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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Jan 03. 2021

성장과 사랑

<아직도 가야 할 길>

제가 요즈음 읽고 있는 책은 "The Road Less Traveled" 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서 나왔다고 하는데요 저자인 스콧 펙 박사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많은 정신 질환자를 상담하면서 얻어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학과 영성에 관련한 심리학적 통찰을 아주 훌륭하게 전개했습니다. 1978년에 초판이 출간되고 지금까지 7백만부나 팔렸다고 하니 인세 수입도 아주 짭짤할것 같습니다. 한권에 1불만 받아도 700만부이면 700만불(한화 70억)입니다!


이 책은 1장에서 discipline (훈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2장에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 3장은 성장과 종교, 그리고 4장에서는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2장까지만 읽었습니다. 1-2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으나, 고통을 피하지 않고 잘 겪어내면 정신적으로 성숙하여 결국은 신의 경지를 경험할수 있다. 고통을 잘 겪어내는 방법은 보상을 지연시키기, 책임 받아들이기, 현실에 충실하기, 균형잡기 등의 기술을 익히는 것인데 이러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상대의) 정신적 성장을 돕기 위한 자아 영역의 확대 의지로 정의될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성장이나 성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정신적 문제점들이 어린 시절의 상처나 불행한 기억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부모가 미숙하면 그것이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인데 그걸 읽으면서 저 자신의 성장시절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또 제가 부모로서 미숙했던 부분들을 기억하면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또한 강조한 것은 그러한 부모의 미숙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훌륭하게 성장할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부모의 사랑을 확신할 때라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사랑이 있으면 아이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그 고통가운데에서 같이 신음하게 되는데 그것이 그 아이에게는 엄청난 안정감을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진정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나 의존이 아니고 성장을 위한 의지이자 노력이기에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의 생각을 무례하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자아영역의 확대 의지라는 말은 단순히 상대방의 성장을 도와주는것 뿐만 아니라 그로인해 자신 역시 함께 고통받고 함께 변화할 가능성에 열려있다는 의미입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자아의 경계를 확장하려고 하지 않고 그와 관련한 고통을 외면하며 여러가지 핑계로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랑이란 오직 성숙한 인간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라고 이야기 할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정신과 의사로서 가질수 밖에 없는 경험과 통찰의 한계를 옅볼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수많은 정신 상담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들이 과학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임상에서 얻어진 경험적인 것이기에 생존편향의 위험이 있을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즉, 이 저자는 어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을 만나서 상담을 하면서 그가 과거의 어떤 일들이 그의 정신적 성장을 방해했을까를 추론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일반화를 하게 되고 인과관계를 잘못 해석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똑같은사건으로 상처를 받고도 이를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수 있고 그렇지 않고 그 상처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이 있을텐데 이 저자가 직업적으로 만나는 유형은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일테니 "그 과거의 상처가 이 사람의 정신적 문제의 원인이다"라고 결론을 내릴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정확한 결론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런 과거의 상처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걸 극복할 만한 본인의 힘을 키울 성장의 경험을 갖지 못해서 그 상처를 아직 붙들고 있다고 보는게 더욱 정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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