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상과 그 사람의 온 우주를 사랑하는 것이다. 각자의 세상에서 아무 문제없이 이뤄졌던 자신만의 법칙이나 일과들이 새로운 우주와 만나 또 다른 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그 과정에서 평화를 찾기 위해 어느 정도 상황을 인식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이 산속의 호수처럼 맑고 마음이 지중해 태평양처럼 넓었다면 서로룰 따뜻하게 품어내고 사랑으로 감싸 안고 모두 가능하겠지만, 마음이 간장종지보다 작은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상대를 바꾸려고 했다. 나는 간장종지라 상대가 간장이 되어야 내 안에 들어오니까.
하지만 남편은 간장종지에 갇혀있기에는 너무나도 큰 사람이었다. 남편이 살아온 날들, 경험했던 다양한 사람들, 부모님과 사회에서 배운 가치관들, 그가 생각하는 미래와 세계들.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 나와는 다른 사고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그를 내 세상에 맞춰달라고 내 세상에서 올바른 일만 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서로가 다르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위할 수 있었다.
서로 맞춰간다는 것은 나를 희생하거나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맞춰간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만의 방식을 상대에게 강요하기보다 상대의 방식에서도 장점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장점을 배우고 둘이 함께 있을 때 각자의 장점이 시너지를 내어 더 좋은 합이 된다.
남편을 인정해야 한다. 남편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는 그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이 원하는 결혼생활을 이룰 수 있도록 내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리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중심을 굳건히 잡아 내가 남편의 환경이 되어주어야 한다.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변수가 아니라 남편의 선의와 선행을 이끌어내 줄 수 있도록 내가 남편의 환경이 되어주어야 한다. '나'라는 환경 안에서 남편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내가 먼저 현명한 아내가 되어 남편을 아내에게 존경받는 남편, 아내를 가장 사랑하는 남편,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남편, 아내의 눈에 가장 멋있는 남편, 집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인정받는 남편, 낭만적인 남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동시에 나도 사랑받는 아내, 공주대접받는 아내가 되며, 만족스러운 결혼생활, 평화로운 부부 사이, 더 바랄 것이 없는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 사람이 된다. 결혼했으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누가 몰라서 안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내가 잘못 접근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을 바꾸려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바뀌어야 하는 것은 나였다. 내가 주는 자극에 남편이 반응한다면, 똑같은 자극을 주면서 남편이 다르게 반응하길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여러가지 다양한 자극을 골고루 주어 나의 어떤 자극이 남편이 내가 원하는 반응을 해줄지를 고민했었어야 한 것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명언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오류는 사람을 고치려는 데에 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원하는 인생을 살 권리와 자격이 있는데, 나에게 맞춰서 상대를 강제로 수정하고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으니 당연히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것을 기꺼이 해줄 수 있도록, 그 사람이 내가 행복해하는 일들을 기꺼이 해줄 수 있도록, 내가 할 일은 사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똥차 가고 벤츠 오는 이유는 한 번 똥차를 타본 내가 또다시 똥차에 타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도로를 통제하고 똥차 보냈다가 벤츠 보냈다가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다양한 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고, 내가 똥차를 골라서 탔다가 그다음에는 아무 차가 아니라 더 좋은 차에 승차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놈이 그 놈인 이유는 그 년이 그 년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연애든 결혼이든 일정한 패턴으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그놈이 그놈이 되는 이유는 그런 놈만 선택하는 나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리 좋은 사람을 찾았어도 장점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단점에 집중해서 상대를 고치려고 하는 나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누구에게나 장단점은 있다. 장점'도' 봐주고 장점'도' 언급하고 장점'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몰랐다. 내가 부정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지를.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장점은 축소하고 단점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오류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으로 천하의 쓰레기 재활용도 안될 쓰레기들과 사귀었던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게 된다. 내가 어떤 자극을 주었는지, 내가 어떤 언행을 했는지, 내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 한 번쯤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내가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러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냥 천천히 연습하면 된다.
대화법을 아주 조금만 바꿔도 대화 전체의 흐름을 좋은 방향으로,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어떻게 말할지 결정하고 어떻게 들을지 선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도 건강하게 해소하고 대화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한다면, 미래의 새로운 관계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찾은 방법으로는 남편과도 말이 통하는 대화법을 연습하였다. 어쩌면 직관적으로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가장 효율적인 대화법일 수 있다.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최후의 보루로 했던 노력이었다. 그 당시 용기를 내어 변화를 만들어낸 과거의 그 결정에 감사하다.
내가 인사를 받고 싶다면 먼저 인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99 퍼의 확률로 인사를 받는다. 내가 평화를 유지하고 싶다면 싸움을 걸어왔을 때 평화를 택하면 된다. 갈림길에서 나는 이 방향으로 갈 거야 하고 실제로 가면 된다. 그러면 이 사람도 나를 따라온다. 나는 이쪽으로 가고 싶어 하고 남편 길로 따라가면 효과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언행일치. 일관적이고 단호하게 내가 갈 길을 가면 된다. 아름다운 삶, 평화로운 삶,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선택하면 된다.
내가 그릇이 더 큰 사람이 되어 그의 실수도 그의 단점도 그의 사과도 모두 받아들이고 품어줄 줄 아는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 그가 아무리 나에게 심한 발언을 했더라도 나에게 시비를 걸더라도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우아한 반응을 하고 싶다.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하는, 분위기를 더 가볍게 하는, 마음을 더 편하게 하는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상대가 나에게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신뢰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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