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속에서 나는 외로웠다.
명절이 드디어 왔다. 아내가 없는 빈 집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은 일찍부터 내려와 집을 채웠다.
손주들의 재잘거림이 정신을 혹 빼놨다.
아이들이 반가우면서도 나는 사실 이번 명절이 반갑지 않았다.
아이들이 나를 받아 줄까요? 나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나의 아이들을 어려워하면서도 인정받고 싶어 했다. 딸과 아들 사위와 며느리까지 나의 아이들에게 말할 용기가 없는 나는 매번 에둘러 말했다.
그런 내가 드디어 아이들에게 말하겠다고 결심한 그날이 온 것이다.
아이들의 평온함에 돌을 던지는 것 같은 마음.
그러려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되는 것 같은 상황.
친구들은 나에게 얘들이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진짜 그럴까?라는 의문이 계속 날 괴롭힌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처갓집 식구들과의 저녁약속을 잡았다며 나에게 말했다.
순간 덜컥 맘이 더 어려워졌다.
-아이들이랑 친척들이 모여 저녁을 먹을 것 같아요
내 사랑: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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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가족이 될 수 없겠죠? 나는 거기에
껴들어 갈 수 없겠죠?
-내가 저녁에 집으로 들리리다.
내 사랑:아니에요 가족들과 지내세요.
아이들과 있는 와중에도 그녀와의 카톡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그녀의 공허한 문자가 내 맘을 후벼 팠다.
내가 너무 못나게 느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날 무력하게 만들었다.
타지에 혼자 있는 그녀는 명절이 되어 더 외롭게 느끼고 있었을 텐데 내가 살피지 못했던 것이다.
타고나길 무심한 내가 누굴 챙기겠다고 하는 것인지.
그렇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모든 것이 무너졌을 것이다. 아내를 보내고 밤낮이 바뀌어 살았다. 잠이 오지 않아 밤을 꼬박 보내고 나면 낮에는 병든 닭처럼 다니고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마시고 나니 혈당수치는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솟아올랐다.
그렇게 무너지는 나의 삶에서 나의 안부를 물어주던 사람 날 따스하게 바라봐주며 지지해줬던 사람.
그래서 나는 그녀와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이다.
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까부터 첫째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속이 안 좋은 건가? 무슨 일인거지?
아이에게 물었지만 아이는 아무 말이 없이 그냥 피곤하다며 얘들을 재우러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말해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처갓집 식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오니 벌써 아이들은 손주들 재울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또 놓치고 말았다.
온가족이 모여있는 이 공간에 나 홀로 있는 것 같다. 그냥 차라리 혼자였으면 편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