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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키미 Feb 28. 2017

올해도 붉은 카펫길은 실패인가

제주 신흥리 경흥농원


동백꽃을 좋아한다.


한겨울 추위에 꽃 피우는 기개도, 꽃봉오리 전체를 떨구어 마지막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자태도 좋다.


올 겨울엔 제주 남원읍 위미리 동백군락지가 특히 핫했다. 평소 동백에 관심 없었어도 가고 싶어질 동화 같은 풍경이 인스타 피드에 가득했다. (이렇게)


그러나 내가 간 2월 12일은 위미리 동백 철이 끝난 시점. 아쉽진 않았다. 제주 도민으로부터 철 지나지 않은 동백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 동백은 종에 따라 12월부터 4월까지 개화 시기가 제각각이다.




경흥농원 어딘가에 동백이 있다.


경흥농원 수많은 입구 중 하나


위미리에서 멀지 않은 신흥리. 경흥농원은 어마어마하게 넓은 사유지라 입구도 여러 개, 동백도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다. 잘 모르고 무작정 찾아간 터라 베스트 포토스팟 찾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동백 스팟을 찾아 헤매는데 봉고차가 와서 섰다.


"타요"

- 네..?

"여기 걸어서 다 보려면 이틀 걸려요. 타세요."


봉고차에 몸을 싣고 농원 곳곳을 누빔..



갑툭튀한 그는 농원의 팀장이라며 가이드를 자청했다. 가이드.. 라기보단 멘트에 자기 자랑이 넘나 많아 리액션하기 초콤 힘들었고.. 여유롭게 걸어 다닐 기회가 날아가 아쉬웠지만.. 배려해 주신 거니까 고맙습니당!



토종동백(처럼 보이는 동백)
카네이션동백
이름은 모르겠으나 예쁜 색 동백
한 나무에 핀 오색동백과 붉은동백
제주어로 동백나무를 '돔박낭'이라 한다. 생김에 비해 구수헌 이름이다.




내가 갔을 적엔 동백이 무르익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한창 봉우리를 터트리거나 활짝 피었을 것 같다. 올해는 예년보다 늦은 편이라고.

동백은 핀 모습보다 진 모습이 예쁘니 3월 초쯤 가면 좋겠다.


한창일 땐 이 길이 붉은 카펫을 깔아둔 것처럼 동백꽃으로 물든다.
제주에 이례적인 폭설이 지나간 후였다.
동백씨 뱉어내고 말라버린 열매가 꽃처럼 예뻐서 주워왔다.
동백은 아직이지만 농장 곳곳에 예쁜 나무 보느라 오래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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