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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Dec 24. 2020

감사의 계절  

며칠 전에 이곳 로컬 뉴스에서 흥미로운 미담이 나왔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의 어느 도시에 Daily Queen 이라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는데요 그 가게에 Drive Thru 로 주문을 하는 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배려심 많은 사람들은 가끔 자기 뒷줄에 있는 사람 것을 같이 계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내 뒷사람 것을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 뒷사람은 그냥 돈을 안내고 공짜로 먹게 되는 것인데요, 그 뒷사람은 그냥 가지 않고 다음의 뒷사람의 계산을 하는 매너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런 식으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다음 사람 것을 앞의 사람이 계산해 주는게 900 명에 이르렀다는 것이 뉴스에 나온 것입니다. 사실 전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내게 그런 친절을 베풀었으니 나 역시 그런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베푼다는 면에서 즐거운 경험인데 그게 900명에게 같이 일어났으니 아주 훈훈한 뉴스입니다. 사랑이 전염된 것이지요 (뉴스 링크는 여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는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는데 추운 겨울에는 그런 어려움이 더욱 크게 다가올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말에는 불우이웃을 돕는게 일종의 주요 행사이기도 하는데요, 요즘은 그런 열기가 좀 식은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너무 사회적 갈등이 높아지니 온정을 베풀기 보다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급급해서 오히려 피해자 의식을 갖는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고요, 또 용서와 사랑은 사라지고 원한과 증오가 더 많이 전파되는게 아닌가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말에는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며 내가 누군가에게 감사를 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감사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이나 스승님, 친구, 선후배 등은 당연하고요, 모르는 사람에게 받았던 도움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으로는 유학생 시절 막바지에 IMF 가 터져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에 재미 실업가 김종훈 씨 등이 긴급 장학금을 만들어서, 저도 그 당시 1천불인가를 장학금으로 지원 받았던 것입니다. 그 장학금 수혜자가 미국의 유학생 수천명 수만명이니 제법 큰 돈을 내신 것입니다. 그 분은 워낙 부자이니 그게 별거 아닌 돈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기에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남에게 베푸는 사람은 드믑니다. 누구나 자기 돈은 아까운 법인데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위해서 선뜻 거액을 내어놓는 것은 정말 훌륭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형편이 허락하는 한에서 타인을 도와주고 물질적으로도 약간의 장학금이나 기부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도 도움을 받았으니 그 이상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제가 장학금을 주면 받은 학생들이 손편지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 편지를 읽어보면 정말 눈물나는 사연이 많습니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그런 도움을 받으면 세상이 그리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기를 빕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정부도 정부이지만 조금 여유있는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미네소타 Daily Queen 의 뉴스처럼 아름다운 미담들이 많이 흘러나오면 좋겠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며칠 전에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아들이 그런 지원금을 받았다는 뉴스를 듣고 좀 황당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정말 형편이 어려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당당한 자기 권리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왕 지원을 받았으니 이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나중에 좀더 베푸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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