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광 Jun 12. 2020

후광 효과

저는 미국의 스티븐 킹이라는 베스트 셀러 작가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리에게는 "쇼생크 탈출"이나 "미저리" 같은 영화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소설가로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입니다. 그는 넘치는 창작열을 주체하지 못해 장편 소설을 매년 한편씩 발표하는 걸로는 성이 안차서 (그 당시에 출판계에는 장편 소설은 일년에 한편 이하로 제한하였다고 합니다) 리차트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도 동시에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매년 스티브 킹이라는 이름으로 소설 한편, 리차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소설 한편 이렇게 두편씩 발표한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1인 2역을 한 것이지요.




그렇게 몇년이 지났는데 흥미롭게도 그 당시 미국의 문학평론가들은 스티븐 킹을 돈만 밝히는 저급한 작가라고 까면서 동시에 리차드 바크만의 작품들은 극찬을 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출판 판매 부수는 스티븐 킹의 이름으로 나온 소설이 리차드 바크만의 이름으로 나온 소설보다 10배는 더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똑같은 사람이 쓴 소설인데 유명인의 이름으로 나온 것이랑 듣보잡의 이름으로 나온 것이랑 평론가와 일반 대중들의 반응은 매우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후광 효과(halo effect)의 사례라고 할수 있습니다. 저 역시 후광 효과 덕을 보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연세대 교수 시절보다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교수 시절에 논문을 더 수월하게 출간할수 있었는데 그 이유에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라는 타이틀이 주는 후광효과가 없었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연세대가 국내에서는 명문대학이지만 국제적으로는 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스티븐 킹의 사례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스티븐 킹의 후광효과가 대중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평론가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소설도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이 저자로 들어가면 평론가들은 박한 점수를 주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소설가에 대한 반감이 은연중에 들어간 것일텐데 그건 사실 그건 평론가들이 professional 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대중들이야 어차피 아마추어이니까 후광효과에 의해 판단을 하는 것이 그러려니 할 부분이지만 평론가들은 그래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직업 윤리에 맞게 편견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성 만으로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사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사회의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경청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보다 신뢰할만 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을 계속 업데이트 해야함은 물론, 그들의 판단이 양심과 전문적 지식에 바탕을 두고 개인적인 감정과 편견에 의하지 않도록 노력할 직업윤리적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굳이 평론가들을 변명하자면 아마도 문학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는 예술적 가치나 작품성 이라는 것이 다소 명확하지 않고 주관적이기에 보다 객관적인 과학분야 보다는 이러한 후광효과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후광효과는 실재하는 것이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주된 요소이기에, 올바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경계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 것처럼 정신적인 건강과 이성적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수는 없지만 알려진 종류의 편견에 이름붙히기를 통해서 스스로를 경계하고, 보다 사실을 기반으로한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러한 노력이 자기 자신을 관념속의 가짜 세계에 빠지지 않고 실재하는 현실 세계에서 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한 제 생각에 이런 후광효과에 취약한 또다른 분야로는 정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넷이나 SNS 의 발달로 인해 편견이 강화되기 쉬운 환경에서는 이러한 후광효과가 더 쉽게 발현될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중에서 후광효과를 가장 많이본 사람은 박근혜일 것입니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으로 아주 쉽게 정치를 시작했고 그 덕으로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입니다. 아쉽게도 박근혜는 그 후광효과 덕택에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지 못한채 너무 쉽게 대통령이 되어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려다 그만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놀아나고 결국 탄핵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많이 받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후보 시절 큰 호감이 있었는데 그게 결국은 후광효과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편견인지 아니면 뛰어난 직관이었을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편견보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이상, 저는 더이상 선입견이나 편견에 의거한 판단은 지양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편견과 데이터, 두 주인을 함께 섬길수는 없는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택의 역설"의 심리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