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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키미 Mar 01. 2017

계획하지 않은 여행의 즐거움

제주 삼양검은모래해변


제주에 도착한 날, 대설주의보가 해제됐다. 눈 내리는 제주를 기대했으나 이미 다 녹아서 중간산 이상은 올라가야 눈을 볼 수 있단다. 날도 흐려서 구름이 잔뜩 끼었다.


그런데 저기 바닷가 쪽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터프한 구름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이 엿보이기에 당장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바다 갈까? 지금"


단숨에 가장 가까운 삼양검은모래해변으로 달렸다. 마침 함덕보다 가깝기도 했고 검은 모래가 흐린 날과 잘 어우러질 것 같았다.




최고의 선택,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땅 가까이 내려온 구름이 검은 모래 위 바닷물에 그대로 비쳐 장관을 이뤘다. 생애 최고의 겨울 바다였다. 칼바람에 코를 훌쩍이며 우리는 우유니 사막에 안 가봐도 되겠다고 했다.


처음엔 얼떨떨해 하다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춤추는 나의 여행 메이트
서로 찍어주기 바빴다.
다른 카메라에 담긴 새와 나
또다른 카메라에 담긴 나와 나의 여행 메이트



이내 해가 졌고 해변의 반영도 어둠에 묻혔다.


맑으면 맑은 대로 비 오면 비 오는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즐기는 것. 계획하지 않은 여행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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