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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21. 2022

남편 관찰 보고서

남편이 바라는 사랑 레시피

나는 외계인과 결혼했다. 아, 외계인이 아니라 외국인. 남편은 인간인데 외계인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행복한 우리 부부. 하지만 이해할 수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나는 속이 타들어갔다.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부부 사이. 비정상인지 정상인지 헷갈리는 배우자의 언행. 큰 문제는 없지만 이혼이나 졸혼까지는 아직은 결정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에 걸려 힘들어한다. 불특정 다수보다 우리와 가까운 연인이나 가족에게서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다. 결혼 생활을 유지할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 굳이 다른 문화적 차이나 국가적 차이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만나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며 그 갈등을 해결하는 양상이 우리 문화(내가 속해있는 내가 알고 있는 문화)와 다른 문화(내가 속해있지 않은 내가 몰랐던 문화) 간의 차이가 있었다




나는 결혼하면 남편과 내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이므로, 우리 단 둘을 위한 결혼 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부부니까. 결혼이라는 결합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됐으니까. 당연히 우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관계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자꾸 남편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또 그만큼 받는 관계를 원했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나를 기꺼이 희생할 수도 있고, 남편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원하는 사랑은 내가 주고자 하는 사랑과 너무나도 달랐다. 나는 남편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는데, 남편은 원하는 게 없었다. 내가 주고 싶었던 사랑도 사실은 남편이 원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남편이 대체 뭘 원하는지 몰랐다. 내가 주고 싶은 사랑에 남편은 숨 막히고 답답해했고, 나는 사랑을 줄 수도 사랑을 충분히 받을 수도 없어 내 마음이 버려져 공허해졌다.


나는 남편에게 바라는 것도 많았다. 우리가 결혼했으니까. 부부니까. 함께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들도 많았는데 남편은 내가 원하는 만큼 협조하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러냐고 내가 행복하길 원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 남편은 나의 행복은 내가 스스로 느껴야지 자기가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네가 ~~~ 이랬으면 좋겠어” 라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지금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이 바뀔 모습을 기대하고 사랑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결혼이란 나는 나 너는 너.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나를 사랑해. 끝. (?) 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서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브루노 마스의 You are amazing just the way you are 라는 노래 가사처럼.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도 I like you just the way you are 라는 대사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그래, 말은 쉽다. 남편을 개인으로 존중하기. 맞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게 머리로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걸 알겠는데, 우리의 결혼생활이 나는 너무나도 불만족스러웠다.







전쟁 같은 신혼을 보내고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충분히 받고 남편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있는 방법. 남편이 미워질 때 내 마음 한켠의 부정적인 감정을 덜어내는 방법.


내가 남편에게 주는 사랑에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는지, 남편이 나에게서 어떤 바이브를 받고 있는지, 남편이 나에게 얼마만큼의 사랑과 관심을 주는지, 그리고 내가 남편이 주는 사랑을 받고 있는지...


내 그릇을 키워야 남편의 사랑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남편의 사랑도 내 그릇만큼 채워 받을 수 있다. 내 그릇의 폭을 넓혀서 나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남편이 주는 사랑은 평생을 가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남편과 말이 통하기 위해, 남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사실 남편은 나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나를 납득시킬 필요도, 나의 승인을 받을 필요도, 나에게 이해받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아내라는 위치를 통해 남편을 또 다른 나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에게는 사랑의 표현이었지만 남편에게는 권력남용인 것.


그래서 남편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기 위해 적은 기록이다.




이 글이 고구마일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각자의 상황에서 같이 으쌰 으쌰 고민해보고 서로를 지지해줄 수 있는 그런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소연하거나, 무조건적인 공감을 요구하거나, 이혼을 종용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시각 조금 더 긍정적인 면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서로 다독여주고 응원해주는 자신의 인생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한 번 사는 인생 재밌게 행복하게 살자는 그런 밝고 따뜻하고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는 동생 아는 언니 아는 친구 이야기처럼,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너른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주세요. 어느 우연한 기회로 우리가 다시 또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부디 당신을 더 잘 돌봐주며 안녕히 지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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