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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May 22. 2020

고정관념의 위협

저는 학생 시절에 IQ 테스트라는 것을 받았는데요 그게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충주고등학교인데 당시에 비평준화여서 지방 명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과학고 같은 것도 없었고 대도시는 평준화가 되어서 충주나 강릉처럼 애매한 도시가 덕을 보게 된 것입니다. 충주고가 그 당시 서울대를 30명씩 입학시키던 시절이라 충주뿐만 아니라 단양, 제천, 문경, 음성 등등에서도 우수한 친구들이 충주고로 유학을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IQ 검사 평균 점수가 높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 학급에서 만에도 IQ 점수가 130 이상인 친구들이 15명 정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경우  IQ 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저보다 높은 급우들이 거의 10명 가까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학년에 학급이 총 10반이었으니 제가 IQ 점수로는 거의 100등에 가까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거의 매 시험에서 1등을 했습니다. 저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머리 좋은 친구들이 수없이 많은데 왜 내가 공부를 제일 잘할까? 남들한테 이런 고민을 말하면 재수 없다고 욕먹을까 봐 이런 궁금증은 그냥 혼자만의 질문으로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중에 통계학을 공부하고 교육학 관련한 지식도 쌓이면서 이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IQ라는 것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긴 하지만 매우 제한된 범위의 능력을 측정하는 부실한 측정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몸무게나 키 같은 건 물리적인 것이니 측정이 쉽고 매우 정확합니다. 그보다는 폐렴이나 당뇨병,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 같은 측정이 더 어렵고 부정확합니다. 정확성이 80-90% 정도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 의학적 측정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인간의 능력에 대한 측정입니다. 일단 능력이라는 것이 인지적으로 측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기억력이나 사칙연산 같은 것), 학업 성취에는 IQ검사로 측정되는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측정되지 않는 비인지 능력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기부여 능력, 자제심, 인내력, 창의성 이런 비인지 능력들은 IQ 검사로는 측정되지 않지만 학업 성취에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즉, IQ검사로 나타나는 인지능력이라는 것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대충 30%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니 인지능력이 약간 낮더라도 비인지 능력이 높으면 최종적으로 뛰어난 학업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심리학과의 앤젤라 더크워스라는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능이나 IQ, 부모의 경제력 같은 외부적인 조건이 아닌 불굴의 의지, 즉 끈기라는 것입니다. 그녀는 본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릿’이라는 책도 내고 그와 관련한 대중강연도 많이 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이와 관련한 링크를 여기에 공유합니다. 저도 더크워스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는데 저 자신을 돌아보아도 제가 학자로 성공한 비결이 있다면 크게 두 개인데 하나는 운이고 다른 하나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안주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안주하지 않았고, 좌절할만한 상황에서도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게 결국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wWok0 YoVjKc



또한  스탠퍼드 대학의 드웩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끈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능력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믿고 노력한 아이들이 끈기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포기하지 않게 만들고 그게 결국은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이니 언뜻 생각하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러한 끈기를 키우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는걸 밝힌 것인데 그것은 "고정관념"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억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소한다"는 기사를 읽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단어 수가 현저히 적었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도 어느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데 한 집단에서는 카스트 신분제도를 기억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서는 그렇지 않게 했는데, 그 결과 자신의 낮은 신분을 의식하며 시험을 친 아이들의 성적이 더 나빴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고정관념은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아주 치명적인 바이러스 같은 것이지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들의 고정관념에 전염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에 대해 규정한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몇 년 전에 UN에 출장 갔을 때 반기문 총장 사진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반기문 선배가 충주고 출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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