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광 Jun 05. 2020

글쓰기의 위험성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유익함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글쓰기를 하는것이 그렇지 않는것보다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하는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것보다 더 나은것은 사실이지만 운동을 잘못하거나 너무 무리하면 건강에 큰 무리를 주고 부상을 입을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글쓰기 역시 알려져 있지 않은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파심 차원에서 글쓰기의 위험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일단 글쓰기는 수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글쓰기란 강물처럼 흘러가는 순간의 상념들을 언어라는 그물을 사용해서 끄집어 내어서 시간의 저주를 극복하고 영원의 제단위에 올려놓는 행위입니다. 그 그물이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그 당시의 생각들이 분명해지게 표현될 것이고 그것이 시간을 초월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이 언어를 통해서 정리되는 것이고 이를 글쓰기를 통해 음미하며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때 나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를 통해 내 생각이 더 견고해지고 또 좋은 피드백을 받을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또 펜은 칼보다 강하고 오래갑니다. 진실이 담긴 글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나오고 그걸 바탕으로 선한 영향을 끼치고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죽지만 그 사람이 남긴 글은 남아서 후세에게도 전해질수 있으니 좋은 글을 쓰는건 분명 매우 가치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글쓰기가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공해와도 같은 글을 쓰는건 감정 배설에 불과한데 그건 유익보다는 해악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은 전염성을 갖게 되는데 글쓰기가 미숙한 경우 그 글에서 감정이 여과없이 전달되어서 글을 읽는 사람 (자신 포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되면 그 감정을 극복하기 보다는 그 감정에 사로잡혀 글을 쓰기 쉬운데 그러다보면 그 감정을 과장하고 그게 증폭되어 자기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감정을 콘트롤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가급적 글을 쓰지 않고 그 감정이 식은 후에 좀더 정제된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게 더 나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두번째 위험은 자아도취의 가능성입니다. 글쓰기를 하다보면 자기 자신도 깜짝 놀랄만한 통찰을 하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글을 쓰게 될때가 있습니다. 그런 글을 쓰고 나서 "오, 신이여 정녕 제가 이 글을 썼단 말입니까?" 하고 흐뭇해질수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좋아하고 칭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글과 사랑에 빠질때 비극은 시작될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글에 담긴 생각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기 쉽습니다. 인지부조화를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자기가 썼던 글에 맞추게 되기 싶습니다.  또한 그런 과대평가가 지속되면 결국은 자아도취에 빠지게 되거나 자기 글에 갖혀서 살게 되기 쉽습니다. 글이란게 말보다 더 강한 구속력을 가지므로 허영심을 채우는데에도 아주 유용합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교만한 마음이 들게 되는데 이는 자기파멸의 지름길입니다. 자신의 실제 인격보다 더 포장되어서 보여지는 인격은 나중에 큰 후유증을 갖게 되기에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글쓰기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동기가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 주장을 뒷받침한만한 증거를 가져오게 됩니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선택이 일어나는데 그 선택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요인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학술적인 글쓰기에는 이러한 주관성과 감정이 최대한 배제되기에 그 글에서 확증편향이 일어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확증편향에 노출되고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기가 힘들어 집니다. 그런 확증편향이 습관화가 되면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지 않고 인식체계가 망가지는 흑화의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SNS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흔히 보여주는 패턴이기도 합니다.


결국 글쓰기는 양날의 검처럼 자기 자신을 발전시킬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흑화시킬수도 있는 도구입니다. 이러한 도구를 맹신하기 보다는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혜롭게 잘 사용하여 즐겁고 유익한 글쓰기가 될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설명 본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