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21
나는 항상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랐다. 안전한 공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 나와 같은 상황을 겪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한국인이었으므로, 계속 한국 모임을 찾고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갔다.
그런데 해외의 한인사회는 참 좁아서 똑같이 이민 와서 살고 있어도 그 안에 촘촘히 구분이 되어 있었다. 군인가족과 일반인과는 대우가 달랐고, 임신, 출산, 육아하는 부모의 입장과 아이가 없는 부부의 우선순위가 차이가 많았다. 학생과 직장인의 삶,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일상과 인간관계도 참 많이 달랐다. 그런 사회에서 나는 그곳만의 기준에 나를 맞춰서 어떻게든 포함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이제까지 내 입장을 보호하고 타인이 내 입장을 잘못 대변했을 때 설명해주고 싶어 했던 이유는 나를 나 그대로 인정받고 싶어 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왜곡된 말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게 각색된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남의 말을 전달한 그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었다. 각자 생각은 각자 말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이렇게 생각한 배경은 상대가 나와 말이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나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사실 나만의 생각이다. 나만의 믿음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어차피 나는 모른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타인은 어차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듣는다.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진실을 구분할 것이고, 그럴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어차피 전달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과 대화하면 되는 것이었다. 만약 주변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외로운 나 같은 경우 일기장처럼 고해성사처럼 쓰는 이런 공간이 참 소중하다. 그리고 내 글을 찾아 읽어주시는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는 이곳에서 충분히 감정적으로도 공감을 받고 또는 커리어적으로 인정을 받는데 왜 자꾸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까? 한국식으로 인정 받지 못해서 그런가? 내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나?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일까? 왜 나는 한국의 인정을 계속 갈구하는가? 한국식의 정의로는 내가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다. 회사, 자산, 차 배기량, 아파트 평수, 명품 등 수치화된 점수가 딱딱 나오는 성적표에서 한참 밑에 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그동안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외부 조건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내가 어느 곳에 소속되고 싶어서 자꾸 나를 규정지으며, 나 스스로 (불필요했을) 기준을 세우고, 또 그 안에서 굳이 사람들을 구분 지어 생각했다. 그게 나 스스로 한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는데! 아니, 남편과의 갈등에서도 그렇게 깨달았었는데 그게 확장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되돌아보니, 나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사실 잘 몰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조금조금씩 배우게 되긴 했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에는 정말 무지했다!! 예를 들어 저 멀리에 있는 동유럽 국가의 역사나 중동 국가의 문화도 제대로 몰랐고, 어떤 국가는 이름도 제대로 발음할 줄 몰랐고 수도도 모르고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도 몰랐다!
한글이 자랑스럽듯이 다른 나라의 언어도 그 민족의 얼이 담긴 소통의 수단일 것이고, 한복이 아름다운 것처럼 다른 나라의 전통의상도 그 나라의 미의 기준과 삶의 방식을 반영한 결과물일 것이고, 한국의 역사, 사회, 문화 등이 소중하게 계승되어야 할 전통이라면 다른 나라들 역시 존중받아야 할 사항들임이 당연한 것이다.
나는 그냥 타인이 한국을 알아주면 그게 너무 좋았고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좋았는데, 그렇게 우리나라 얘기만 하면서 한국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과만 교류해왔던 것이었다!! 물론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상대의 나라나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청자가 되어 준다면 상대도 나처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한국을 아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처럼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생각한다면 신이 나서 자신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그렇게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 아직도 어려운 점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그 선을 잘 모르겠다 ㅠ 너무 캐묻는 것 같아 보이면 상대가 부담스러울 것도 같고 그렇다고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호응만 하다 보면 너무 무관심해 보이는 것도 같고. 얼마나 물어보고 무엇을 물어보고 어떻게 물어볼지? 뭐가 맞을까? 뭐가 좋을까?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의 시야를 훨씬 훠~~~~~~~~얼 씬 더 넓혀야 한다. 세상은 정말 넓고 내가 알고 있는 곳이 다가 아니다. 나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보고 느끼고 더 많이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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