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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Mar 01. 2021

2월을 보내며

원래 2월이 짧긴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2월이 빨리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맘 졸이고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소식에, 또 갑자기 들어온 폭설과 강추위에 심심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칫하면 지루하고 심심할수 있는 아이오와 생활에 이렇게 적절한 수준의 고난은 삶을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제공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달은 재택근무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냈던것 같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건 사고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었는지, 왜 아직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에는 많은 것인지, 왜 인종차별 주의자들이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보다 깊은 사회적 뿌리를 갖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미국에 대한 역사를 이해하고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대한 감을 잡는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이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는 존재이기에 사회의 변화와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와 감을 갖고 사는건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 며칠동안은 날씨가 조금 풀려서 공원에 산책을 나갈수 있었습니다. 딸내미도 그동안 답답했는지 아빠의 산책길에 따라 나옵니다. 갈때는 서로 헤드폰을 끼고 아무 말 안하고 음악을 들으며 가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헤드폰을 벋고 대화를 하면서 돌아옵니다. 아이가 지금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수업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떤 교수들을 좋아하는지,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주 평범한 일상이지만 매우 즐거운 경험입니다. 이번 학기는 온라인 수업이라 우리 집에서 지내지만 다음 학기가 되면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게 될 것을 알기에 이런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좀 해보니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고 제법 깊이있는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예를들어 어제는 어떤 교수법이 훌륭한 교수법인가에 대한 토론을 나누었는데 아이가 단순히 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강의자의 입장도 함께 고려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직 대학교 1학년생인데 어떻게 교수의 입장을 헤아릴수 있는지 신기하긴 하지만 미국 교육이 토론과 관련된 훈련을 해서 그런 토론에 익숙한 것인지 몰라도 대화를 통해서 제가 배우는 것도 제법 있었습니다. 원래 대화라는게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또 남에게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면서 상호작용을 통해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의 폭을 넓히는 적극적인 지적 활동인 것입니다.


아마도 딸이 어린 줄로만 알고 있어서 지적 수준에 대한 기대값이 낮으니 막상 대화가 잘되는게 흥미로운 것도 있고 또 아이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니 아이와의 대화를 경청하게 되고 그 대화에서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이니 대화가 좀더 잘 진행되는 면이 있기도 할 것입니다. 암튼 그 이유가 무엇이든 딸내미와의 대화가 저의 단조로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서로의 친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3월에는 날씨도 더 좋을테니 산책하는 공원도 여기 저기 바꿔가면서 좀더 즐거운 시간을 가져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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