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타일을 잘 알아야 오래 입는 옷을 살 수 있다!
옷장을 아무리 봐도 입을 옷이 없을 때, 옷을 사고 싶은 뽐뿌가 올라올 때, 딱히 필요 없어도 뭔가를 꼭 사서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저는 오늘이 딱 그런 날... 하지만 쇼핑몰은 지난주에도 다녀왔고 여전히 캐쉬를 이빠이 다발로 들고 가도 살게 없읍니다...
정확히 말하면 예쁜 옷은 많지만 입을 수가 없어요. ㅜㅜ 이곳에서 유행하는 옷들은 몇 년 전부터 전부 배꼽티 아니면 등이 훌러덩. 아무래도 더운 지방이다 보니 옷차림이 자유분방해요. 10대나 20대였으면 시도라도 해볼 테지만 지금은 엄두도 못 내는 그런. ㅋㅋ
이사 오고 나서도 현지 스타일을 따라잡고자 옷을 사다 나르고 결국 못 입고 비우고 또 사다 나르고 또 비우고 한국에서 공수해오고 또 비우고. 그렇게 사다 날라도 입을 게 없다니! ㅜㅜ 여자의 인생은 쇼핑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쇼핑은 정말 지겹지도 않아요. 숱하게 옷을 사고 비우고 사고 비우고 아무리 해도 매번 짜릿해 흥겨워 황홀해!!! ㅋㅋ �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까지 사지도 않는답니다 ㅜㅜ 열쩡이 식었나, 심심풀이 땅콩으로 쇼핑을 가도, 내 눈을 사로잡는 옷이 나를 불러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해도 쇼핑으로 이어지는 게 드물어요. 아마 제가 저를 너무 잘 알아서일까요. 이걸 사도 얼마 못 가서 싹 다 비워버릴 거야!!! 하고 옷장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ㅜㅜ
이런 생각이 들면, 예전에 정말 잘 입었던 옷들이 생각나요. 내 몸에 딱 맞고, 편하고, 예쁘고, 정말 마음에 들었던 옷들. 막상 갈 데는 없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챙겨 입고 나가고 싶은 그런 옷들. 닳고 닳도록 입고도 더 이상 못 입을 정도로 낡아서 비웠지만 여전히 아른거리는 옷들이 있거든요. 그런 옷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입는 옷들입니다. 저희 회사는 정장 / 세미 정장을 입으라는 복장 규정이 있지만 사무실 내에서는 다들 자유롭게 입고 다니는 것 같아서 저도 그냥 원피스 차림으로 출근~ 상하의 맞춰 입을 필요 없이 원피스 하나만 입으면 되니 편하고 좋아요! 요새는 종아리까지 오는 긴 원피스 스타일이 편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저 꽃무늬 원피스랑 빨강 도트무늬 원피스는 거의 교복처럼 자주 입습니다. 셔츠 원피스는 어디 좋은 데 갈 때 입는 교복 ㅋㅋ
왼쪽의 긴 원피스 세 벌이랑 노랑이는 작년에 한국에서 사 온 옷이에요. 처음 샀을 때는 사이즈가 너무 커서 쇼핑 망쳤다 생각하고 실망했었는데, 결국 세탁소에서 내 몸에 딱 맞게 줄이기까지 한 옷이죠. 그래서인지 더 애착이 가고 자주 입는 것 같아요. 다행히 한국에 있을 때 수선까지 해와서 잘 입을 수 있게 됐어요! 만약 이곳에서 샀다면 수선비가 비싸고 기술도 한국처럼 좋지 못해서 제대로 못 고쳤을 테고 결국 비움 행이었을 듯.
파란 도트 무니, 갈색 도트무늬, 그리고 진한 초록색 원피스는 서툴지만 내가 바느질까지 해서 입기 넥라인 부분을 편하게 고정시켜놓기까지 했답니다. 이렇게 조금씩 내 몸에 딱 맞게 수선하고 세탁하고 하면서 벌써 몇 년째 입는 중이에요.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서 보니까 요즘 잘 안 입는 옷들도 눈에 띄어요. 한번 싹 정리할까 하다가도, 곧 있으면 이사 갈 텐데 여기서 마지막 한 철 입는다고 생각하고 걸어두자 하는 마음으로 참고 있어요. 이곳은 사계절이 여름이라 따로 옷 정리할 필요가 없어서 그리고 지금, 옷걸이 20개, 바지걸이 7개에 나의 모든 옷이 걸려있어요 (+겨울 옷걸이 4개도 더해서)! 잘 입고 또 잘 보내줘야지.
스타일 정착기인 듯, 이때 산 옷들은 아직도 잘 입는 중이랍니다! 원피스가 역시나 제일 편해요 특히 허리에 끈 있는 원피스를 좋아하나 봐요. 체형 커버되고 넉넉해서 활동하기에도 좋고 코디 걱정 없고! 저 빨간 원피스와 검은 원피스는 너무 낡아서 보푸라기 생기고 그럴 때까지 닳고 닳도록 입고 보내주었습니다 ㅠㅠ 지금 보니까 왠지 아쉽네요 똑같은 제품 파는데 알면 또 사고 싶어요!!
저는 키가 작아서 프리사이즈 원피스를 입으면 몸에 조금 큰데, 이때부터 체격에 맞는 옷을 사는 법을 배웠어요! 그 비법은 바로바로...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는 것입니다 ㅋㅋㅋ 이전에는 인터넷에서 모델핏만 보고 샀다면 이때는 한국에 계셨던 엄마 덕분에 아울렛 데려가서 좋은 옷들을 많이 사주셨어요! ㅋㅋ 정장 스타일, 원피스 스타일, 가죽자켓, 코트, 패딩, 여름옷 겨울옷 종류별로 선물해주셨답니다.
그때 배운 점은 원피스를 고를 때 진동 (팔 나오는 부분 암홀) 을 줄이는 수선을 하면 훨씬 더 몸에 잘 맞게 입을 수 있어요! 아주 작은 차이이지만 입어보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만약에 왠지 모르게 옷이 허벌레 하다 하면 어깨 부분을 수선해야 한대요. 내 몸에 큰 옷을 입으면 약간 빈티나 보이고 그랬는데 사이즈만 잘 맞게 입어도 정말 달라 보여요!! 당시 아울렛 안에 수선실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쇼핑하고 바로 맡길 수 있어서 엄청 편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그리고 당시 엄카로 옷을 샀기 때문에 가격을 안 보고 예쁜 옷들을 막 골랐었는데 확실히 비싼 옷이 좋긴 하더구만요 ㅋㅋㅋ 저 녹색 원피스는 저의 최.애. 스타일!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ㅠㅠ 앞부분에는 뜨개질? 장식에 다양한 패브릭 패턴을 모아서 패치워크처럼 만들어진 옷이에요! (누더기 아님 주의) 하와이에서도 저 옷 입으면 사람들이 드레스 예쁘다고 칭찬하는!! 그런데 이제 너무 낡아서 작별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ㅠㅠ 그때 샀던 원피스들 오래도록 잘 입었어요 ㅠㅠ
엄마가 사준 옷 외에, 이때에는 길에 보이는 가게에 예쁜 옷이 걸려있으면 바로 샀었어요. 예쁜 옷도 많이 보이기도 했고 옷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쇼핑을 참 많이도 했었던 ㅠㅠ
저 사진의 검은색 원피스는 반팔 원피스였는데, 정말 핏이 너무너무 예뻤던 옷이에요!! 몸통에도 어깨도 딱 맞고 소매통도 딱 맞고!! 소매도 반소매라 팔뚝도 가려주었거든요. 그리고 치마는 플레어 원피스처럼 챠락 펼쳐지는데 길이가 짧아서 키작녀인 저에게 딱 맞았던! 저 옷도 좋은 데 갈 때 많이 입었던 추억이 있어요 ㅠ
그 위에 남색 원피스는 고무줄 치마였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편한 옷은 처음 봤었던 것 같아요. 소재도 부들부들한 소재라 빨래하면 바로 마르고, 주름도 안 지고! 그리고 앞에 포인트로 카라가 엄청 크게 나풀나풀해줬던. 단색이라 심플하고 단정해서 발표할 때나 면접 볼 때 그리고 당시 강의할 때도 많이 입었던 옷이에요! 저 옷도 너무너무 다시 사고 싶은 옷 중 하나입니다ㅠㅠ
20대 초반은 지름신의 절정기, 무모한 패션 시도와 근본 없는 화장의 향연... 즉 흑역사 중의 흑역사인데 젊으니까 봐주세요 ㅠㅠ 와 지금 보니 정말 애긔애긔 하고요 ㅜㅜ... 사진만 봐도 지금은 볼 수 없는 생기와 열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ㅋㅑ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는 어른들의 과거 회상하는 모습이 바로 저였네요.
아무튼 이때는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국에 처음 와서 온갖 신기한 것들을 다 사들이고 옷도 사이즈도 안 맞는 거 그냥 막 입고 다니고 그냥 거지였는데 참 왜 그러고 다녔는지 용기가 가상해요ㅠㅠ 이때는 알바몬일 때라 쇼핑할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예뻐 보이는 거 막 주문했었어요. 그중에 정말 드물게 성공한 몇 개 장착들.
저 분홍 원피스는 제가 허리끈 있는 원피스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어준 옷이에요 저 허리띠가 고무줄인데 엄청 편하더라고요 ㅋㅋ 분홍색이라 화사해서 좋은데 가면 이리저리 계속 입고 다녔어요.
저기 민소매는 진짜 두 번 다시 안 나올 날씬 핏!! 착 붙어서 군살만 쏙 가려주는 그런 옷이었어요 약간 쭉쭉 늘어나는 스타일. 유럽여행 내내 진짜 거지같이 다녀서 코디 같은 거 신경 못썼는데 저 옷 입었을 때 사진만 봐줄만해요 ㅋㅋㅋㅋㅋ
와우 저 블라우스랑 하늘색 바지도 보세 가게에서 마네킹이 입은 거 그대로 산 건데 블라우스가 정말 예쁘게 나왔던 ㅠㅠ그런데 저 옷을 살 때 바지 사이즈가 큰 거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사서 또 그걸 꾸역꾸역 입었었어요 바지도 하늘하늘해서 예뻤긴 했는데 ㅜㅜ 지금 입으라면 불편해서 못 입을 듯해요 ㅠㅠ 어쩌면 살쪄서 못입...
마지막 스웨터랑 스카프도 인터넷에서 모델이 입은 거 전부다 주문한 거예요 ㅋㅋㅋ 당시 최강희가 모델이었던 사이트가 있었는데 거기서 올라온 거 정말 많이 샀었어요. 하지만 저는 최강희가 아니고요ㅠㅠ 저 스웨터도 패치워크처럼 다양한 패턴 여러 개를 겹친 외투인데, 봄가을에 아주 잘 입고 다녔어요 ㅋㅋ 그런데 굵은 실로 뜨개질한 것 같은 질감이라 안에 두꺼운 카디건과 함께 챙겨 입어야지 안 그러면 찬바람이 숭숭 들어왔던 ㅋㅋㅋ
저 스카프는 엄청 크고 얇은 정사각형 모양의 천인데 여행 갈 때마다 챙겨서 추우면 상의처럼 덮고, 반으로 접어서 치마처럼 두르기도 하고 잔디밭에 펴서 깔고 앉기도 하고 기차에서 잘 때 이불처럼 덮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아주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거의 10년 된 건데 찢어지지도 않고 인터넷에서 산건데도 엄청 튼튼한 듯해요!!
제가 좋아하는 옷이 너무 낡아서 입지 못하게 되자 그 옷을 똑같이 만들어보고자 재봉틀을 배웠었는데요. 역시 옷은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더라고요 ^^;; 옷은 전문가에게, 수선도 전문가에게 ^^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 2년을 옷장 속에서 잠재워두다가 다른 분께 드렸던 것 같아요 ㅠㅠ 그래도 에코백 하나 만들어서 아직까지도 튼튼하게 잘 쓰고 있답니다ㅠㅠ
이렇게 10년이 넘는 쇼핑 역사를 훑으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한눈에 보여요! 그리고 그동안 사놓고 잘 입지도 못했던 무수히 많은 다른 옷들에게 상당히 미안해지는 순간이에요 ㅠㅠ 다음번 쇼핑 때는 호기심에 또는 혹해서 사지 않기!! 지금 있는 옷들 관리 잘하고 제대로 입기!! 그리고 옷 사고 싶어지면 내 몸에 맞는지 꼭 입어보고! 정말 무덤에 갈 때 입고 갈 만큼 마음에 쏙 드는 걸로! 사야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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