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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21. 2022

공무원, 미국에서도 신의 직장일까?

철밥통 일 줄 알았는데 무급휴직? 심지어 월급이 밀릴 때도?

안녕하세요 : ) 


저는 현재 미국 하와이 주에서 공무원 (한국으로 치면 행정직 9급) 으로 일하고 있는 3년 차 외노자 직장인입니다. 


저는 2018년 7월 약혼자 비자로 미국에 와서, 2019년 4월 취업허가를 받고, 2019년 7월부터 현 직장에 근무하고 있어요! 그리고 2019년 11월 말 영주권을 취득하였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외국인이 어떻게 공무원이 될 수 있는지 물어보셨는데요. 공무원에도 종류가 많아요. 연방 Federal 정부 공무원은 시민권자만 지원 가능하지만, 주 State 정부, 군 County 정부, 시 City 정부에서 채용하는 공무원은 취업허가만 있다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영주권이 없어도 취업허가만 있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으니, 공무원직에 관심 있으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지원해보세요! : )




https://brunch.co.kr/@kim0064789/333




지난 글에서는 공무원 월급 실수령액을 비교해보았어요!


2인 가구 기준,

한국의 최저보장수준은 월 130만 원 정도인데 초임 공무원 실수령액은 약 200만 원 정도 받고

하와이 주의 최저생계비는 월 $1,755 (225만 원) 정도인데 초임 공무원 실수령액은 약 $2,000 (255만 원) 정도 받아요.


물가에 비해 월급이 현저히 적은 하와이는 대신 겸직이 비교적 자유롭게 가능해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투잡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공무원직의 근무 환경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 ) 제 경험 한정 이야기이니, 참고로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노조


한국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 있다면 하와이에 Hawaii Government Employees Association 이 있답니다 : ) 


물론 노조 가입은 선택사항이며, 노조를 가입했다고 해서 불이익은 전혀 없어요! 다만 노조 비용으로 매달 월급의 .008% 자동이체가 돼요. 그리고 연계된 호텔, 렌터카, 주유비, 여행 등 다양한 할인 혜택도 있습니다.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 노조 소개 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공무원의 점심시간을 한 시간이나 확보해준 건 다 노조에서 싸워서(?) 이뤄낸 결과라며 굉장히 뿌듯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점심시간 한 시간이 기본인데 의아해했는데, 하와이 주는 휴게시간이 법에서 따로 정해져 있지 않더라고요! 보통 8시간 근무에 30분 무급 휴게시간이 권장되는데, 노조에서 45분 점심시간과 오전 오후 각 15분씩 휴게시간을 쟁취했다고 해요 ㅎㅎ 그래서 휴게시간을 점심시간에 합쳐서 한 시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대요.




더해서 고용 안정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저는 처음에 공무원인데 철밥통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예산 부족의 경우 무급 휴직을 해야 하거나 업무가 중단될 수 없는 경우 심지어 무급으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대요 ㅜㅜ 공무원인데?! 


실제로 이번 코로나 때, 대부분의 공무원직이 furlough 비자발적 임시 휴직을 하게 될 뻔 했었어요.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주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하와이는 관광업계 의존이 큰 편이라 더 직격타를 맞았죠) 2021년도 예산이 부족하니, 공무원 월급을 줄이는 걸 해결방법으로 ㅜㅜ


한 달에 이틀을 무급으로 일하거나, 업무를 미리 다 해놓고 출근을 안 하거나, 아니면 휴가를 쓰는 거죠. ㅜㅜ 그리고 나중에 예산이 확충되면 지급되지 않은 급여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동료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 년 전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던 적이 있었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에 있었던 예산 문제가 이렇게나 빨리 반복되다니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_-)


그때에도 노조가 잘 협상해서 furlough 되지는 않아 정말 다행이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2021년도에 눈썹이 휘날리게 바빴거든요 ㅠㅠ 업무도 문제지만, 사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데 월급을 줄여버리면 정말 큰일이기도 해요. 월세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특히 아이들이 있는 경우 학비 등도 감당해야 하니까요 ㅠㅠ




코로나가 가장 심했을 락다운 시기에는 주립 도서관도 닫고, DMV도 닫고, 이민국도 닫고, 병원도 닫고, 정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비상근무만 했을 때가 있었어요. 운전면허, 비자나 영주권 유효 기간도 연장됐다고 인터넷에 공지만 뜨고 업무가 아예 중단 ㅠㅠ 그래도 자동 만료시키지 않고 늘려주니 다행이다 생각하며 그 시기를 보냈었어요. 


한국도 코로나 때문에 공무원들이 재난지원금도 반납하고 연차보상금이 삭감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해요 ㅠㅠ 







근로환경


제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감사한 부분은 바로 근로 환경입니다. 공무원이라 더더욱 차별 없는 분위기에, 법대로 처리되는 상황을 매일 목격하거든요. 어쩌면 약자일 수도 있는 이민자의 입장이라 안정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히 저희 회사에서는 Zero Tolerance Policy, Bias Awareness Guide, Safety Training 등등 각종 의무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Bomb threat 대처법이나 화재 대피 연습도 진행해요. 




그리고 제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경찰을 부를 수 있다" 는 점입니다. 민원인에게 위협을 느끼면 언제든 누구든 경찰에 연락할 수 있다고 항상 이야기를 듣습니다. 실제로 경찰에 신고하면 빠른 시간 안에 출동해주셔서 민원인을 밖으로 안내해주십니다.


이게 저에게 중요한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 직장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요. 제가 이전에 근무했던 공기관은 민원인이 아무리 인격모독 발언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워도 청원경찰도 부르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폭력사태가 벌어져 물대포를 뿌려도 맞아야 한다는, 또는 물리적 충돌이 있어도 직원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그런 곳에서는 일하기가 힘들죠 ㅜㅜ







승진 / 정년


사실 공무원 업무나 보수 전부 비슷비슷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승진과 정년일 것 같아요.


이곳은 승진도 정년도 정해진 루트가 없이 자신이 선택하고 신청해야 합니다. 


아주 단순화해서, 한국은 공개채용을 통해 매년 신입사원을 뽑고,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정해진 기간에 발령을 내거나, 승진 대상자가 결정되고 시험이나 면접을 통해 내부적으로 승진을 시켜주는 방식이라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관점에서 보는 것 같아요.


이곳은 "자리"가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높은 직급에 공석이 생기면 그 자리의 채용공고를 내고 그 자리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지원을 해야 합니다. 먼저 내부 채용으로 공지를 하고, 적임자가 없다면 외부 채용으로 공지합니다. 


보통은 내부에서 자격이 충족되는 사람들이 새로운 직급으로 채용되고, 그 자리로 새롭게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사람의 원래 자리가 공석이 되니 또 그 자리를 채우고, 또 빈자리가 나면 또 채우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그래서 천천히 원하는 사람들은 높은 급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업무에 매우 만족하시며 9급 자리에서 30년 넘게 근무하시다가 은퇴하신 분들도 많아요. 저의 짧은 소견으로 처음에는 왜 승진을 안 하셨지 이상하다 느껴졌는데, 굳이 승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익숙한 업무를 하면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어요. 


그게 진정한 워라밸을 즐길 줄 아는 거였죠. 회사를 취미(?)로 다니며 개인 시간에는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있고, 가정을 돌볼 수도 있고, 자신의 인생을 살 수도 있는 거죠 ㅎㅎ




이렇게 승진도 선택이고 은퇴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은퇴 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근속기간이 정해져 있는데요. 나이에 따라 근속연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보통은 20년 이상 근속 시 55세 조기 은퇴 (부분 수령) 하시거나, 30년 이상 근속 후 60세 이후에 은퇴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희 사무실에는 35년 근무하신 직원분께서 75세 가까운 나이로 은퇴하시기도 했습니다.







휴가


한국의 공무원 휴가제도 에 따르면 연가는 재직기간에 따라 입사 연도에 11일부터 점점 더 늘어나 6년 차 이상이 되면 2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연가 미사용 시 최대 20일 한도로 보상비가 지급된다고 해요. 병가는 연 60일까지, 7일 이상 연속되는 경우 진단서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와이의 주 공무원은 한 달 근무하면 그다음 달 14시간의 연가와 14시간의 병가가 주어집니다. 즉 1년에 연가 21일, 병가 21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차가 쌓여도 늘어나는 시간은 없고, 1년에 168시간까지 이월할 수 있지만 축적된 연가가 720시간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병가는 제한 없이 이월되며, 은퇴 시 사용하지 않은 병가는 근무일수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연가/병가 기부제가 있어서, 내가 안 쓴 연가나 병가를 필요한 동료에게 기부할 수 있어요. 어차피 저희 회사는 연가 보상비가 지급되는 것도 아니니, 가족이 아프거나 하는 힘든 상황에 서로서로 도움을 주는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제도인 것 같아요!




그 외 휴가제도는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어요.


병역, 배심원 또는 증인 출석, 투표, 헌혈 등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공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장기기증 (30일 이내), 골수기증 (7일 이내) 등도 인정받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승진/전직 시험, 건강검진과 같은 일정도 공가로 인정받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결혼 (1-5일), 입양 (20일) 시 특별 휴가를 받지만, 미국은 따로 특별 휴가는 없어요. 장례의 경우 한국 1-5일, 미국 3일의 특별 휴가를 받아요.




한국에는 있지만 미국에는 없는 휴가도 있어요. 


미국에서는 출산 시, 본인과 배우자 모두 Family Leave 12주 (84일) 의 무급휴가를 쓸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배우자 출산 시 10일밖에 휴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그 대신 출산 본인에게 다양한 휴가가 많이 주어집니다.


출산휴가 90일 

육아휴직 3년

임신 검진휴가 10일

임신 시 근로시간 단축 1일 2시간 

5세 이하의 자녀 육아시간 1일 최대 2시간 

임신, 난임치료 시술 휴가 

여성보건휴가 매월 1일




그 외에도 한국의 공무원 휴직제도는 정말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유학휴직 3-5년, 배우자 동반 3-5년

학습/연구 1년

가족 휴직 1년-3년

장기요양 1-2년

공무상 질병 3년




부서마다 분위기가 많이 차이 나겠지만, 저희 사무실은 자유롭게 휴가나 병가를 사용할 수 있어요. 열심히 일 한 사람 떠나라~ 처럼 우리가 일 해서 얻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여성친화적인 정책의 일환으로 구체적인 상황에서 휴가를 쓸 수 있게 잘 정해져 있지만, 이거 또한 우리가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걸 반증하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이 때는 무조건 써야 하는데,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라면 이렇게 법에라도 정해두어 눈치를 조금이라도 덜 보게...


그래도 한국은 출산휴가에 육아휴직까지 이렇게 길게 쓸 수 있다니! 저는 아이는 없지만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한국이 더 좋아 보입니다 ㅠㅠ 미국은 출산휴가조차도 보장해주지 않는 곳도 많거든요. 




휴일


관공서 휴일

State Observed Holidays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휴일 시스템! 바로 요일로 정해진 휴일이 많다는 거예요 : ) 몇 월 몇 째 주의 월요일을 휴일로 하면 날짜는 매년 바뀌지만 어느 해라도 공휴일과 겹치지 않는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어요!


저는 주 공무원이라 주에서 정해진 휴일에만 쉽니다. 오늘처럼 연방 휴일로 정해진 날이라도 하와이 주에서 인정하지 않는 휴일 (Juneteenth 와 Columbus Day) 에는 출근해야 해요ㅠㅠ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한국과 미국의 공무원직,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 일하는 분들이 계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세상 모든 공무원 님들! 오늘도 업무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도 더 좋은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상황이나 환경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어요!!!!! ❤️❤️❤️




https://brunch.co.kr/brunchbook/kim2006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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