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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Jan 31. 2021

다이나믹 코리아

며칠 전에 우리 학과의 어느 한국인 학생이랑 면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졸업후의 계획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 그게 4년 뒤의 일이라 지금 계획을 세우는게 큰 의미가 없을것 같다는 것에 서로 동의를 했습니다. 저야 앞으로 4년 뒤가 어떨지 충분히 예측이 되는 상황이니 그에 맞추어 계획을 세우면 되지만 20대 중반의 한국인 학생에게는 본인이 한국에 돌아갈지, 미국에 남을지도 분명하지 않고, 만약 한국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그때 어떤 상황일지 예측하기 힘들기에 2025년에 대한 개인 단위에서의 계획을 지금 세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미래라는게 누구에게나 불확실하긴 하지만 빨리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그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런 불확실성이 커지면 불안감도 더 커지게 되는 것도 우리의 본성입니다. 우리의 뇌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런 불안감을 피하기 위해 친구나 종교와 같은 정신적 도피처를 찾기도 하고 아니면 명상이나 운동 같은 것으로 극복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면 다이나믹 코리아가 과연 좋은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식 시장으로 치면 변동성이 큰 상황인데 과연 변동성이 큰 시장이 좋은 것이냐 하는 질문에서는 답을 주저하게 됩니다. 설령 좋은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런 변동이 크면 심리적 평정심을 누리고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평생 벌기 힘든 돈을 부동산 급등으로 누군가가 쉽게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용히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이나믹 코리아 보다는 조용하고 심심한 미국 생활이 더 편하고 좋습니다. 제가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문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일단 여기에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제 인생을 설계할수 있고 운이 차지하는 영역을 최소화 할수 있습니다. 운이라는 것은 일종의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라 내 삶이 운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구조를 가지면 운이 뒤집혀 불운이 왔을 경우 그 역시 내 삶에 많이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삶이 대박은 없어도 마음의 평화와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기에 더욱 유리합니다. 적어도 심리는 콘트롤하게 되니 학문을 꾸준히 하는데에는 더 좋은 환경인 것입니다. 


또한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장기 최적을 추구하기 보다는 단기 최적을 추구하게 되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유행에 더욱 민감하고 자신만의 고유함을 추구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고유함이 없으면 자신의 만족을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적 인정에서 얻으려고 할 수가 있게 되기에 가짜 인생을 살기 쉽습니다. 힘이 들더라도 좁은 길을 갈수 있는 용기는 본인의 열정과 의지에서도 생길수 있지만 그가 속한 사회가 실패에 관대하고 second chance 를 주는 분위기에서 더욱 생겨나기 쉬울 것입니다. 


사실 다이나믹 코리아의 역동성은 한국 사회의 승자 경쟁에 대한 과도한 보상 시스템에 기인한 면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위계적이고 승자에 대한 지나친 보상을 당연히 여기는 갑질 사회이니 거기에서 과도한 노오력이 등장하는 것이고 유난스런 변화의 에너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이나믹 코리아가 주는 흥분에 취해 단순히 열광하기만 한다면 그 경쟁 구조에서 낙오된 사람들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처벌 역시 당연하게 여기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국 특유의 에너지와 근성을 찬양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회적 자산이 과연 무엇인지 한번쯤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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