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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Jan 05. 2021

자아 도취  

제가 요즘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데요, 방학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노후 대비 차원에서 글쓰기 취미를 들이려는 목적이 더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매일 쓰면서 나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글쓰기가 자아 도취에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못에 비췬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에게 사랑에 빠지는 나르시스처럼 자기가 쓴 글에 자신이 최고의 독자가 되어서 그런 글을 쓴 자신을 흡족해 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만약 제 글에 "좋아요"가 수백개씩 달렸더라면 그런 자아도취에 더 쉽게 빠졌을텐데 다행히(?) 그렇지 않아 아직은 자아 도취에 빠지기에는 좀 부족한 상황입니다. 


글을 쓰는게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아마도 글이 자신의 포장지 역할을 하기에 일종의 왜곡된 자기 인식을 하게 되는 면이 있을 것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을 실제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이기 쉬운데 그러한 그럴듯함에 자신이 속아 넘어가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곳에서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 중에서 본인의 실제 삶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그런 사례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런 위선적인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하다보면 감정도 순화되고 상처도 아물게 되면서 힐링효과와 자존감 회복의 순기능이 있기에 그게 계속되면 자아 도취에 빠진 것처럼 보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자존감이나 자신감 회복이랑 자아 도취 사이는 칼로 무우 자르듯이 명확한게 아니라 그냥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면 자아도취이고 적당하면 자신감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좋은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이랑 비슷할 것입니다. 자아도취가 지나치게 되면 가짜 인생을 사는 것이 되니 공허하고 또 타인을 무시할 위험이 있으니 자기파괴적이고 나쁜 것이지만 적당한 수준의 자아도취는 일종의 자신감이 될수 있으므로 어려움이 와도 견뎌낼수 있는 건설적인 에너지가 될수 있고 또한 우울감에 빠지지 않는 건강함의 원천이 될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예술가들은 자아 도취형 인간들이 많았습니다. 에곤 실레나 앤디워홀 같은 미술가가 대표적이고요 문학 작가 중에서도 자아도취형 인간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아도취적 성향을 예술이라는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서 승화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장점과 단점이라는 것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라 그것을 잘 살리면 장점이 되는 것이고 제대로 못살리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발현되면 결국 단점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에게 어떠한 기질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그러한 기질이 나에게 장점으로 발현되기 위해 좋은 활동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조심해 가면서 사는 수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라도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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