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왔다.
엄마가 없는 첫 번째 명절.
40년 동안 그랬듯이 부모님 댁에 우린 모였다. 그리고 여전히 웃고 있었다. 달라진 거라고는 엄마가 없다는 것인데 그것이 제일 내 맘을 휑하게 만든다.
엄마가 그냥 여전히 병원에 있는 것 같다. 잠시 피곤해해서 전화를 한동안 못한 느낌이랄까. 여전히 나와 함께 하는 것 같다.
참 애틋했던 모녀지간이었어서 일까? 나의 현실감이 없는 이유가. 사실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해서 인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예전에 아빠가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진짜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까?
추석에 아이들과 집에만 있으려니 색칠놀이 도안을 뽑으러 아빠 서재로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고 그대로 둔 컵들이 쌓여있고 종이들은 이곳저곳에 뒤죽박죽.
아빠는 괜찮은 걸까? 정리되어있지 않은 아빠 책상이 아빠의 삶인 거 같아 엄마의 빈자리가 더 느껴졌다.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진정한 자유인이다!!
아이들 색칠도안을 검색하고 있는데..
까똑 까똑
Pc에는 아빠 메신저가 켜져 있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올라오는 팝업창에 보이는 네이밍이... "내 사랑"이라니
순간 아이들 도안은 안중에도 없고 나도 모르게 팝업을 눌렀다.
갑자기 내 심장은 귀까지 널뛰기를 뛰고 손은 그네를 타는 듯 흔들거렸다.
눈은 분명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보고 있는데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세 글자!!
내 사랑
아빠는 언제부터 만난 걸까? 그때 나에게 전화했을 때 이미 만나고 있었던 것일까?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것이란 말인가.
당황스럽고 슬픈와중에도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만 알고 싶은데 나 홀로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보지 말걸.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서면서 난 어떻게 동생과 다른 가족들에게 알려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