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광 Aug 16. 2020

연결된 사회

올해 초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자유의 종말"이라는 글을 네이버 블로그에 쓴 적이 있었습니다. 서구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믿음인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그 자유의 가치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유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와 서구 사회의 기본 전제를 뒤집는 발상입니다. 자유의 가치에 대해 의심을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연결된 사회라는 현실을 자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이곳 미국에 창궐하는 현실이 이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의 삶이 타인이 행사하는 자유에 의해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kim00020/221873588372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까 한국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분명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에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할수 밖에 없는 것은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사건에 영향을 받을수 있는 위험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실 하에서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사람이 그 결과에 영향을 받게 되고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있는 복잡계 현실에서는 그 영향이 예전보다 훨씬 더 커질 위험이 있습니다.  


사실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연결되었습니다. 서울 집회에 당일치기로 전국에서 모두 올라올수 있을만큼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모여살고 있고 더 자주 모입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SNS 의 발전으로 실시간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환되고 뉴스들이 금방 전달되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연결고리가 촘촘해지고 많아지면 교류가 빈번한 것들이 물리적으로 변동성을 증가시킵니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할수 있게 되고, 사회가 예전보다 훨씬 더 양극화되고 갈등이 높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구조가 촘촘해진다는 것은 양날의 검처럼 이익과 위험이 공존하는 현실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연결된 사회에서는 예전보다 더 상호존중과 상생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상대에게 저지른 무례와 탄압은 연결된 구조 때문에 결국 나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서로 영향을 쉽게 주고 받을수 있는 구조하에서 상대를 적폐로 규정하고 갈등을 높히면 그 피해는 고스란이 이 사회에 남고 내게도 전달되는 것입니다. 예전처럼 연결이 촘촘하지 않으면 적당히 담장을 높히 쌓고 소통을 하지 않고 상대를 미워하면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동지의식을 추구하는 구시대적 정치 공식이 유효할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연결이 촘촘한 사회에서는 그보다는 상호존중과 용서를 기반으로한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상대가 건강해야 나 역시 아프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 이웃의 삶의 터전이 견고해야 내 삶의 터전도 견고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좁은 땅덩어리에서 같이 살고 있는한,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가야 하는 한,  상생의 마인드와 미래지향적 사고를 바탕으로한 화해의 노력이 우리가 후세에게 물려줄 유산이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북한과 갈등을 키워서 전쟁의 위험을 높히는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연결된 사회에서는 공생 아니면 공멸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깅의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