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21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왜 그랬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다음은 사과를 바라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상대가 이유를 알려줘도 그게 나에게 '납득'이 되지 않으면 나는 받아들일 수 없고, 상대가 사과를 했어도 나에게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나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사실 답은 나에게 있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상대의 이유와 진심을 내가 판단하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이제 무엇을 할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유를 인정하거나 안 하거나, 사과를 받거나 안 받거나, 내가 그 사건에 머물지 않고 피해자로 남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what happens now?
내가 남편이 무엇을 잘못했고 그게 왜 잘못인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면, 누가 집안일을 더 하고 누가 더 많이 희생했는가에 대해 싸우지 않는다면, 어질러진 집과 더러운 화장실에 대해 다투지 않는다면, 그제야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그래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여유가 생기고 고맙다 미안하다는 예쁜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
부정적인 상황을 예방하고 회피하려고 노력한다면 시선을 360도로 두고 온갖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이게 나에게 위협이 될지 안 될지 판단하려 하게 되며 그것 자체로도 엄청난 체력소모와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내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그런 부정적인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사실 불가능하다. 그런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아져도 이것만 고치면 저것만 바뀌면 완벽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마치 삐까뻔쩍하게 청소를 해놔도 먼지가 앉는 것처럼. 공기청정기를 아무리 돌려도 청소기를 아무리 밀어도 어느 세제를 사용해서 얼마나 닦아도 먼지는 앉는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그것을 추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긍정적인 무언가에 집중해야 내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방향성을 정한다면 나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면 타인의 시선이든 사회의 기준이든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그게 정답이다. 내 인생이니 내가 정답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룬다면 그게 완벽한 것이다.
말이란 게 생각보다 영향력이 강하다. 우리가 매일 하는 말과 생각들, 부정적인 것들로 채우면 온 세상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단점의 다른 면을 보고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계속 의식적으로 사고의 흐름을 바꾸고 좋은 생각 좋은 말로 나를 채워야 한다. 물은 흐를 때 맑을 수 있다. 나의 생각의 물길을 터서 부정적인 생각은 흘려보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맑은 물을 쏟아부어 내 사고의 폭과 깊이를 넓힐 수 있을 때까지, 나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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