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미니멀해지는 취미, 설레는 것만 남기는 일상
하와이에서 하는 장비가 필요 없는 돈 안 드는 취미생활
느린 마음, 여유로운 속도로 흘러가는 도시. 심심하지만 무탈한 일상. 매일이 똑같은 단조로운 생활. 알로하, 안녕한 삶...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한 달, 일 년...
저는 처음 하와이에 왔을 때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잠들지 않는 도시를 그리워하면서 하와이에서 뭐라도 해보겠다고 방황하기도 했어요. 투어 여행이나 레스토랑 호텔 카페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잘 모르는 곳에 쫓아다니기도 했어요 ㅜㅜ
2년 3년이 지나면서 저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조금 여유가 생기니 하와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만 됐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차가 있어야, 장비 일체가 있어야, 완벽한 준비가 되어야 뭔가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잔디밭에는 강아지들 똥 싸니까 더럽고, 공원의 야외 테이블은 관리가 안돼서 더럽고, 땅바닥에는 벌레에 물웅덩이에, 길거리에는 날파리에 모기에... 이런 모든 것들에 대비하려면 준비물도 많이 필요하니까요. ㅜㅜ
옛날의 저는 그 유명한 와이키키를 봐도 아는 사람만 간다는 비치파크를 봐도 "음 바다 예쁘다 다음은 어디가?"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계속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조급함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봐요. 이제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가만히 바다만 볼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이해돼요.
지금은 회사 점심시간에 비치타월 하나만 가지고 공원 가서 서브웨이 하나 먹으면서도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와요.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들, 학교 소풍 나와서 떠들며 노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보게 돼요. 강아지 배변활동을 봐도, 벌레며 개미며 올라와도 털어낼 마음의 준비를 해요.
그 순간에 집중하기. 이게 정말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말로는 쉬운데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의 실천이 잘 안 되더라고요... 쏟아지는 햇빛에 기미 주근깨 걱정보다는 그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껴보기. 조금은 걷더라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호기심 갖고 관찰해보기. 벌레가 무서워도 꽃이나 나무에 가깝게 다가가 보기.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하늘 한 번 쳐다보기.
비단 하와이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1. 운동
1-1 공원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요. 달리기, 걷기는 물론이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거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요가나 맨손 체조 등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해요 ㅎㅎ 혼자서 하는 분도 계시고 단체로 하기도 하더라고요. 다만 낮시간대에는 기온도 높고 햇볕도 세서 탈수 조심하셔야 합니다
음식을 취식할 수 있는 공원도 있는데요. (파티나 대규모 모임에는 예약 필요) 그릴을 빌리거나 직접 가져와서 고기 구워 먹는 장면이 많이 보여요 ㅎㅎㅎ 맛있는 냄새가 공원에 진동~ 치킨이나 도시락 등 다른 음식 사서 공원에 철푸덕 앉아 먹어도 좋아요! 다만 하와이는 야외 음주가 불법이기에 치맥은 못한다는 거 ㅠㅠ (브라운백 같은 종이가방이나 안이 비치지 않는 비닐봉지에 숨겨 드시기도 한다고 해요 걸리면 안되지만 ^^;)
야외 피트니스
트레이너 선생님 사진 허락받고 올립니다! : )잔디밭 위에서 바다 보면서 햇빛이랑 바람이랑 느끼면서 운동하면 을~매나 좋게요!!! 기구는 트레이너 선생님이 전부 준비해 주시고, 체계적으로 일주일에 한 부위 집중적으로 운동할 수 있게 프로그램 짜주십니다 ㅎㅎ 첫 주는 코어 둘째 주는 다리 셋째 주는 상체 이런 식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데 계속 땀나고 엄청 힘들어요 ㅎㅎ 제가 운동하고 싶다는 사람 있을 때마다 강추합니다!!
실제 운동하는 공원에서 찍은 사진비키 자전거 (서울 자전거 따릉이 같은)
1-2 산
다이아몬드 헤드, 코코 헤드 같은 유명한 관광지도 좋고, 동네 뒷산 같은 트레일도 좋고, 구간별로 등산 코스가 있는 산맥도 좋아요!
이곳은 등산로가 거의 야생 그대로라 네발로 올라갔다 네발로 내려올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만 잘하면 나름 즐겁게(?) 다녀올 수 있어요 ㅎㅎ 너무 가파른 곳인데도 계단이나 손잡이도 없이 밧줄만 덜렁 있기도 하지만 초등학생 아이들이 날고 기며 산타기도 해서 난이도가 가늠이 어려워요 ㅋㅋㅋㅋㅋ
저는 긴팔 긴바지 모자 차림으로 선크림 물 정도 챙겨서 다녀와요 ㅎㅎ
한인 산악회에서 관리하는 Makiki Trail1-3 바다
서핑, 스노클링, 프리다이빙, 바디보드 등등등 바다에서 노는 법도 엄청 많아요! 물놀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바다로 출근하시더라고요. 매일매일 바다를 느끼며 파도 타고 물고기나 거북이, 심지어 돌고래를 보셨던 분도 계시 대요! 너무 신기하고 좋을 것 같아요 ㅎㅎㅎ
서핑보드 요가 저는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도 못하기도 해서 발이 닿는 곳에서 서있기만 해요. 특히 서핑보드 위에서 하는 요가는 배우고 싶었는데 중심잡기도 너무 힘들고 보드 위에서 떨어지면 물에 빠지는 기분이 무서워서 포기했던... 하지만 물 좋아하시는 분은 왠지 잘하실 것 같아요!!
1-4 헬스장
저는 보험에서 제공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가입했어요. 거의 무료로 헬스장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가입비 $200를 내고 1년(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 45번 헬스장에 방문해서 30분 이상 운동하면 가입비를 환급해 주는 방식이에요.
웨이트며 사이클이며 트랙이며 실내 다용도 경기장 등등 시설이 엄청 잘 되어 있어요! 하지만 제가 하는 건 트레이드밀 아니면 줌바 요가 필라테스 같은 단체 수업 정도 ㅎㅎ 운동은 대충 해도 헬스장 한 번 다녀오면 환급받을 생각에 뿌듯합니다 ㅎㅎㅎ
2. 관광
하와이는 관광지라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곳들이 많죠! 그런 관광지 제외하고 하와이 원주민의 문화와 역사를 볼 수 있는, 그리고 거주민 무료입장 또는 할인 가능한 곳을 찾아다녀요 ㅎㅎ 그냥 콧바람 쐰다 생각하고 심심할 때 가서 구경하면 하루를 보람차게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2-1 하와이 역사관
Queen Emma Summer (Hulihee) Palace
2-2 하와이 박물관
Honolulu Fire Department Museum and Education Center
2-3 하와이 미술관
2-4 하와이 공연
관광지라 큰 쇼핑몰에서 무료 공연도 많아요 ㅎㅎ 무대 구경해도 신기하고 훌라, 우쿨렐레, 레이 만들기 같은 건 직접 배워볼 수 있어요.
불꽃놀이
예전에는 금요일 저녁 (겨울에는 7:45, 여름에는 8시) 마다 힐튼 와이키키에서 불꽃놀이를 해줘서 매직 아일랜드에서 보기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다가 요즘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이 있어요
그리고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매년 불꽃놀이를 크게 해요! 거~의~ 여의도 불꽃축제 급 ㅎㅎㅎ 저희는 알라모아나 공원에서 구경하는데 섬 곳곳에서 많이 한대요 코로나 때문에 작년 재작년은 그냥 넘어갔지만 올해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Fireworks at Hilton Hawaiian Village Waikiki
Fourth of July Fireworks at Ala Moana Center
3. 종교
제가 속세를 벗어나고 싶어서 머리 빡빡 깎고 절에 들어갈까 하다가 찾은 곳이에요! ㅎㅎㅎ 한국 조계종 절로 한국이랑 똑같아요! 문 안에 들어가자마자 심신의 안정...ㅠㅠ 부처님 오신 날 행사도 한답니다. 너무 멀어서 자주 가기는 힘들지만 (산속에 위치해서 택시비만 왕복 10만 원 꺅)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템플 스테이도 한대요!
4. 배움
4-1 문화센터
하와이에도 한국처럼 문화센터(?) 같은 수업이 있어요! 종류도 엄청 다양한데 수영 에어로빅 줌바 요가 같은 성인 운동이나, 축구 농구 야구 테니스 같은 학생 운동부, 카드 게임, 도자기 만들기, 유화 그리기, 레이 만들기, 훌라 댄스, 스포츠 댄스 같은 취미 수업도 엄청 많아요!
저는 훌라 댄스 초급반 저녁 수업을 신청했었는데요 ㅎㅎ 한국에서 문화센터 수영 초급반 가도 수영 고수 분들만 계신다는 짤을 봤었는데 여기도 똑같더라고요!! 저는 훌라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진짜 기본부터 배울 줄 알고 갔는데, 다른 수강생 분들은 이미 3-4년째 배우고 계신다는 거 있죠! 시간대가 이 수업밖에 안 맞아서 그런가 선생님이 음악을 딱 틀어주시면 다 같이 벌써 춤을 추고 계시던 ㅋㅋㅋㅋㅋ 사람 사는 곳 다 똑같구나 딱 이때 실감 나더라고요 ㅋㅋㅋ
4-2 도서관
저는 따로 책은 구매하지는 않고 도서관을 애용합니다 특히 전자책 도서관!!! 진짜 최고예요!!!!! 감동의 물결~~
저는 차가 없어서 도서관에 직접 가서 종이책을 빌리기보다 대부분 전자책으로 봐요. 따로 킨들이나 도서관 어플을 설치하지 않고도 인터넷 브라우저로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바로 볼 수 있어요. 소장된 책의 종류나 분야도 다양해서 제가 좋아하는 소설책이나 자기 계발서 등등 마음껏 읽고 있어요!
한국 서적은 원래는 McCully-Moiliili Public Library 에 위치해 있었는데 보수공사로 인해 Waikiki-Kapahulu Public Library 로 임시로 이동했다고 해요! 하와이 도서관이나 하와이 대학교 도서관에는 한국 책도 은근 많이 소장하고 있더라고요 ㅎㅎ 특히 한국 도서 재단과 연계해서 교보문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요!
UH Manoa Hamilton Library4-3 무료 인강
인강도 들어야 하는데 ㅠㅠ 정말 좋은 강의가 이렇게나 많은데 ㅠㅠ 왜 시간을 내질 않는거늬!!! ㅠㅠ
5. 봉사활동
정말 하도하도 심심해서 미칠 것 같을 때 저는 주말마다 외출하고 싶어서 봉사활동도 신청했었어요! 나가 노는 것도 몇 년 동안 하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뭔가 놀아도 심심하고 좋은 데 가도 그게 그거고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었는데, 봉사활동하면서 오히려 많이 채워지게 됐어요.
단순하고 쉬운 일이었지만 매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물론 뭐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이론으로는 알지만 가끔은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거나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ㅎㅎ 마음이 공허하고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봉사활동 추천합니다!
봉사활동했던 어린이 센터!https://blog.naver.com/0064789/222510663282
덴마크 휘게(Hygge)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
스웨덴 라곰(Lagom) 충분함, 적절함, 충만한, 절제된 삶의 아름다움
핀란드 시수(Sisu) 용기, 강인함, 회복탄력성, 활동 지향적
프랑스 오캄 (au calme) 고요한, 한적한, 심심이 편한 상태, 여유롭고 편안한 삶
일본 소확행 (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각국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각각 다른 단어로 표현되지만, 미니멀 라이프가 지향하는 삶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안빈낙도 선비의 마음가짐일까요 도를 즐길 줄 아는 대장부의 삶?! ㅎㅎ 저도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심신을 수련하며 평온하게 살고 싶어요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곁에 있는 사람과 행복하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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