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스토리 (3)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by 김재광

아마 유학을 나가서 박사과정을 밟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하는 내용일텐데 그것은 세상은 넓고 인재는 참 많다는 것이다. 내가 다녔던 아이오와 주립대학이 당시에는 통계학과의 랭킹이 10위권 이내였는데 (입학할때는 5위였는데 졸업할때쯤 10위정도 되었고 지금은 20위 정도 된다) 그래서였는지 세계 각국에서 유학을 온 똑똑한 친구들을 제법 구경할수 있었다. 랭킹이 떨어진 지금도 상당히 똑똑한 친구들이 온다. 예전보다 유학을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먼저 알게된 똑똑한 친구는 인도의 ISI (Indian Statistical Institute) 출신의 1년 선배였다. 알고보니 나이는 나보다 1살 어린데, 그 친구는 군대를 안다녀왔으니 학교는 나보다 1년 먼저 입학을 한 것이다. 그 친구는 처음부터 풀러 교수 제자로 발탁되어서 입학을 했는데 우연치않게 나와 같이 계량경제학 수업을 같이 듣게 되었다. (나를 입학 첫학기에 엄청 고생하게 만든 그 과목이다.) 그 친구는 모든 수업에서 필기를 하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수업을 듣는게 그의 일관된 수업 자세였다. 알고보니 인도의 ISI 라는 학교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통계 프로그램으로 인도에서도 완전 최상위급 인재들만 뽑고 그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여기서 배우는 것보다 더 고급 과정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친구는 여기서 이미 대충 다 아는걸 다시 배우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완전 좌절감을 느꼈다. 첫학기가 끝나고 연구조교로 채용되어서 그 친구와 같은 오피스를 쓰게 되면서 친해졌는데 내가 확률론 과목을 들으면서 숙제하다가 막히는 부분을 물어보면 그 친구는 아주 쉽게 푸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것과 같은 느낌으로 그 친구는 내가 물어보는 확률론 문제들을 (전혀 끙끙대지도 않고) 바로 풀어주곤 했었다. 과연 내가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저 친구를 따라갈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었다. 지도교수는 같았지만 그 친구는 시계열 분석을 전공했고 나는 샘플링을 했으니 그 친구와 경쟁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곤 했었다.


다행히 내 학년에서는 그런 천재같은 친구는 없는것 같았다. 나중에 1년이 지나고 인디애나 대학에서 중국인 학생 한명이 transfer 해서 왔는데 그 친구는 북경대 출신이었다. 똑똑하긴 한데 그 인도인 친구처럼 넘사벽 같은 느낌은 주지 않았다. 나까지 세명이 다 풀러 교수 제자로 오피스를 같이 썼는데 전공은 다 달랐다. 그 중국인 친구는 measurement error model 쪽으로 논문을 썼다. 지도교수가 워낙 대가라서 전공이 3개가 되니 학생들이 전공이 각각 달랐던 것이다. 나중에 인도인 친구는 졸업하면서 메릴랜드 대학의 발티모아 캠퍼스의 교수로 갔고, 중국인 친구는 학교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냥 Merck 라는 제약회사에 돈 많이 받아서 갔다. 그 친구들이 졸업하고 나는 일년 더 있다가 졸업을 할수 있었는데 나의 첫직장은 학교도 아니고 일반 회사도 아닌 미국 정부기관이었다. 미국의 통계청이 나의 첫 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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