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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이너 Oct 17. 2021

출간은 미친 짓이다.

출간 = 결혼? 죄송합니다 어그로입니다.. 

쉬어가는 글 혹은 Bridge






출간은 마치 출산, 결혼, 연애와 같다


출간 소식에 어떤 독자분이 첫 아이를 낳느라 고생했다고 출간을 출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 댓글에 공감이 되었다. 물론 출산을 해본 적도 없고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임산부가 아이를 잉태하고 산통을 겪는 것처럼 이 조그만 책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퇴고를 하며 힘든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나니 참 뿌듯하고 내 배로 낳은 내 새끼마냥 그저 사랑스러웠다. 


출간 소식을 돌리는 건 마치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것과 같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건넬 때처럼 왠지 쑥스럽고 괜히 머쓱해지는 느낌. 결혼식에 와달라는 것처럼 책을 사달라는 무언의 요구가 함축되어 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책에 주위 사람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않았던 내 사적인 얘기들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결혼할 때와 같이 용기내 기쁜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고, 감사하게도 주위 사람들과 자주 못보던 사람들한테까지도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던 교수님에게도 며칠 후 전화가 와 책을 너무 잘 읽었다며 그간의 안부를 삼십분간 얘기하기도 하고, 극성의 독서모임 친구들은 내 집 근처 계곡에서 싸인회를 열어주기도 했다(웃음). 전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청첩장이나 출간 소식이나 전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연애 초기에는 틈만 나면 시시때때 상대방의 문자가 왔는지 확인하고 데이트하는 날만 고대하기 마련이다. 출간 후에도 마치 연애에 빠진 것처럼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서점에 내 책이 처음 입고되었을 때 마치 첫 데이트를 하러 가는 떨리는 마음으로 서점에 달려가 책을 영접하기도 했다. 그 뿐인가. 매일 새벽에 깨서 인터넷 서점 판매지수를 확인하기도 하고 하나둘씩 올라오는 감사한 리뷰들을 읽으며 더러는 댓글로 답장하기도 했다. 판매지수가 오르거나 책이 너무 좋았다는 리뷰를 볼 때는 기분이 뛸듯이 좋다가도 판매지수가 내려가거나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리뷰를 볼 때는 하루종일 기분이 다운되기도 했다. 출간은 연애, 그것도 열병 같은 사랑에 가깝다. 


그러나 연애 초기의 뜨거움과 설렘도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뜨겁기만 할 수 있으랴. 연애도 안정적인 상태로 나아가는 것처럼 출간 후 설렘도 잦아들기 마련이며 대략 한 달 후부터는 판매지수를 확인하는 것도 뜸해지고 리뷰들이 올라와도 다소 무덤덤하게 되었다. 100만부 베스트셀러가 되어 본의 아니게 너무 유명해지면 어쩌나 하는 기우 같은 기대도 사그러들었다. 출간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비합리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약 1년반 동안의 고생 끝에 얻은 수익이 며칠만에 쓰는 변호사 서면 비용보다 적으니 말이다.. 그치만 분명 출간에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이 있다. 지금은 그저 한 권의 책을 완성해내고 또 내 책을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 위로와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쓰다보니 순서가 출산, 결혼, 연애 순인데 뭔가 이상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한두달간의 설렘과 열병은 끝났다. 이제는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다. 출간을 하고 사람들의 리뷰를 읽고 출간 후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매우 익사이팅한 경험이었지만 출간 성과에만 매달린 나머지 소중한 일상을 놓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새삼 일상에 참 감사하고 행복한 것들이 넘쳐남을 일깨워주는 순간들이 있었다. 


점심 먹고 사무실 근처 인사동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자리를 펴고 붓글씨로 종이에 좋은 글귀를 적어 주는(무려 공짜로!!) 아저씨를 만나 얘기한 적이 있다. 왜 이 더운 날 돈도 안 받으시고 일 하시냐는 내 질문에 이건 돈 벌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라고 웃으시며 얘기하던 아저씨.. 내 책에도 썼던, 재밌어서 족구를 한다던 영화 <족구왕> 홍만섭의 현실 캐릭터가 여기에 있었다. 더운 날 좋은 일 하시라며 시원한 유자차 한잔 사드리고 아내를 감동시킬 좋은 글귀를 받아왔다. 



한번은 마을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주머니가 퇴근 후 다른 기사분들과 나눠먹는다고 가다가 동네빵집에 들려 식빵을 사셨는데 그 빵집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여기 식빵이 맛있다며 아주머니가 갑자기 버스 안에서 식빵 두 조각을 내어주는 것이 아닌가. 아내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주신 성의를 생각해 감사히 식빵을 받고 버스에 내렸다. 사람들을 피해 덕수궁 돌담길 쪽에 붙어 발라먹을 잼도, 같이 마실 음료도 없이 갓 나온 식빵을 그냥 먹는데.. 사실 나도 그 빵집 식빵 매일 아침 먹고 있었지만 처음 먹는 것처럼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길 한복판에서 맨 식빵을 먹고 있는 모습을 혹시 누가 봤다면 정말 민망할 장면이었으리라(웃음). 


이렇게 일상에는 소소한 행복들이 곳곳에 잠복하고 있었다. 우리가 세심하게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며. 


출판사와의 마케팅 협의, 출간소식 돌리기, 판매지수 및 리뷰 확인 등등에 지쳐있었는지 잠시 떠나고 싶었다. 핸드폰만 있으면 자꾸 새로운 소식을 확인해봤기 때문에 이왕이면 핸드폰이 되지 않는 곳으로. 그래서 아내와 함께 강원도 어딘가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리조트로 휴가를 갔다. 거기서 핸드폰에서 벗어나 예전 백수시절처럼 생활한복을 입고 돌아다니고 여유롭게 숲속을 거닐다 누워 숲 냄새도 맡아보고 토끼와 다람쥐랑도 놀고 하다보니 신경써야하는 많은 것들로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졌다. 자연 속에서, 자연 그대로와 같이 머릿속이 단순하게 정리되고 생각은 뚜렷해졌다. 





그래서 그 다음장은


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마치 내 책이 열린 결말로 끝나는 한 편의 청춘영화 같다며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도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기대된다며 계속 응원을 보내주었다. 근데 나조차도 내 앞에 펼쳐질 다음 이야기를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다음장은 뭘까. 이번 책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하면 나를 새로운 상황에 던져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알아가고 그런 나를 하나하나 실현해가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전보다 부쩍 자유로워진 나를 찾았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사람들로부터 떠나, 나만의 자유를 외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나 혼자였고 외롭기도 했다. 혼자서는 뭔가를 실현하기가 역부족인 부분도 있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어떤 일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를 넘어 '우리'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게 내가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이제 페이지를 다음으로 넘길 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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