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Jul 10. 2022

미국에서 다단계 소개받은 썰 푼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남편의 나라에서 남편 없이 혼자 일상을 살기. 함께여도 외롭고 혼자라서 서러운 나날들.


나는 정말 정말 외롭고 심심하고 사람이 그리웠다. 그래서 이리 찍접 저리 찍접 대며 뭐 재밌는 거 없냐고 어디 놀러 가자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보는 사람마다 질척댔다.


그리고 온라인 모임 오프라인 모임도 나가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도 만났다. 

"주말에 다들 뭐하세요?" "아... 저 특별히 하는 건 없어서 이 모임에 처음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느낀 점. 인싸는 친구들이랑 놀지 이런 모임은 안 나오는구나 ㅠㅠ 우리 같은 사람은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흑







작년, 직장 동료가 나에게 사람들 만나고 같이 공부하고 그런 모임이 있다며 한 번 나와보라고 소개를 해줬다. 나는 그 사람은 신분이 보장된 사람이기에 당연히 아무 의심 없이 꼭 간다고 했다. 


그게 공부하는 모임이라 책을 읽어야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책까지 받아놨었다. 되게 유명한 책이었는데 엄청 긴 내용을 억지로 읽었다. 모임에 가야 하니까. 


그리고 직장 동료는 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밥 먹으러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 하면서 챙겨줬다. 나는 그게 좋았다. 직장 동료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강연을 듣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거기까지 참여했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그 강연은 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와, 여기 사람들이랑 다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모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었다.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우리 자신이다. 

가족과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의미 있는 삶이다. 

너의 인생은 소중하다. 

너는 그 인생에서 큰 업적을 남길 수 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너의 인생은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성장할 것이다. 등등


당시 힘들었던 나에게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쏙쏙 해줬다. 나도 너무 공허한 나머지 뭔가 인생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말이 귀에 찰떡같이 들어왔다. 




그. 런. 데. 그런 나를 번뜩 정신 차리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강연의 내용 중간쯤에 나온 암!웨!이! 라는 기업의 이름이었다......ㅋㅋㅋㅋㅋ







그 뒤로 더 이상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 암웨이 로고가 나에게는 신호탄이 되어주었다. 빛의 속도로 내 머리를 가격하는, 뼈 때리다 못해 순살이 되게 만드는, 정신줄 놓지 말라는 신호.


나는 너무나 외로웠던 나머지 이 모임이 뭔지도 모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심취하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남편은 해주지 않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니 그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았다. 


코로나였으니 천만다행이지, 만약에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을 해서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악수하고 포옹하며 인사했다면, 

너는 할 수 있다고 내 눈앞에서 나를 위로해줬다면, 

우리 함께 가자고 내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더라면... 


외로움에 사무쳐 사람이 그리웠던 나는 그 모임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다고 사인까지 했을 판이었다.




어디서 읽었는데 자신의 젊음을 바쳐 자식들을 키워놨더니 연락 한 통 없는데, 다단계 직원들은 멀끔하게 정장 빼입고 와서 살갑게 챙겨주니 지갑이 저절로 열린다는. 생판 남인데도 어머님 아버님 하면서 어깨도 주물러주고, 말도 걸어주고, 주기적으로 찾아뵙고, 안부도 물어주고, 하면서 어르신들이 원했던 자식 노릇을 해주니 사기인 거 알면서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적적하셨으면 그렇게라도 인기척을 느끼고 싶었을까 싶었는데 내가 그 수준까지 갔다니 나는 대체 어떤 상황이었을까. 그래 사기를 치려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지 외로운 사람들 적당히 포섭해서 말만 잘해주면 돈 가져가라고 아우성인데. 나도 돈만 있었다면 텤마머니!!! 했을 뻔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런 기업들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투잡으로 하기에 좋은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능력이 안돼 못할 것 같다고 말은 해놨다. 그렇지만 넌저시 물어는 봤다. 


"너 로스쿨 가려고 준비하는 건 아직 잘 되고 있어요?" 

"지난번에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로 한 건 어떻게 됐어요?"


젊은 친구가 미래가 창창한데... 암튼 열심히 하려는 사람 앞에서 초치는 말을 한 건 아니겠지 ㅠ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게 작년이었고 올해도 나는 여전히 외롭다. 사람들을 만나도 마음이 공허해서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지금 얼마나 외롭냐면 길에 사는 닭들에게 마음을 줬다가 길냥이에게 마음을 줬다가 나무에게 마음을 줬다가 벤치에게 마음을 줬다가. 이제는 옴짝달싹 안 하는 거대 나방에게까지 생사 확인을 하고 있다. 


으 생긴 건 너무 징그러워서 멀리서만 작게 본다. 하지만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너. 고개를 들면 내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너. 약간 심적으로도 거리를 두기 위해 이름은 그냥 오정이 친구 1, 2, 3 으로만 지어놨다 나~~방~~ 이니까. 너도 며칠 뒤면 떠나겠지 또르르... 날아가거라 멀리 멀리. 




그래 이민생활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겠지만 나는 왜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이럴까.


에휴, 나는 결혼했어도 고독사 할 팔자인가 보다. 마음이 아린다. 이렇게 또 오늘이 지나간다. 너무나 외로워 지금 네 곁에 있어도 베비 암쏘 론리 론리 론리 론~리 론리~~ 


브런치야 너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