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라이프> 프롤로그 : 그래서 너의 라이프스타일은 뭐니?
<마이너 라이프> 프롤로그
정말 남부럽지 않은 삶이다. 내 인생의 현재상태표를 보노라면.
대형로펌 3년차 변호사에 월급은 억대연봉. 서울 강남의 삐까번쩍한 건물에서 일하고 있고 사는 곳도 그 근처이다. 부모님도 무척 자랑스러워 하시고 친구들의 부러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점점 연차도 높아지고 연봉도 높아지고 상류층에 편입될 수 있겠지. 이대로만 간다면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하나 같이 부와 명예, 성공을 쫒아가는 거라면, 그런 인생이 다수 쥬류의 메이저한 인생이라면, 내 인생도 메이저 인생의 선두쯤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나는 왜 공허한 것일까. 일하고 방에 돌아오면 쓰러져 잠들고 다시 일하러 출근하는, 계속 반복되는 삶. 어떤 동료들은 과소비로 이런 반복되는 삶의 권태를 달랬지만 나는 물욕도 별로 없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버는 돈의 10%도 채 쓰지 않았다. 선배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란 생각보다는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대로 계속 반복되는 삶을 성실히 버텨낸다면 상류층 끄트머리쯤에 진입할 수 있겠지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10년 뒤, 20년 뒤 그런 내 모습을 바라지도 상상이 되지도 않았다. 지금의 꽉 조여진 내 삶은 마치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것 마냥 불편하고 버거웠다.
이런 생각이 계속될 때쯤 우연히 중학교 때 많이 들었었던 노래 하나가 생각났다.
난 내 스타일로 말하지 난 내 스타일로 웃지
난 내 스타일로 먹고 또 내 스타일로 걷지
운전할때도 전화할때도 누워잘때도 tv볼때도
다 내 스타일로하지 난 영어도 내 스타일로 하지
난 일어도 내 스타일로 하지
난 한국말도 랩처럼 내 스타일로 하지
난 빌어먹을 노래도 내 스타일로 하지
나 옷 입을 때도 신경 안쓴듯 해도 꼭 내 스타일로 입지
난 담배피는 모습도 딱 내 스타일이지
이런 생각하는 것도 보면 내 스타일이지
이런 비트는 딱 내 스타일이지
이런 멜로디 또한 내 스타일이지
이런 리듬이 그냥 내 스타일이고
이런 내용도 그냥 내 스타일이지
이런 노래가 바로 내 스타일이지
이런 랩 스타일은 바로 내 스타일이고
이런 flow가 바로 내 스타일이고
내가 blow할 너의 맘에 한방의 미사일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건 my style
상관없어 be cause it's my style
그 누가 뭐라해도 나의 길을 가는것
세상속에 내가 존재 하는 이유
너무도 유일한 나를 지켜가겠어
- 조PD, <My Style> -
위 노래 가사 처럼 어릴 때부터 나에게도 내 스타일이 있었다. 책이나 영화, 음악 모두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나만의 독특한 취향이 있었고 복잡한 세상의 현실논리 보다는 인생의 본질에 대한 철학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세속에서 벗어나 우유자적하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래서 부와 명예보다는 자유가 나에게는 더 중요한 가치였고 틀에 박힌 삶을 사는 것보다는 내 욕망이 이끄는 대로, 내 방식대로 내 삶을 운영하고 싶었다. 내 껍데기는 다수 주류가 원하는 '메이저'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그 안에 있는 진정한 나는 그런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말하자면 뼛속까지 '마이너'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세상의 다수 주류와 조금 다른 마이너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전에는 부모님, 친구들, 직장 동료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내 생각이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철이 없거나 발칙하거나 뜬구름 잡는 생각으로 들릴까봐 말수를 아끼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메이저인 척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 안에 있는 마이너한 성향과 생각을 인정하고 아니 그것을 인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형로펌에서의 격무를 마치고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와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부모님, 친구들, 직장 동료들 등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든 생각들을 순간 순간 메모하고 그런 생각을 밤마다 토해내듯 글로 옮겨냈다. 그 순간에는 자신있게 펼치지 못한 내 생각들이 글로 당당하게 표현되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래서 매일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나서 힘든 몸으로 글을 쓰는 게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하나하나 쓴 글들이 컴퓨터 폴더에 꽤 쌓이게 되었다.
나아가 혼자 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 글들을 밖의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었다. 현실 세상에서 내 주위 사람들에게는 내 생각들이 철없고 발칙한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 사람들도 이 세상에서 메이저인 척 위장하고 다니느라 현실 세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그럼 인터넷상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글을 올리면 세상에 숨어있는 마이너들도 만나고 마이너한 생각들을 전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헨리 소로우가 <월든>에서 했던 말처럼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세상에 그의 사상을 펼치는 일이 아니었던가.
사람마다 성향과 기호, 생각과 가치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쁜 옷도 어떤 사람에게는 안 어울릴 수 있고 엄청 이상해 보이는 옷도 어떤 사람에게는 찰떡같이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처럼 라이프스타일도 옷과 같다. 세상의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기준에 따라 각자의 라이프스타일로 삶을 살 때 그의 존재는 빛이 나고 그런 삶은 힘이 들지 않으면서도 힘을 갖게 된다. 따라서 각자는 모두 각자의 유일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 진정한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삶 그것이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삶이므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또한 그랬다. 조커는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지만 어머니로부터 해피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사회에서는 광대 역할을 하면서 자신 답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욕망과 본능을 대면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나고서부터 사회부적응자 아서 플렉은 조커로 변화한 것이다. 특유의 신명 나는 춤과 함께.
그래서 나 또한 스스로를 '감마이너'라 지칭하고 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마이너들을 결집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 또한 마이너로 물들이기 위해 숨겨놓았던 글들을 야심차게 세상에 풀어놓으려 한다. 그럼으로써 내 글을 읽는 자들이 주류들이 이 세상에 만들어 놓은 획일적인 기준, 무비판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생각들을 깨부시고 오직 각자만의 기준과 유일한 생각들로써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자 그럼 준비가 되었는가? 김마이너와 함께 각자의 마이너 라이프를 찾기 위한 발칙한 여정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