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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Sep 28. 2020

리더쉽의 진화    

오늘은 유투브에서 흥미로운 기록물을 보았다.


https://youtu.be/V6iwt-dL4k4


위의 비디오는 1954년에 찍은 것인데 거기에 16살의 한국인 소년이 등장한다. 이 소년의 이름은 백낙청인데 나중에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되었고 "창작과 비평"이라는 계간지를 창간하며 진보적 지식인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박정희 유신을 비판하는 시국 사건에 연류되어 1974년에 서울대 교수에서 해직되었다가 1979년에 박정희가 죽고나서 1980년에 복직이 된다. 이 비디오가 흥미로운 것은 1954년이면 대한민국이 625 전쟁 직후로 가장 못사는 나라였는데 이 소년은 상당한 수준의 영어회화 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 당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했을텐데 이 젊은이는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수 있었으니 상당히 유복한 집안임을 알수 있다. 실제로 백낙청 교수는 미국의 명문 브라운 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졸업생 대표 연설을 했음)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영문학 박사를 받았으니 당대 최고 수준의 엘리트임에 분명하다.


이 백낙청 교수가 1960년대에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왔을때만 하더라도 한국인들은 대부분이 무식했고 일부 소수에게만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가 있었다. 그런 사회에서는 선진 문물을 접한 지도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일반 국민들은 그 방향을 따라 성실하게 일하는게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그런 성장 공식을 채택했던 것이고 그게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해서 짧은 기간동안 빠르게 성장하기에는 효율적인 면이 있으니  1980년대까지는 어느 정도 유효한 방식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러한 방식이 유효한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첫째는 이제 일반인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져서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 그룹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에 엘리트와 일반 국민의 이분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990년대에 일어난 세계화로 인하여 세계는 좀더 가까와졌고 개방의 문턱은 낮아졌으며 인터넷 등의 발달로 인해 정보가 더 많이 개방되고 지식의 발전이 더욱 빨라졌다. 게다가 중국의 부상이나 인권 환경 기후 문제 등으로 인해 국제 역학 관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성장 공식이 보다 다원화 되고 복잡해 졌다. 이제는 어느나라 발전 모델을 벤치마킹 해야할지도 명확하지 않고 예전처럼 문제가 단순하지 않고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학계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서울대 교수이면 정말 대단한 권위를 가졌다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처럼 세계의 대학이 경쟁하고 연구 실적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환경에서는 그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많이 약화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의 변화는 이제 리더쉽 역시 그에 따라 진화될 것을 요구한다. 더 이상 1970-80년대식의 top-down 방식의 계획 경제가 유효하기는 어렵고 그보다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bottom-up 방식이 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소수의 엘리트가 이끄는 과거의 일방적 리더쉽보다는 쌍방향 소통을 바탕으로한 집단 지성이 더욱 잘 발현되는 방식으로 사회의 의사결정 방식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사고에 젖어서 옛날 방식으로 사고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은 2020년인데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는 시대의 사고 방식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끌겠다고 하는 형국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민주사회가 도래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행정을 했던 것처럼 지금의 정부 역시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자생존의 방식으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할수 있지만 사람 자체는 쉽게 변하지 않기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세대 교체만이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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