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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ssun Nov 07. 2024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은 날

그때 나는 몰랐었다.

아무 날도 아닌 것 같은 날

하늘은 맑고 그냥 걷고 싶은 날이었다. 봉사활동을 위해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그 길.  

바람은 조금 차갑지만 햇볕이 따뜻한 날이었기에 내 맘도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처럼 변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날 나는 문득 내 안의 이야기를 적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엄마를 하늘로 보낸 뒤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에서 나에겐 아빠에 관한 변화가 가장 컸다. 엄마의 부재가 모두에게 컸기에 각자 잘 이겨내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서로를 믿었다. 그렇지만 아빠에게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큰 상실의 아픔이었고 생활이 어려웠다.

지나고 나서 제일 후회하는 것은 엄마를 보내고 아빠랑 심리상담을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고 아빠도 우리처럼 잘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빠는 혼자가 되었다. 나에겐 남편과 아이가 있고 동생에게도 아내와 아이가 옆에서 함께 삶을 이어나갈 이유가 되며 위로가 되었지만 아빠는 온전히 혼자 이겨내고 살아가야 했다.

그런 아빠에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화하고 안부를 물으며 내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내가 참 어리석다고 느껴진다. 물론 나도 나만의 가정을 이루고 나의 삶을 살아가며 엄마의 부재를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참.... 아쉽고 안타깝다.

자식들 걱정할까 봐 그렇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던 아빠였는데 참 힘들었다고 한다.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무 날도 아닌 것 같은 날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첫애인"

내가 붙인 아빠의 별명이다. 나에게 있어서 첫사랑이었기에....

-아빠 무슨 일이야?

-딸 잘 지내고 있어? 다른 게 아니라...

무언가 부탁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를 꺼낼 때면 생기는 아빠의 정적...

무슨 일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 나에게 힘든 일이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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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 중이지만 이 또한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글이 되길 바라며 한줄한줄 적어 내려가고자 한다.

죽음은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어쩜 나의 새로운 시작은 엄마의 죽음과 같이 시작된 것 같다. 그 여정을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 치유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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