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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an 31. 2022

우리 집 주방 담당, 외국인 남편의 미니멀 라이프

274리터 냉장고로 유기농 식단을 하면서 미니멀 주방을 유지하는 방법

오늘은 저희 남편 자랑을 좀 해볼까 합니다. ㅎㅎ 남편은 매일매일 저희의 식사와 건강을 책임지는 요리사입니다! 주방일 전담 총괄하고 있어요. 먼저 저희 남편이 만든 요리들 한 번 보시겠어요?


짜-잔!




남편은 먹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매일 먹는 한 끼이더라도 예쁘게 차려내서 맛있게 먹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정성 들여 차린 식사를 저와 함께 하거나 친구를 초대해서 대접하는 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저희는 설거지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한 접시에 다 놓고 먹어요 ㅎㅎㅎ 보통 남편의 요리를 보면 1 밥이나 빵 2 고기나 생선류 3 삶은 야채나 샐러드 4 후식으로 과일이나 요거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ㅋㅋㅋ 이렇게 꼭꼭 다 골고루 챙겨 먹는 답니다. 그리고 가끔 특식처럼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멕시칸 음식이나 이탈리안 음식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ㅎㅎ


Whole Foods


그리고 남편은 아주 건강식으로 먹어요. 저희 집에서 버스도 애매하고 걷기에는 먼 그런 유기농 마트가 있는데, 저희 남편 최.애. 마트입니다. 거기까지 가서 손수 가장 신선한 재료들로 고르고 각종 브랜드를 비교하고 이것저것 새로운 소스나 가루들을 시도하려고 사 오기도 합니다. 저는 정말 놀랐던 게, 사과도 종류가 열두 개도 넘고 남편은 그 종류들의 장단점을 꿰고 있어서 그날그날 먹고 싶은 사과의 종류를 소량으로 몇 가지씩 사 오더라는... 


보통은 남편이 장을 보지만 저에게 뭔가를 사 오라고 부탁하는 날에는 저는 마트에 가서 남편과 영상통화를 합니다. 까다로우신 분께서 어떤 종류를 원하는지 영상으로 다 보여주고, 남편이 고른 것만 사 와요. 초반에는 귀찮아서 동네 마트 가서 대충 사 왔다가 남편이 또 귀신같이 알아채더라고요ㅠㅠ ㅋㅋㅋ 그러면서 또 홀푸드 찬양을 오가닉이 얼마나 맛 좋고 건강 좋고 블라블라 ㅠㅠ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원하는 대로 해줍니다. ㅋㅋ



사실 저는 한식파에 초딩입맛이라 햄버거 피자 치킨도 잘 먹고 외식도 좋아하고 msg맛도 괜찮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반찬가게도 좋고 이미 다 조리된 냉동식품도 좋고 국이나 찌개 봉지로 판매되는 상품들을 먹어도 사실 상관이 없어요 ㅠㅠ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요리를 못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해요 ㅠㅠ


그래서 초반에는 한인마트를 싹쓸이해와서 냉장고며 냉동고까지 꽉 차게 채워놓기도 하고 미역국에 닭갈비에 떡만둣국에 이것저것 만들어 봤거든요... 그런데 이게 맛이 살짝 애매하더라고요 ㅠㅠ 물론 조미료 팍팍 넣었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뭐 어차피 외국인이니까 맛을 모르잖아요? ㅋㅋㅋ 그래서 이게 원래 이 맛인 줄 알겠지 싶어서 그냥 줬었는데 ㅋㅋㅋ 맛은 세계 공통인가요 자기가 맛있는 거 해주겠다면서 요리를 맡겠다고 자진해서 해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덕분에 남편이 좋은 거 먹을 때마다 옆에서 저도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ㅎㅎ 과일도 여러 가지, 과일 주스도 직접 짜 먹어요 그리고 스무디도 만들어 먹습니다. 그 설거지거리 많아지고 귀찮은 일들을 남편이 해냅니다!! 펜케이크를 먹을 때도 꼭 플레이팅 해서 먹고 오트밀을 먹을 때도 과일을 곁들여 먹고 무슨 이름도 모르는 치즈를 종류별로 해서 빵이랑 아보카도랑 올리브랑 올려먹고. 한 끼를 먹어도 정갈하게, 자신을 위해 먹는 남편이 정말 대단합니다.





저희 남편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저희 집의 주방과 수납이 정말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은 366 제곱 피트, 34 제곱미터, 약 10평 정도 되는 스튜디오 아파트(=원룸)입니다. 아주 작고 소듕한 공간에 더 작고 소듕한 주방이 있어요.


이 사진이 이사오던 날, 태초의 주방입니다. ㅎㅎ 오븐 겸 4구 가스레인지, 9.7 cubic feet (274리터) 냉장고, 싱크대와 상부장, 서랍이 있어요. 아기자기하죠? 저 좁디좁은 주방에서 요리하고 스무디 갈고 다 하더라고요. 저는 집이 좁다 좁다 불평하면서 이사 갈 궁리만 했었는데 이 안에서도 다 살아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Whirlpool


저희 집 냉장고는 274리터입니다. 300리터도 안 되는 냉장고로 3년 넘게 살림하고 있어요. 냉장고 안에 저의 지분은 한봉 다리 씩 사 오는 김치와 콜라, 냉동고에 만두나 떡볶이, 가끔씩 맥주도 채워놔요 ㅎㅎ 


나머지는 모두 남편 차지. 작은 냉장고로도 살림이 가능했던 이유는 모두 남편 덕분입니다. 남편은 장보는 것도 좋아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라, 매주 장을 봐요. 그리고 매일 요리하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사용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작은 냉장고라 냉파를 할 필요도 없어요. 바로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만 보관할 수밖에 없거든요 ㅋㅋㅋㅋㅋ 강제 미니멀이지만 아주 효과적이랍니다



저희 남편은 아주 희한한 시스템이 있었어요. 한 모금 정도밖에 안 남은 우유나 요거트를 남겨논다거나 (비어있는 것들을 봐야 다음에 장 볼 때 사야 된다고 기억난대요) 조금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둔다거나 (음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이미 열어둔 게 있는데 새로 연다거나 (쓰던 걸 못 찾아서 또는 새 걸 먹고 싶어서). 내버려 두면 결국 남편이 알아서 잘 처리하긴 하는데요...


반면에 저는 안 그래도 좁은데 좀 넓게 쓰고 싶어서 계속 비우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정말 순수한 의도로 한 모금 남은 우유 마셔버리고 쓰레기통에, 남은 음식도 그다음 끼니에 바로바로 먹어버리고, 오래된 소스나 음료들은 유통기한 확인하고 버려버렸어요 ㅋㅋㅋ 그리고 이미 열린 소스나 음료를 냉장고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새것들은 실온 보관 가능하면 상부장에 넣어두고, 냉장 보관이 필요하면 냉장고 하단의 서랍에 두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나니 남편이 장 봐야 할 것들을 목록으로 적기 시작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서로서로 잘 맞춰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저희 집은 지은 지 55년 된 낡은 집이에요. 집주인은 하와이에 안 계시는 것 같고 부동산이 관리하는 렌트인데요. 한국 같았으면 리모델링도 자주 해주고 가전들도 새것으로 바꿀 수 있었을 거란 마음에 처음에는 굉장히 불만이었어요... 이곳은 고장 나서 아예 못쓸 지경이 되어야지 교체해주거든요. 


냉동고에 성에가 가득 껴도, 주기적으로 제거해주면 된다고 하고, 냉장실이 차갑지 않았을 때가 있었는데 냉동고에 널널하게 자리를 비워야 냉장실도 온도조절이 된다고 하고 ㅜㅜ 근데 분하게도 다 고쳐지더라고요...ㅠㅠ 정말 튼튼해서 오래오래오래 쓰게 되는 냉장고예요ㅠㅠ 


물론 지금은 물건을 아껴 쓰고 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예전보다는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물론 강제 감사하게 만드는 그런 환경이지만요... ㅋㅋ 지금은 판매도 안 하는 낡디 낡은 냉장고라도 깨끗하게 청소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전부 이 냉장고에서 나오는데,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죠. 오늘도 고맙다 고맙다 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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