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Jul 08. 2022

말을 듣다 ≠ 말을 듣다

착한 아이처럼 말만 잘 들으라 해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에에에에에~~~

언어는 정말 흥미롭다. 언어는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언어가 내 생각과 감정을 형성하는 틀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말과 행동을 규정하기도 한다.


"나라 잃은 표정"

"모르면 간첩이다"

"이산가족 상봉하는 줄"

"어디 피난 가냐"

"전생에 나라를 팔았다/구했다"

등과 같이 민족의 얼이 서려 있는 언어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들을 보면 그 언어유희에 감탄하기도 한다.


언어라는 게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영향력이 강하다. 아주 미묘한 뉘앙스, 이중 의미, 관용구, 간접적이고 암시적인 표현 까지. 언어의 영향력이란 무궁무진하다.







그중에도 나에게 가장 영향력이 컸던 문장.


"말을 듣다"


목소리를 듣다 vs 시키는 대로 하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말들.


"너는 애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부모님 말 잘 들어야 착한 어린이죠?"

"선생님 말 잘 듣고 와~"

"말 안 들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다!"

"어른 말 들어!"


그러니까 나는 귀가 있고 청력이 있으니 말은 잘 듣는다. 귀로 듣는다. 그런데 상대가 한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근데 왜 똑같은 단어로 쓰지? 일종의 세뇌? 그럼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고마워"

"나의 의견은 이렇지만 너의 선택을 존중할게"

"나는 이러이러하길 바라는 소망이 있어"

"이건 사회적 규칙이니까 꼭 지켜야 해"

"우리 이렇게 약속하기로 했으니까 서로 잘 지켜주자"

"만약 지키지 못하게 된 경우에 꼭 알려줘"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까? 마!!!!! 한마디면 될 걸. 어렵다.




"당신의 말씀을 아주 잘 귀담아 들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알겠습니다."

"당신의 생각을 존중합니다."


나도 이렇게 대답해줄 수 있을까?


나의 상식선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내가 믿어왔던 모든 세상이 무너지는 한계에서

나의 존재 자체를 공격당해 궁지에 몰리는 시점에서

그동안 위태롭게 유지해온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공주다~ 지금 나는 공주 테스트받는 중이다~
나는 공주다~ 완두콩 때문이라고 말하면 된다~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

그럴 때마다 내가 속으로 외우는 주문







누군가가 어떻게 해줬으면 할 때

누군가가 바뀌었으면 할 때

사실 가장 효과적인 설득 방법은 그렇게 해서 내가 잘 사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다. 모두 잔소리일 뿐.




누군가가 결혼을 고민할 때 가장 설득력 있는 한 방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이다. 남편이 이러쿵저러쿵 시댁이 이러쿵저러쿵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너 보면서 너무 좋아 보여서 나도 결혼 결심했어 고마워."

"너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겠지.


누군가가 경력단절 이후 취업을 고민할 때 가장 응원이 되는 한 방은 취업해서 직장 잘 다니고 있는 모습이다. 직장이 어쩌고 상사가 저쩌고 진상 고객이 어쩌고 월급이 저쩌고 부질없는 이야기.

"너 보면서 나도 사회에 나가고 싶어 졌어."

"네가 일하는 모습이 멋져서 나도 용기 낼 수 있었어 고마워."


누군가가 이민을 고민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한 방은 이민 가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다. 인종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영어실력이 몇 점이 필요한지, 주변 환경이 어떤지, 구구절절이 설명해봤자 같은 곳으로 이민 와도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네가 새로운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이 자극이 됐어"

"나도 가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 졌어"


누군가가 미니멀라이프를 고민할 때 가장 효과적인 한 방은 미니멀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니다. 여유를 되찾고 단순하게 살아가고 정갈하게 살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좋아 보인다면 분명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할 것이다.

"나도 가볍게 살고 싶어서 해보려고!"

"이렇게 살아보니까 정말 좋더라 너 덕분이야"




누군가가 변화를 원한다면, 내가 그에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된다. 우리가 고민하는 이유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지만, 누군가가 이미 잘하고 있다면 그 가능성은 증명됐으니까!


만약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나 스스로 도전하면서 시험해 보면 되지 뭐!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뿜어줄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 보이면 된다. 그게 정말 좋아 보이면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렇게 되어있을 것이다. 그 모습으로 스며들어질 것이다.


그래도 안 바뀐다면?!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다. 바뀔 사람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스스로 변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im70064789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