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성찰의 시간: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나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웠다.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불평불만인 사람들, 해결책을 알려줘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상대를 비난하고 탓하려는 사람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는 엄격한 사람들, 모든 대화에 반박하려 하고 공격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자신은 항상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 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럴까 고민도 많이 했다. 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계속 욕만 하는 거지? 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평하는 거지? 왜 계속 자기자신을 그 부정적인 상황에 노출시키는 거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특정인을 공격하는 거지? 어떻게 앞과 뒤의 행동이 다르지? 그렇게 싫으면 안보면 되지 왜 굳이 만나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내 생각의 방향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마음,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은 오롯이 나를 향해 흘러가야 했는데,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나는 또 온 신경을 남에게 쏟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물어야 할 질문은 바로 '나는 왜 이 대화가 힘들까?' 였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럴까?' 보다는
→ '나는 왜 저 사람의 말이 힘들까?'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보다는
→ '나는 왜 그 사람이 그러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까?'
'이 사람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지?' 보다는
→ '나는 왜 이 사람의 이런 행동을 보기가 힘들까?'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이 부담인 이유는 '나'에게 부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는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원인을 상대가 아닌 나에게서 찾으면 훨씬 더 수월하게 이해될 문제였다!
나에게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나는 사람이 앞과 뒤가 같아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을 믿기 어려운 이유는 혹시나 이 사람이 내 앞에서 한 말과 행동과 내 뒤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달라 내가 배신당할까봐 두려워서이다.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은 배신을 안한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그냥 내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 배신을 했다면 나는 또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하면서 원망했을 거면서...
나에게 남을 깎아내리거나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의 말이 힘들었던 이유는 그 사람의 부정적인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욕하는 대상은 정확하게는 내가 아니었지만, 그 부정적인 언어들에 내가 잠식되었던 것이다. 그 대화와 나를 분리시키고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숨은 메세지가 무엇인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 단어나 문장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부족한 점을 덮어주고 채워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약점을 캐내서 상대를 궁지로 몰고 바닥으로 치닫게 하는 상황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은 그러면 안된다, 이래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내가 상황을 잘못 보고 있었던 것이다.
불평불만을 말하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의도는 순수하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닌 공감과 응원이 필요한 경우일 수 있다. 상대가 감정쓰레기통으로 취급당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게 의도했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또는 불평불만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자랑하려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또는 정확한 사실만을 항상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상대에게 상처되는 말을 참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순수하게 상대의 열등감을 자극해서 자신을 높히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놓고 그러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은연중에 상대를 깔보거나 비교를 통해 우위를 점하고 싶은 욕구를 표현할 수도 있다. 자신은 맞는 말만 한다며, 사실만 말한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팩트폭행 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게 가스라이팅일 수도, 스트레스 해소법일 수도, 순수한 사실전달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이용하거나, 타인을 정신적으로 괴롭히거나, 뒷담화 하거나, 여왕벌 놀이 하거나, 이지매 하는 그런 상황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내가 몰랐다!!!
내가 편협했던 것이다. 내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았고 내가 안다고 믿었던 지식이 짧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사람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더하여, 누군가가 나에게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묘하게 기분 나쁜 말을 했을 때 대응할 방법을 찾았다. 이전에는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정말 예의없는 사람이다, 대체 왜 저럴까? 하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이제는 아 내가 기분이 상했는데 왜 그럴까? 나는 왜 저 사람의 말이 상처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로.
이게 정상인가요? 누가 맞나요?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은 정상인 단 한 개의 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이 하나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답이 여러 개일 수 있다. 그 사람의 감정도 옳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통제하려고 하는 이유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까봐,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움을 느껴 상황을 통제하려고 들지만 사실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배신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거나 혼자 남겨지거나 등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어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나를 공격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쓴다 하더라도 이제는 시간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옛날에는 그 사람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철썩같은 믿음으로 인해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나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뒷담화도 여왕벌도 이지매도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라는 것은 단지 내 의견일 뿐임을 아니까.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인정하고, 아 나는 이렇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런 면이 있었구나. 내가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 중 나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과 교류하면 된다. 그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욱 소중히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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