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1
오늘 쓰는 어제 일지. 어제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연달아 생겼다. 속상한 일 있어도 괜찮다고 힘내라고 할 수 있다고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하늘에서 좋은 기운 계속 보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갑자기 힘이 용솟음쳐서 신나게 치킨에 맥주까지 먹었더니 다음 날 아침 숙취가 어마 무시했다 ㅠㅠ 그래도 출근한 나 칭찬해!!!
하필 이런 날 일도 많고 ㅋㅋㅎ 억지로 회식하고 출근해야 하는 미생 같은 직장인의 삶이란 이런 걸까 약간 체험판 하는 느낌이다. 속이 울렁울렁 머리 깨지고 제정신 아니다 알쓰 술취광이 이제 금주선언합니다 ㅠㅠ 그래서 그런가 어제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 ㅠㅠ
매일매일 일지를 쓰려고 했는데 ㅜㅜ 매일매일 감사할 일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ㅋㅋㅋ 앞으로 간단하게 메모라도 해놓고 늦어도 꼭 기록해야지!! 진심으로 마음에서 행복했던 그 긍정적인 기분을 놓치기 아쉬워 최대한 기억을 쥐어짜 내 써보는 글.
생각해보면 내 주위에는 항상 언제나 매 순간마다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진가를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적도 있고 그들의 진심을 내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때 상황이 어떻든 나에게 어떤 이유가 있었든 아무튼 철없고 속이 좁았던 건 부정할 수 없다. 그 당시 그렇게 큰 마음을 보여주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하고 복잡한 마음이 든다.
어제 정말 뜻밖의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연락을 받았다!! 정말 기쁜 소식을 전해주신 분이 어제 하루만 두 분이나 있었고 그 소식들에 정말 마음속에서부터 축하하고 내 일처럼 기쁘고 막 감격이고 그랬다.ㅜㅜ 그리고 이렇게 좋은 소식이 생겼을 때 나를 생각해주시고 나에게 소식을 전달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ㅋㅋㅋㅋㅋ 아 이건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안 웃긴데 왜 그때는 그렇게 웃겼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에 올라왔던 성격검사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순간 좌절감을 느끼고 이게 맞나 살짝 의구심이 들 무렵 초록색 결과 점수를 받았더니 다들 축하해줬다. ㅋㅋㅋ 마치 내가 가는 길이 어디로 가는지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안 보여서 헤매다가 초록색 신호등을 딱! 만난 기분. 물론 가볍게 하는 심리테스트이지만 그래도 이 타이밍에 아무것도 모르던 친구가 보내줬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다 남편 덕분에 내가 초록색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ㅋㅋㅋ
또 나에게 다정한 안부를 물어주신 분도 있었고, 그렇게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가 상처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걸 나에게 털어놓아 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복잡한 머릿속을 조금씩 풀어내서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참 좋았다. 뭔가... 그런 넓은 마음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고 이해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스스로를 의심하고 위축되어 나의 행동과 생각에 한계를 쳐두면 내가 그만큼 작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쪼그라들게 한 어느 한 경험으로 인해 그다음 상황에서 내가 진심으로 행동하지 않고 눈치만 보며 위로든 안부든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만약 상대가 누구라도 대화하고 싶었었다면... 물론 아닌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랬었다면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의 나처럼 누군가와 절실히 소통하고 싶었다면 그게 뭐라고 왜 도움을 먼저 건네주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해서 책 소식도 받았다 ㅋㅋㅋ 한 서점에서 오픈 빨(?)로 쭉쭉 치고 올라갔다가 찰나의 영광을 누리고 이제 내려가는 때인가 싶었는데, 다른 서점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소식! 물론 이곳도 영원하진 않겠지만 잠깐이라도 좋은 반응을 받았다는 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 좋은 출판사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고, 주위 사람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은 것도 행복했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재밌었다 ㅋㅋㅋㅋㅋ 책 홍보도 뭔가 더 열심히 해야 할 텐데 싶기도 하고 암튼 잘 계획을 짜 봐야겠다
가장 감동적이고 뭉클했던 것은... 저녁에 받은 전화 한 통. 몇 달 전 있었던 일을 이제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 내가 마음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울컥했던 이유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고 지나갈 수 있었던 일을, 이게 꼭 사과를 해주시고 말고의 일도 아니었는데 나에게 진심을 표현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먼저 손 내주고 먼저 다가와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나와는 달리 먼저 행동으로 옮겨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리고 그때 내가 부재중 통화를 보고 다시 전화드리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더 오해가 쌓였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내 마음이 쪼끔씩 넓어지려고 꼬물거리고 있을 타이밍에, 정말 필연적으로!!! 그날 그 시간에 연락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 ㅠㅠ 아니었으면 내가 전화를 받을 용기도 전화를 드릴 용기도 못 냈을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날이 아니었다면 돌다리도 아닌 시멘트 고속도로 앞에서 기백 번을 두드리며, 상처 받기 싫어, 사람이 변한다는 걸 믿지 않아, 그 진심을 의심하고 왜곡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변했고 상황도 변하고 모두가 변한다. 이건 분명하다. 상대가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내가 변했다면 모두가 달라진다. 그들을 보고 받아들이는 내가 변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똑같더라도 다르다. 그리고 그들도 매 순간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달라진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또 한 번 마주친다면 한층 더 성숙한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 시작을 먼저 해주신 그분께 깊이 감사드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친구에게 정말 좋은 일이 생겼고, 나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었는데,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바로, 나의 부러움을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정말로 순수하게 축하해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옛날에는 못났게도 마음 한 구석에 와 나는 언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착잡한 마음에 겉과 속이 다른 축하를 했던 것 같다 ㅠㅠ 못났다 못났어.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다! 뭐라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부럽기는 하지만 나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와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정말 기분 좋고 행복할 거 같은데 지금 친구도 그런 마음이겠구나 너무너무 좋고 축하할 일이다 하는 느낌? 친구에게 행복할 일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바라는 느낌?
내가 원하는 게 명확해져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결혼생활은 이래야 해, 연애할 때는 이래야 해, 사랑한다면 이래야 해 하는 외부적인 기준이 참 많았다. 그런데 그 기준이 사실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들 하니까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망하고 자격지심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남이 그렇게 하는 모습을 막연히 부러워하면서도 내심 나의 상황과 비교하는 못난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뭔가 어렸을 때 경쟁심이 많았던 것 같다. 한국 학교에서는 같은 반 친구들과 성적으로 경쟁하고, 함께 수시 공부했던 친구들과 대학으로 경쟁하고,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는 학점으로 경쟁하고, 프리랜서로 일할 때에도 성과로 경쟁하고... 서로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 그랬을 수도 있다. 물론 그때에도 아무 시기 질투 없이 정말 맑고 순수한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안 그랬겠지만, 나는 마음도 좁고 잘하고 싶은 욕망도 컸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노력해서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게 타인과는 전혀 관계없이 비교당하거나 스스로를 비교할 필요도 없이, 내가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최선을 다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과 조용히 둘이서 보낸 평범한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아주아주 평범하고 예전과 똑같았던 그런 저녁시간이었는데도, 그리고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도 않았는데도, 정말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뭔가 벅찬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남편을 위해 설거지를 하거나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청소를 하지 않는다. 남편이 일에 집중할 시간이 더 필요해서 저녁을 못 차리는 경우 나에게 말해주며 나는 내가 먹고 싶었던 테이크아웃 음식을 사 온다. 물론 남편에게도 같이 먹을 거냐고 물어보고 남편의 의견을 존중한다.
남편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 보여도 남편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나도 일하고 와서 피곤한 상황에서 설거지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체력이 좀 남아있고 남편을 위해 진심으로 뭔가를 해주고 싶을 때 대신해줄까? 하고 물어본다. 그때 남편이 자기가 설거지하고 싶다고 하면 고맙다고 표현하고 당신이 최고라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남편도 오늘 하루 회사 다녀오느라 고생했다고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준다. 그러면 어떤 날에는 왈칵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그게 감동이라 설거지하는 남편 등에 껌딱지처럼 붙어있기도 한다. 그게 나에게는 행복이다.
아, 나는 행복했다. 덕분에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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