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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Jun 09. 2020

"선택의 역설"의 심리학  


"선택의 역설"이란 우리가 선택이 많으면 더 자유를 느끼고 더 행복할 것 같지만 오히려 선택지가 적은 상황보다 더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역설적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 샴푸가 하나만 있으면 그걸 사면되는데 수십 종의 샴푸가 진열되어 있으면 과연 이 중에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하고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결과적으로는 선택이 없는 경우보다 더 나쁜 심리적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선택의 역설"은 베리 쉬바르츠라는 심리학자가 주창한 개념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내용입니다.


https://www.ted.com/talks/barry_schwartz_the_paradox_of_choice


저는 여기에서 좀 더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왜 선택의 역설이 생기는지에 대한 고찰을 해보고 그것이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나눔을 통해서 우리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심리학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제가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아마추어의 통찰이니 허접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과감하게 한 사람으로서 선택과 관련하여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먼저 선택의 역설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인 후회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 후회의 가능성 때문에 선택의 자유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상황은 그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선택을 대신해 주었다면 나는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졌을 때 그 사람을 원망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고 내가 선택을 하는 상황이면 부담감을 느낍니다. 내가 나를 원망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후회라는 감정은 과거의 선택에 전적으로 의지한다기보다는 현재의 상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과거의 선택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 선택의 결과로 오늘날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생깁니다. 즉, 선택의 역설의 근본적인 원인은 후회를 두려워하는 것인데 그것은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원망하는 상태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과 관련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정장애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먼저 선택의 두려움은 어떤 선택이 다른 선택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그 선택은 사실 쉬운 선택입니다. 하나의 옵션이 다른 옵션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상황에서 그 선택을 고민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다 어려운 선택은 둘의 저울질이 어려운 상황일 텐데 그러한 경우에는 사실 어떤 선택이든 비슷하다는 것이니 그것 또한 크게 고민할 이유도 없습니다. 즉,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선택의 중요성을 심리적으로 과대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명백한 상황이 아닌 이상 어떤 선택을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다만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마음의 소리를 듣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그게 선택의 유익이라면 유익일 수 있습니다. 선택할 기회가 없었더라면 듣지 못했을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선택을 하기 전에  용기와 만용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전재산을 털어서 로또를 샀다고 한다면 그건 용기일까요 아니면 만용일까요? 아마도 만용에 가까울 것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저울질에서 선택에 따른  기댓값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결정을 한 것이니 만용인 것입니다. 자기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도 만용에 가까울 것입니다. 즉, 선택의 역설을 피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결과에 따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만용이 아닌 용기를 내야 하고, 그것은 그 선택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신이 지식이 부족하면 믿을만한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중하게 숙고를 하더라도 그 판단이 항상 최선의 판단일 수는 없기에 후회를 피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현재 실력의 영역이 아니라 미래 운의 영역에 가까우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마음을 비우는 게 맞습니다. 즉, 과거의 자신의 판단은 그 당시의 상황에서는 최선이므로 나중에 그 판단이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그러한 후회감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떠한 부분이 문제가 있었는지 복기하는 기회로 삼으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후회를 전혀 안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결혼을 해도 후회하고 결혼을 안 해도 후회하는 것처럼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를 하고 그 선택을 안 해도 후회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해서 생기는 후회가 하지 않아서 생기는 후회보다 더 짧게 지속된다고 합니다. ) 후회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후회를 대면하고 후회를 친구삼아 자기 자신을 더 성장시키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게 더 나은 자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선택 자체를 줄이는 것의 유익함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소한 일들도 다 일일히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분산시켜서 정작 중요한 일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중요한 분야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오늘 무얼 먹을까, 오늘 무얼 입을까 하는 선택은 많은 경우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선택을 하는 것도 뇌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하가 걸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즉, 선택의 효용 대비 선택을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상황은 비용 대비로 보았을때 타산이 맞지 않는 선택이니 그런건 최소화 하는게 뇌의 피로도를 줄이고 일의 능률을 올릴수 있는 방식인 것입니다. 주크버그나 스티브 잡스가 똑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것도 그런 원리인 것입니다. 모든 선택이 다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선택을 잘하는게 더 나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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