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이너 Oct 27. 2019

왜 그렇게 많이 가지고 싶은거야?(feat 미니멀리즘)

<마이너 라이프> 미니멀리즘 편 - 물건 

<마이러 라이프> 미니멀리즘 편 - 물건 


<마이너 라이프> 수칙 제1조
물건은 적게 가진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나눠 쓴다. 






<마이너 라이프>의 첫번째 얘기는 물건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서 정신적인 것들은 상당 부분 물질적인 것들에 좌지우지 되기 마련이기에.  


물건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도, 우리가 누워서 잠자는 침대도, 우리가 항상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도 모두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고 편리함을 주는 존재들이다. 또 어떤 물건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연인에게 받은 뜻깊은 선물이라든지.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물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집안 곳곳마다 물건들이 쌓여있고 사무실 책상에도 물건들이 많이 있으며 갖고 다니는 가방에도 물건들이 많이 가득 담겨있다. 최근에 본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에서는 현대인 1인이 보통 1만개 이상의 물건을 갖고 산다고 한다. 어떠한 기준으로 셌는지는 알 수 없지만(예를 들어 면봉 한 묶음을 1개로 계산하는지, 면봉 하나하나 마다 1개로 치는지 등등), 지금 바로 우리의 방을 둘러보자.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모르는 물건들과 심지어 저런 게 내 방에 있었나 하는 새삼 놀라운 물건들도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런데 살면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물건들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살면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물건들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간소하게 짐을 꾸려 여행을 가본다든지, 대학 시절 맨몸으로 엠티를 갔던 때를 생각해보면 물건들이 많이 없어도 기초적인 생활에는 크게 지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김마이너는 한달 간 남미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다들 20kg 되는 대용량 배낭을 메고 올 때 나 혼자 간소하게 짐을 꾸려 7kg 쯤 되는 가방을 메고 갔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그마저도 짐의 반 이상은 책들이었다). 대학 시절 엠티 때 버릇을 못 고쳐서 1박 2일 회사 워크샵을 갈 때도 주머니에 칫솔 하나 챙겨가서 부문장님을 놀래키기도 했다(나 그렇게 더러운 사람은 아니다 허허).


물건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옛날 사람들도 그렇고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도 그렇고 우리보다는 물건들이 훨씬 많지 않겠지만 그 사람들이 결코 그것 때문에 우리보다 행복하지 않지 않을 것이다. 물건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 꼭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물건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이미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가지려고 한다.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성공한 연예인들의 집을 보면 그런 모습이 나온다. 그런 집에는 없는 게 없다. 일단 엄청 넓은 집에 방 한 개는 전용 옷방으로 방에는 1년 365일 매일 바꿔 입어도 될 만큼의 옷들이 쌓여 있고 또 다른 방에는 헬스장 못지 않게 많은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현관 신발장에는 ABC마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다양한 운동화들이 오와 열을 맞춰 전시되어 있고 부엌에는 집에서 혼자 운치 있게 술을 마실 수 있는 미니바도 만들어져 있다. 또 집안 곳곳 선반에는 피규어나 프라모델 등 각종 취미생활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정렬되어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들은 이런 완벽한 집과 많은 물건들을 보고 "우와"하고 환호성을 지르고 그걸 보는 우리 또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란 생각을 하며 부러워 한다.  



맥시멀한 집과 미니멀한 집의 차이. 어느 집에서 살고 싶은가?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에서 웃긴 장면은 집에 그렇게 많이 운동기구를 갖춰놓았음에도 정작 운동을 할 때는 밖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장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할 맛이 나는데 집안에 아무리 운동기구들이 많아도 혼자 고독하게 운동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이처럼 집안에 아무리 많이 물건들을 갖춰놓아도 결국 우리는 밖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집에 이것저것 갖춰 놓고 뿌듯함을 느낄 순 있겠지만 그걸 실제로 사용하는 빈도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집안에 모든 걸 갖춰놓고 집에서 모든 활동을 다 한다고 하면 오히려 그런 물건들 때문에 집에 외롭게 갇히게 되는 꼴이 되지 않을까. 



나누어 쓰면 풍족해진다



집안에서 나만의 운동기구들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헬스장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운동을 하는 것은 헬스장이라는 공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집안 미니바에서 혼자 고독하게 술을 마시는 것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과 멋진 바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아보인다. 이처럼 우리 주변 집 밖에는 얼마든지 좋은 헬스장, 식당, 카페, 술집, 서점 등 근사한 공간들이 많고 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반드시 그런 것들을 모두 내 집 안에 소유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내' 집 밖에 또다른 '우리'의 공간을 찾기만 하면 된다!


김마이너의 집에는 기본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옵션 외에는 침대와 책장, 서랍장 1개 정도 밖에 없다. 책상과 의자, 소파, 티비도 없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서 집안이 왜 이렇게 텅텅 비었냐고 물건들을 좀 가져다 놓으라고 하지만 난 내 집에 만족한다. 내 집 밖에 내가 좋아하는 또다른 공간들이 많이 있고 그 곳들에서 시간을 보낸 후 집에 돌아와서는 소박하고 간소한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위와 같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물건들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바야흐로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차를 같이 나눠 타는 카풀서부터, 전동킥보드, 따릉이, 이제는 쉐어하우스와 공유오피스까지 예전에는 각자만의 소유물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공유물로 전환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일년에 몇 번 쓸가말까한 공구들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물건을 공유하는 것에는 확실히 이점이 존재한다.


원하는 물건들을 마음껏 살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그 물건들을 모두 살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고 이 말은 즉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은 곧 우리의 시간이다. 더 많은 물건을 각자 소유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게 되지만 반대로 많은 물건을 원하지 않거나 필요한 물건을 공유한다면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일하는 시간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등 물건보다는 좀더 값진 것에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공유는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사람들이 각자 다 물건을 가지려고 한다면 자원과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는 주말에 서울 시내에 차를 가지고 나간 적이 있다면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나가지만 주차공간은 한정되어 있어 그야말로 주차 지옥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은 되도록 공유하고 굳이 각자 소유하지 않는 삶은 우리가 환경과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근본적으로 소유는 사람들 마음 속에 '내 것'과 '남의 것'을 나누는 마음을 생기게 하지만 공유는 그러한 벽을 허물 수 있다. 더 많이 가진 부자들이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남들에게  배타적이고 방어적이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세상 완벽히 내 소유인 물건이 과연 존재할까. 잠시 인연이 되어 필요한 물건들이 잠시 내 곁에 같이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내 소유물인 것이 없으니 남들과 나눠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세상 사람들은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게 또 많은 물건들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조금의 물건들에 만족하고 쓸데없는 물건을 들이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물건에 쏟을 시간과 관심을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쏟는 것.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내 존재 자체로 오롯이 존재하는 것. 그것이 나 김마이너가 생각하는 최고의 자유로운 상태이다.


달라이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건은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상이 혼돈한 이유는 지금 물건이 사랑받고 사람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물건보다는 사람이 사랑받는 세상을 되기를 바란다.   






* 커버이미지 : https://abduzeedo.com/things-neatly-organized

* <나 혼자 산다> 다니엘 헤니 편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의 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