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걱정.

아빠는 나에게 의견을 물었을 뿐인데 왜 눈물이 흐르는지 나도 모르겠다.

by kim ssun

그렇게 아빠는 나에게 의견을 물었을 뿐인데 전화를 끊고 왠지 모를 먹먹함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엄마의 장례식장에서도 흐르지 않던 나의 눈물이 넘쳐흘렀다.

그리고는 나보다 먼저 엄마를 잃었던 대학선배에게 전화를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안부인사 따위는 사치인 듯이 언니에게 속사포로 나의 말을 뱉어냈다.

언니는 어떻게 버텼어?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아빠의 재혼을 어떻게 받아들인 거야?

언니는 20살 대학 다닐 때 엄마를 잃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재혼하셔서 아이를 낳으셨고 언니는 그 새엄마와도 잘 지내고 있다. 사람이 간사하다. 내일이 아닐 때는 그냥 지나가던 것이 내 일이 되고 나니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팠을지 너무 맘이 아팠다.

그 아픔이 나 때문 인지 언니를 생각하기 때문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에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언니는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언니가 너무 어렸는데 아빠도 너무 젊어서 혼자 둘 수가 없었어. 그리고 언니도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야. 언니랑 너는 상황이 다르잖아. 난 그냥 어린아이였고 아빠를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었어. 그런데 넌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인생의 많은 결정들이 정해져서 더 이상 엄마아빠의 딸이 아니라 한 가정을 만들었으니까 아무래도 다르지....

언니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니 정리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사실 아빠의 연애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결혼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의 엄마의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이 싫다. 그리고 나에게 더 이상 엄마가 아닌 엄마가 필요가 없다.


아빠는 항상 명확히 말하고 의견을 묻기보다는 흐지부지 통보식의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기에 오늘 전화가 날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의 괜찮은 척 끊은 나의 전화가 아빠에게 모든 것을 허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다른 일이라면 당장 동생에게 전화해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았을 텐데...

내가 아닌 아빠가 이일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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