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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Nov 13. 2020

행복의 추구  

저에게는 자녀가 둘이 있는데요, 둘째가 이번에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를 좀 닮아서인지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전공을 응용수학으로 정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빠가 하는 연구가 어떤 건지 꼬치꼬치 묻길래 아빠가 쓰고 있는 논문을 주면서 읽어보고 영작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사실 무얼 해도 예쁜 딸이지만 아빠와 좀 더 깊은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게 대견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상태에서 나누는 대화는 이전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누는 대화보다는 더 깊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사랑은 사실 공감과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건 어느 정도의 공통된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는 것 자체도 물론 즐거운 일이고 그 공부를 통해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믿음도 (실제로는 아닐지 몰라도) 저에게 좋은 동기부여를 줍니다. 그러나 이 자체는 자기만족에 가까운 것이고 허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기쁨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같이 공감된다면 이는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의 즐거움을 줍니다. 즉,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게 되면 그게 공감되면서 더 온전하게 감상되고 여운이 더 남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자녀와 학문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어떤 즐거운 일에 사랑이 추가되면 그 즐거움은 증폭되어 전달됩니다. 똑같은 강의를 하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하는 강의와 그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마음에서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강의는 그 즐거움의 크기가 서로 다를 것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들이 여럿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최근에 발견한 것은 그 길에 사랑이 추가되면 훨씬 행복감이 증폭되어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공감과 긍정적인 피드팩을 통해서 그 즐거움이 보다 온전히 감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반대 역시 성립합니다. 힘든 시기를 지낼 때 사랑이 없으면 (즉 혼자라는 느낌이 들면) 그 어려움은 훨씬 증폭되어서 전달됩니다. 내게 친구가 있다는 것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그 감정이, 어려운 시기에서도 다시 힘을 내고 절망하지 않게 되는 비결입니다. 그래서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는 사랑의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절망에서 구원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그 사람이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겉으로 화려한 인생을 살더라도 내면은 우울과 불안뿐입니다. 불안과 걱정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피해서 사는 삶보다는 사랑과 행복이라는 적극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인생이 보다 바람직하고 건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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