.  


2. 밥먹은 후나 업무시간 중간에 잠시 회사를 나와 햇볕을 쐬면서 산책을 한다.

밥먹은 후에 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안 된다면 업무시간 중간에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회사를 나와 산책을 하길 추천한다. 되도록이면 햇볕을 쐬면서. 햇볕을 쐬면 비타민D도 합성될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햇볕을 쐬야 한다. 그렇게 진화되었으므로. 내가 이렇게 말하니 모 회사동료는 비타민D 약을 먹으면 되지 자외선도 강한데 왜 햇빛을 쐬냐고 하던데... 말을 말자. 그렇다면 계속 골방에 사는 수밖에.  


3. 업무시간 중간중간 뇌에 휴식을 준다.

우리 뇌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일할 수 없다. 아니 기계조차 기름칠도 해주고 열을 식혀줘야 한다. 기계든 우리의 뇌든 계속 달린다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일에 쫒기고 마음이 급하더라도 중간중간 뇌를 쉬어줘야 한다. 대개는 쉬는 시간에 네이버 포탈에서 쓸데없는 뉴스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대지만 그런 것은 사실 진정으로 쉬는 것이 아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정보의 종류만 달라졌을 뿐 정보가 계속 들어오는 건 똑같다. 자신만 쉬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게 우리의 뇌에도 휴식시간을 주자. 잠시 낮잠(너무 길게가 아니라 한 10~20분간의 낮잠을 자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을 취하거나 그냥 눈을 감고 차라리 멍을 때리자. 명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뇌를 휴식케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4. 퇴근 후에는 몸 이곳저곳을 풀어준다.

자유롭게 움직여야 할 몸둥아리가 업무시간 내내 좁은 곳에 갇혀있었으니 이곳저곳 삐그덕대는 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니 퇴근 후에는 몸 이곳저곳을 풀어줘야 한다. 가벼운 산책이나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스트레칭 동작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나도 가끔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긴 하지만 근육을 키우기 위한 것이지 몸의 피로를 풀어주지는 않는다. 아 요즘에는 퇴근하고 밤에 자전거를 타는데 그런 것도 좋은 것 같다. 무튼 사무실에만 갇혀있던 몸을 자유로이 해방시켜 움직여 주도록 하자.  


5. 퇴근 후에는 되도록 전자기기와 멀리 한다.

이 부분은 나도 잘 지키기 어려운 점이긴 하다. 지금도 퇴근 후에 노트북을 열고 이 글을 쓱 있으니 말이다. 회사에서도 계속 컴퓨터를 했는데 퇴근 후에도 컴퓨터를 하거나 티비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면 하루 종일 사각형 모니터만 보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눈은 하루종일 혹사당하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은 컴퓨터 모니터보다 눈에 더 가까워서 더 안 좋다. 그러니 퇴근 후에는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밖에 나가 되도록 멀리 있는 사물이나 하늘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수정체 근육이 퇴화하지 않게 사용하도록 하자.


이상 생각해보면 뻔하지만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점들이다. 전국의 고군분투 하고 있는 회사원들, 같은 족속의 호모 '회사'피엔스들을 응원하면서 힘든 회사생활 속에서도 그나마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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