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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Aug 23. 2020

감정의 주인 되기

저는 최근에 어느 인지심리학자의 대중강연을 들었습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집에서도 이런 양질의 강연을 듣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도 관심이 있는 분야라 경청을 했는데 반 정도는 어느 정도 아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반은 새로운 내용이었습니다. 그 새로운 내용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알게 된 것은 인간의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https://youtu.be/ustW_lwl624



이 교수님의 강연에 의하면 인간의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안이라고 합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떤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감정일 텐데 그게 뇌의 입장에서는 계속 판단을 유보하고 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뇌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뇌는 똑똑하지만 게으르기에 빨리 판단을 내리고 쉬고 싶어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뇌가 쉬지를 못하니 그걸 제일 싫어하는 것입니다.  불안한 감정에 사로잡히면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증폭되어서 다가오기에 뇌에게 더 큰 저항이 되어서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종교를 찾는 것도 그러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안이니 그걸 제대로 해결해 주는 게 있다면 그것이 큰 인기를 얻게 될 것은 자명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내면이 약하고 마음을 달랠 곳 없는 사람이나, 아니면 불안감이 더 커지게 되는 사회일수록 종교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종교의 근본 정신을 잘못 이해하거나 피상적으로 이해할 때 불안감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불안감을 피할 종교 행위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보다는 당장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쉬운 길을 찾게 될 때 문제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감정의 주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통제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비가 오는 날도 있고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또 해가 쨍쨍 내리는 날이 있는 것처럼 감정이라는 것은 바깥 날씨처럼 변할 수 있습니다. 외부 환경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폭풍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것에 내가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는 내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그 비를 다 맞을 필요는 없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고 그 감정에 나 자신을 노출시켜서 그걸 다 겪을 필요는 없습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쓰거나 외출을 삼가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그걸 관찰하면서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거나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을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침묵을 실천하며 자신을 지키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  즐거운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감정을 발산하고 흥분을 느끼는 것도 자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니 별로 좋은 행동이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을 절대화하고 그에 지배받는 자신을 연민하면서 값싼 동정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거리를 두고 그 상황에서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인지를 탐구하는 자세가 더 나을 것입니다. 결국 인생의 가장 큰 화두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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