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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11. 2022

미니멀 집안일, 싸우지 않는 게 목표인 맞벌이 신혼부부

결벽증을 고쳐준 하와이 생활? 반 강제 자연친화적인 우리 집

지난달, 2주 반 정도 집을 비우고 돌아오는 날 타로를 봤어요. 제가 뽑은 세 장의 카드는 이기지 못할 싸움에 괴로워 하지만 깨달음을 얻고 평화를 찾는다(?)와 비슷한 풀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혹시나 남편과의 싸움? 직장 내에서의 다툼? 싫은 사람이 생기려나? 어떤 고난과 역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마음 졸였었죠ㅠㅠ


그리고 집에 온 첫날부터 짐 정리하며... 2주 반동안 남편이 편하게 잘 살았던 흔적들을 청소하며 깨달았어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 이기지 못할 싸움은 바로 곰팡이! 물때! 먼지! 그리고 벌레!!!!! 


제가 집을 비우기 전에도 락스로 박박 다 닦아놨던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심지어 샤워 커튼에까지!! ㅜㅜ 주방의 싱크대와 냉장고, 스토브까지 싹 다 번쩍번쩍 닦아놨는데도! 청소기 먼지통은 꽉 차 있고 바닥에 먼지가 소복소복~~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저나 저희 남편 둘 다 물건은 제자리에 정리정돈도 잘해놓고 굉장히 깔끔하게 생활하거든요. 다만... 저희 집은 지은 지 반백년 넘은 건물이라 아무리 청소를 해도 해도 해도 티도 안 나고 꼬질꼬질 낡아 보인 달까요 ㅠㅠ


게다가 저희가 사는 곳은 열대지역 따뜻한 날씨라 벌레도 정말 많아요. 아무리 약을 치고 벌레가 먹을 만한 것들은 전부 잘 치우고 해도 자연의 섭리를 어떻게 막나요 ㅜㅜ 


특히 싱크대 하수구 연결된 통로(?) 같은 곳은 마감도 제대로 안되어 있고 통풍구도 뻥 뚫려있어서... 개미며 벌레가 들어와요 ㅠㅠ 월세도 안 내고 살면서 자기주장 강하고 무소의 뿔처럼 자기 갈 길을 갑니다.


저는 벌레를 목격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아서 저희 집에 벌레가 있는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올빼미형인 남편이 밤에 벌레가 나온다고 알려주더라고요 ㅠㅠ 그러니까 제가 몇 년간 벌레를 못 보고 넘어갈 때는 우리 집이 안전하다고 느껴졌다가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니 소오오오름이 돋으면서 집에 있기가 너무 불안하더라고요ㅠㅠ







저희가 키우는 애 아니고요 ㅠㅠ 세 개 다 다른 날 다른 애예요 ㅠㅠ 하와이에는 게코도 정말 많이 들어오는데요ㅜㅜ 처음에는 기겁을 했다가 얘네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 그냥 놔두는데 며칠 지나면 알아서 나가더라고요 ㅠㅠ 어차피 잡을 수도 없고 달리기는 얼마나 빠르게요 ㅠㅠ 







저희 집 포토존은 테이블 위 + 창 밖 배경인데요 ㅎㅎ 어느날 필터를 썼는데도 난간에 희끗희끗 뭐가 보이는거에요 ㅋㅋㅋ 범인은 바로 이 날아다니는 아이들!! 예전에 좁쌀이랑 호두 같은 새 모이를 윗집에서 나눠줬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새들은 윗집 가서 밥 먹고 거의 저희 집 와서 똥 싸는 코스였죠. ㅋㅋㅋ 


매일 저 난간을 닦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날 잡아서 청소하려면 말라비트러진 새똥은 치우기가 참 힘들어요. 그래서 찾은 대안은 비 오는 날 난간 닦기! 비에 맞은 초크초크한 새똥은 그나마 잘 닦입니다 ㅠㅠ 




이렇게 강제(?) 자연친화적인 저희 집이 처음에는 너무너무 스트레스였어요 ㅠㅠ 부동산에 말해도 여기서 그 정도는 다 그렇다고만 하고 ㅜㅜ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위장병에 편두통까지 생겨서 병원까지 다녀왔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하루 종일 집안을 청소하고 쓸고 닦고 온갖 청소 세제까지 섭렵했었는데요. 그렇다고 청소 세제를 독한 걸 사용하면 제거하라는 묵은 때는 그대로인데 애먼 타일의 줄눈이 갈라지거나 벽에 균열이 보이거나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하더라고요...ㅠㅠ







거기다가 저희 건물은 집 안에 세탁기 설치조차 할 수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공용 세탁실이 1층에 있는데, 어차피 공용이다 보니 전 사람이 깨끗하게 사용했다고 그냥 믿고 세탁기나 건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ㅜㅜ.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세탁기에 신발을 돌렸는지 어쨌는지 저희 빨래에 진흙 같은 게 묻어 나오더라고요!! ㅠㅠ ㅂㄷㅂㄷ 남편이 건물 관리인께 말씀드렸지만 그냥 세탁기 비용만 2불 돌려주셔서 빨래를 전부 다시 해야 했던 일이 있었죠.




그러고 나니까 그냥 내가 아무리 유난 떨고 깨끗하게 청소해도...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ㅠㅠ 싶더라고요.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고 월세인데 뭘 그렇게 손이 부르트도록 청소하나 싶어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시력이 안 좋은데 집에서는 그냥 안경도 안 쓰고 흐린 눈으로 대충 사니, 또 그게 살아지더라고요 ㅎㅎ 당장 변기가 더러워도 물은 내릴 수 있고, 샤워실이 더러워도 나는 씻고 나올 수 있고 하니까요. 빨래도 그냥 어차피 공용 세탁기에 하니까 다 섞어서 한방에 해요.


아무튼 뭐든 쉽지 않은 이곳에서 결벽증이 강제로 고쳐지고 비자발적으로 관대해질 수 있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희는 기본만 하자 (기본의 정도 역시 엄청나게 서로 타협하고) 합의 봤어요 ㅎㅎ 


아직까지 제가 지키는 정리의 기본은

1. 버리기, 비우기

2. 안사기 (있는 거 쓰기)

3. 같은 종류끼리 모아놓기

4. 쓰고 제자리에 두기 (바닥 비우기)

5. 세로로 정리, 3등분 정리

이정도 입니다 : ) 




이 공간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용해서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이 공간이 얼마나 새하얗고 얼마나 깨끗한지는 나중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집이란 게 사람이 살아야 의미가 있지, 나와 남편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편하게 쉴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을요.


무리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 저희의 미니멀 라이프의 목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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