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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Jan 04. 2021

소통의 기술

제가 미국에서 혼자 고독하게 지내지만 나름 즐겁게 지내는 비결이 있다면 그건 SNS 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페이스북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온라인 친구를 맺고 그 친구들과 일상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데 그것이 내가 혼자라는 느낌을 벋어나게 해주고 생각과 간접 경험의 지평을 넓혀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나 종교 관련 내용들은 서로 생각이 다르기에 감정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때로는 너무 몰입하게 되어서 저의 일상이 방해를 받기도 합니다. 또한 온라인 매체의 한계로 인해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불필요한 오해나 무례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작년 초에는 그러한 불쾌감이 너무 커서 계정을 삭제하고 한달 정도 지낸 적이 있었는데 무슨 절간에 혼자 와있는 것과 같은 평안함을 경험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온라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마도 저 역시 어쩔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삶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서 정의되고 이해될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해를 줄이고 즐거운 소통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그걸 위해 자신에게 맞는 유용한 소통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중요할 것입니다. 말로 하는 소통이 아닌 글로 하는 소통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뛰어난 소통 기술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소통과 관련한 전문 지식이 있는건 아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다소 주관적인 소통의 기술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런 소통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첫째는 상대의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경험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에 생각이 다를수 있습니다. 그러한 다른 생각은 나에게 불편함을 줄수 있지만 그런 불편함이 사실은 내 사고를 확장하고 나를 돌아보는 중요한 성찰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불편함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보다 열린 자세로 상대의 입장에서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내 생각과 나를 분리해서 사고할줄 알아야 소통이 가능해 집니다. 내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그 생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게 반복되면 사람들이 대화를 피하고 아무도 말상대를 해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다른 생각에 열려있는 자세 안에서 제대로 피어날수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상대방과 나와의 서로 다름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소통의 난이도는 높아집니다. 그 다름의 크기가 크면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우니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럴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일 것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와 대화를 가벼운 주제부터 시도하면서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먼저 키운후에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텐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럴만한 댓가를 지불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에 관계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소통의 단절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원리를 이해하면 타인과의 소통에서의 장애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할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본인의 소통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통에서 서로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기 보다는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원래의 의도를 오해할 위험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보다 그 오해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독해능력이나 아니면 전달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달 매체의 한계로 인해 소통이 대면보다 훨씬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의 잘못된 방식의 소통을 계속하게 되어서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자신의 소통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면 댓글을 달때에도 한번 더 생각하고 조심하게 되니 오해가 줄어들 확률이 높아집니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편향이 있습니다. 산을 올라갈때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고 이미 있는 길을 따라 걷듯이 우리의 사고 역시 이미 생각했던 길을 따라서 습관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인지 편향은 뇌에 잡혀 있는 기존의 주름에 해당되는 것이기에 편향이 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런 편향을 부인하고 자기는 객관적이고 편향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런 편향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걸 감안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는게 보다 겸손한 자세입니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편향이나 오해의 위험이 있으냐 없느냐가 아니라 사실은 그런 오해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만한 상호 신뢰가 있느냐 입니다. 그런 신뢰가 전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그냥 꼰대의 일방적인 설교에 불과한 것입니다.


셋째는 더 나은 소통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예의와 친절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에릭 호퍼의 말대로 무례함은 약한 사람이 강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하면 예의를 지키기 보다는 상대에게 무례를 범하기 쉬운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각자의 정의감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마음의 여유가 있을때 이런 친절함이 더 가능해 지는 것이니 좀더 심리적으로 넉넉한 사람이 되는게 좋겠습니다. 매사에 너무 심각하기 보다는 가급적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의 포인트를 찾는 능력이 본인의 매력을 높히고 소통을 원할하게 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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