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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26. 2022

미니멀리즘과 귀차니즘 사이의 삽질기

미니멀리즘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

저는 깨끗한 집을 좋아하지만 청소하기는 귀찮아하고, 쇼핑하기 좋아하지만 싫증도 빨리 내고, 물건이 있으면 다 치워버리는 성격이라 정작 꼭 필요한 것들마저 버린 적도 많아요 ㅜㅜ


그런 저에게 할머니께서는 말씀하셨죠 "암만 부지런 해도 도루묵이다"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면 그렇게 빨리빨리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거든요. 성격 급한 제가 미리미리 정리하고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느긋하게 천천히 하는 사람 못 따라갈 때가 참 많았어요.




출처 : 책식주의 https://hub.zum.com/papervore/84386




미니멀 라이프 한다고 마음만 급해서 싹 다 내다 버렸는데 나~중에서야 아쉬울 때, 페이퍼리스 한다고 파일로만 저장해뒀는데 하드 드라이브 고장 나서 전부 날렸던 적, 어디다가 잘~ 두었는데 그게  어디였는지 아무리 해도 기억 안나기도 하고. 정말 삽질에 삽질을 했더랬어요 ㅋㅋㅋㅋㅋ


일례로 10년도 전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저희 학교에서 동아리방 소방안전 캠페인으로 위생 점검 대회 같은 걸 열었거든요 ㅋㅋㅋ 불이 안 나게 하려면 불에 붙을 물건들이 없어야 하잖아요?! ㅋㅋㅋ 그래서 저랑 친구들이랑 동아리방에 있는 주인 없는 물건들을 싹 다 버려버리고 동아리방을 미니멀하게 청소했죠!!


그.런.데. 그중에 학교 선배가 해외 직구로 어렵게 공수한 프로틴 파우더가 있었나 봐요! 영어로 쓰인 상표도 안 읽고 이거 개사료인가? 누가 개키우나? 하면서 버려 버려~~ ㅋㅋㅋㅋㅋ 옛날에는 헬스도 지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고 보충제 먹는 사람도 소수여서 저희는 그게 뭔지도 몰랐던 거죠 ㅠㅠ 그래서 몇 기 다 집합하고 대박 혼나고 결국 저희가 2등 해서 상금까지 받았는데 그거로 돈 물어주고 선후배 사이 틀어지고 암튼 그랬던 적이 있었어요 ㅋㅋㅋㅋ



아무튼 그랬던 시절이 있어서 물건을 비울 때 더욱 신중해지고, 파일은 이중 삼중으로 백업해두고, 정리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ㅎㅎ 여전히 옷이며 화장품이며 신기한 거 귀여운 거 잔뜩 사다 나르긴 하지만 요즘에는 교환/환불도 잘하고, 중고 판매나 무료 나눔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미니멀 라이프 한 단계 레벨업 한 것 같은 기분이에요. ㅋㅋ 그렇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요. 레벨업 된 미라에서는 레벨업 된 실수를 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한답니다 ㅋㅋㅋ




미역국 60인분 만든 썰


지난주에 칭구 생일 모임을 하기 위해 저희 집에서 미역국을 만들었어요. 저희 집에 큰 그릇이 마땅치 않아서 미역을 불릴 때 그냥 포장 봉지 안에 물을 담아 불려요 ㅎㅎ


그.런.데!!!!! 어머나 이 미역 한 봉지가 60인분이었던 거 있죠??? ㅋㅋㅋㅋㅋ 아니 미역이 불리면 양이 많아지는 건 알았지만 한 봉지에 60인분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임은 4명인데!! ㅋㅋ



그러니까 상표 잘 읽고 식재료 양을 잘 개량했으면 될 텐데 ㅠㅠ 그냥 대강대강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ㅜㅜ 그래서 일단 미역을 볶고 양념해서 물 붓고 끓이기 직전! 볶은 미역을 유리병에 담아 냉동고로 보냈어요 ㅋㅋㅋㅋㅋ


나중에 조금씩 덜어서 물만 넣고 끓이면 간편 미역국 완성! 그리고 유리 반찬통에 소분해놓고 회사에 점심 도시락으로 가져가기도 해요. 저기에 뜨거운 물 부어서, 더 익히고 싶으면 전자렌지 돌려서, 미역국으로 먹습니다 ㅎㅎ


물론 보온도시락 있으면 국을 만들어 따로 싸가도 되지만 없으니까요 ㅎㅎ 반찬통에 싸가도 국물 흐를 걱정 없어 좋아요~ 이런 식으로 김치찌개도 도시락 싸갈 수 있어요!








빨래 안 해서 미니멀리즘 역주행한 썰


미니멀 라이프라고 하면 대개 물건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물건 개수보다는 저희 삶의 편리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옷의 가짓수를 줄이고 빨래를 자주 해서 입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빨래를 자주 한다는 건 이론으로는 완벽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단 말이죠 ㅜㅜ 빨래를 미루다 보면 매일 갈아입는 옷이나 매일 써야 하는 수건이 부족해지게 마련이에요.


그러면 속에서 근거가 미묘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ㅠㅠ 아니 이놈의 남편은 어떻게 빨래를 한 번 하는 일이 없지? 내가 빨래나 하려고 결혼했나! 그럼 남편은 사람 피 말리게 하는 여유로움으로 빨래해야 되면 하면 되지 왜 화를 내? 때 되면 내가 할게 좀 기다려줘~


그럼 니 옷 내 옷 그냥 각자 빨아 이렇게 갈 수도 있지만 저희 집은 공용 세탁실을 써야 해서 빨래 한 번 하는데 한국 돈으로 6천 원 꼴인데 돈이 두배로 나가겠죠 ㅠㅠ 그래서 속옷이나 양말, 수건 같이 매일 필요한 건 한 3주를 빨래를 안 해도 될 정도로 채워놨어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남편보다 옷을 적게 가지고 있는 저는 제 옷이 모자라면 보이프렌드 룩(?) 으로 남편 옷도 뺏어 입고 제 양말이 없으면 남편 양말도 뺏어 신고 다닙니다 ㅠㅠ 사실 좀 더 부지런해져서 빨래를 자주 하면 될 일이지만 말이에요 ^^;;








나한테 필요 없어서 선물도 짜게 한 썰


저는 선물을 별로 안 좋아해요... 굳이 변명하자면 안 그래도 집도 좁고 수납공간도 적은데 쓰지 않는 물건을 받아서 마음의 짐이 되는 게 부담이에요 ㅠㅠ 어렸을 때에도 선물 받은 물건들이 맘에 안차서 제 선물은 직접 고르고 부모님께서 계산만 해주시거나, 남편과 연애 때 서프라이즈로 준 물건 가서 환불해오라고 시킬 정도라 남편도 저한테 물어보고 선물 주거든요 ㅋㅋㅋ


물건으로 하는 선물 대신 저는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요!! 바쁜 와중에 시간을 만들어서 만나는 거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고마운 일이니까요. 한 해가 지날수록 약속 잡기도 어렵고 다 같이 모이는 것도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그 마음이 더 감동이에요.


그래서 제가 처음에 한국 갔을 때는 굳이 쓸데없는 기념품 선물을 하기보다 만나서 제가 계산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갔어요 ㅜㅜ 초콜릿이나 영양제 커피 전부 한국에서도 팔긴 하니까 뭐 의미 있나 싶어서 ㅜㅜ


그런데 친구들이 기념으로 받은 과자라도 맛있다고 해주고 하와이에서 온 거라고 특별하게 여겨주니까 제가 잘못 생각했구나 깨달았어요. 그냥 그런 사소한 거라도 마음을 담아 주면 충분히 의미 있고 진심이 전달된다는 걸요...


처음 한국에 갔었을 때에는 친구 아가들 선물만 디즈니에서 공주 드레스를 사 갔는데 (이것도 필요한지, 어떤 공주 원하는지 다 물어보고 ㅎㅎㅎ) 정작 친구한테는 준비한 선물이 부족해서 다 주지도 못하고 누구는 초콜릿만 누구는 커피만 ㅠㅠ


그래서 먹는 건 먹고 치워버릴 수 있으니까 넉넉하게 챙겨갑니다 ㅋㅋㅋ 아무리 넉넉하게 가져가도 약간 모자란 것 같긴 하지만 큰 캐리어 꽉꽉 채워가는 양이 저에게는 최선이에요 ㅎㅎ








종이 서류가 미니멀할 수 없는 회사 썰


저희 사무실은 모든 문서 작업을 꼭! 종이로 해요. 심지어는 수기로 하거나 타자기로 칠 때도 많았어요 ㅠㅠㅠㅠ 그러니까 컴퓨터로 양식을 찾아서 프린트해서 손으로 쓰고 서명한 뒤 스캔해서 시스템에 올리거나, 컴퓨터로 정보를 찾아서 프린트 한 다음에 다시 시스템에 직접 타이핑해서 입력하고, 심지어는 큰 장부에다가 수기로 작성해서 한 명이 장부를 쓰면 다른 직원은 기다려야만 하는 방식으로 일처리를...


전자서명도 인정해주세요! 복사 붙여 넣기 하면 쉬워요! 공용문서로 동시에 작업할 수 있어요! 제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마음의 소리ㅠㅠ 한국사람 8282 스타일로 일하던 저는 처음에는 적응이 진짜 안 됐어요.


이전에는 수기 작성으로도 일이 처리가 되니까 그 방식을 고수했다면, 코로나로 인해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변화가 필요했죠. 그래서 제가 직접 온라인으로 공동 작업할 수 있는 문서 양식 여러 개를 만들어서 디지털화하자고 팀장님께 건의드려서 기다리지 않고도 민원 응대를 할 수 있도록 바뀌었거든요. ㅎㅎ


그.런.데. 다른 회사 몇 군데가 해킹을 당했다는!!! 기밀 정보며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뉴스에 ㅠㅠ 몇몇 사무실은 다시 수기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ㅠㅠ 안타깝긴 하지만 통신 보안 정말 중요합니다 ㅠㅠ 프로그램이 있어도 왜 쓰질 못하니! 흐앵








상부장 안 식기 건조대 발명한 (줄 알았던) 썰


제가 옛날부터 남편에게 싱크대 바로 위 상부장 맨 밑 칸에 식기 건조대를 설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말했었거든요. 그러면 굳이 식기 건조대를 따로 자리 차지하지 않아도 되고, 상부장 문을 닫으면 안 보이고 참 좋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물이 떨어져도 싱크대로 떨어지니까 따로 닦을 필요도 없고 말이죠!!ㅎㅎㅎㅎㅎ


그런데 몇 달 전, 남편이 핀란드 분의 유튜브에서 봤다며 저에게 알려준 사실. 이미 상부장 안 식기 건조대를 북유럽에서는 상용하고 있다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European Drip Dry Dish Rack Above the Sink

Drying Racks Above Sink inside Kitchen Cabinet

Dish Drainer for Wall Cabinet


그래서 찾아보니 이미 이케아에서도 팔고 다양한 제품들이 많더라고요 ㅎㅎㅎ 여기서는 왜 안 파는지ㅠㅠ


https://www.ikea.com/es/en/p/utrusta-dish-drainer-for-wall-cabinet-20204614/


https://interwood.pk/wall-plate-rack.html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는 상부장 자리에 사진이랑 비슷하게 생긴 빌트인으로 식기 살균기가 있었거든요 ㅎㅎ 이것도 잘 쓰면 공간 활용되고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만약 제가 선택할 수 있다면 차라리 식기 세척기를 빌트인으로 넣고 건조까지 한 번에! ㅎㅎㅎ 미래의 언젠가에 살 집에 식세기를 설치하는 게 저의 꿈입니다 ㅋㅋㅋ


https://www.e-jtl.com/exec/product.php?mod=show&cid=41&pid=JT%E2%80%933680Q&lg=E




이런 식기장도 정말 예쁘죠? ㅎㅎ 그런데 나무라 썩을까 걱정 ㅠㅠ


Pinterest




저의 빌트인 주방의 또 다른 로망은 바로 쓰레기통입니다 ㅎㅎ 이거는 미국 가정집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직접 써보진 않았지만 왠지 편할 것 같은 느낌 ㅋㅋㅋ 저희 집은 지금 작은 쓰레기통을 싱크대 하부장 안에 넣어두고 사용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 좋아요!


pull out & under counter kitchen trash cans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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