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Jul 04. 2022

사랑하는 우리 남편♡ 남편을 사랑하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 ♡ ♥ ♡ ♥ ♡ ♥ ♡ ♥ ♡ ♥ ♡ ♥ ♡ ♥ ♡ ♥ ♡ ♥


자, 지금은 불만 타임~ 


취직 준비만 벌써 몇 년째!! 올해는 수입 빵원!!! 대체 언제 취직하고 언제 이사 가냐!! 준비를 하려면 제대로 빡세게 빨리빨리 하던가 세월아 네월아 느려 터져서 내 속도 터진다 벌써 몇 년 째냐 이제 할 때도 되지 않았냐 남 일 신경 쓰지 말고 쓸데없는 짓좀 하지 말고 니 일에나 집중해라 와이프 힘들어하는 건 보이지도 않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기본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 ♥ ♡ ♥ ♡ ♥ ♡ ♥ ♡ ♥ ♡ ♥ ♡ ♥ ♡ ♥ ♡ ♥ ♡ ♥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왜 외로운 지 알았다. 이래서 비교가 무섭다. 겉으로는 평범한 우리 부부. 내가 심심하다고 외롭다고 할 때마다 의아해했던 사람들. 


"남편이랑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다녀~" 

"우리는 주말에 어디라도 갈라치면 하루가 정신이 없던데."

"남편이 뭐뭐 안 해줘? 남편이 그 정도는 해주겠지."

"우리도 퇴근하고 저녁 한 끼 같이 먹는 게 다야."


정말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에서 공허함을 느꼈다. 왜냐면 우리는 그것조차도 안 하니까.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고, 따로 정해진 일정이 없는 남편은 오후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본인 일을 한다. 내가 잘 때 귀가하시고 내가 일어나서 출근할 때 자고 있는 분 ♥️ 


우리 남편은 외식을 안 한다 집에서 본인이 유기농 재료 사서 요리하거나 건강식 과일식으로 간단히 먹는 분. 이제는 서로 일정도 안 맞아서 단 한 끼도 같이 못 먹는다. ♥️ 


외출도 안 한다. 같이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어디 가자고도 안 하고, 내가 어디 가자고 해도 시간이 없다고 한다. 대체 맨날 무슨 일을 하는지 몇 년째 그러고 있는데 대체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서로 일정도 다르고, 남편은 맞출 의지도 없고, 그나마 남편이 '여행'이라며 제안하는 건 시댁이고 ♥️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결혼생활은 알콩달콩 5분이라도 대화하고, 저녁 한 끼라도 같이 먹고, 설렁설렁 같이 산책이라도 다녀오던가, 주말이면 어디 외식이라도 하는 그런 모습인데. 


내가 영화관을 가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비싼데 관광을 가자는 것도 아니고, 해변가에서 하루 종일 놀자는 것도 아니고! 이게 그렇게 어렵나?


진짜 그럴 거면 뭐하러 결혼했지? 이게 부부의 현실인가 우리 결혼한 지 겨우 4년 다되어가는데 아직 신혼 아닐까? 생판 모르는 룸메이트보다 말을 덜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니까. 외로움에 공허함에 마음 둘 곳이 없다. 

친구를 만나도, 글을 써도, 나 혼자 뭔가를 하려고 해도 너무너무 허전하다.




여행을 혼자라도 가려고 한다니까 사람들이 다들 놀란다. 


"남편이 보내줘?"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조금 놀랐다. 앗, 내 또래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남편과 그만큼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생활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이야기겠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단합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거겠지?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의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차피 비행기 값 너무 비싸서 못 갔다 ㅠㅠ




내가 너무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지금의 결혼생활이 힘든 걸까? 하긴 한국식이라는 것도 편견일지도 모른다. 세상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존재하니까. 그리고 나도 막 내조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ㅜㅜ


내가 마음이 넓디넓은 사람이었다면 몇 년 정도는 눈 딱 감고 남편이 원하는 만큼 준비기간을 불만 없이 서포트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것도 친절한 우리 남편이 결혼 전에 인생 계획을 구구절절이 설명해줬었다. 자기가 준비하는 게 있는데 얼마나 걸리고 그전까지는 수입도 변변치 못하고 시간도 많이 못 낼 수도 있다고. 그래도 내가 지금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하자고 한 건데.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지만...ㅠㅠ 그 시간이 점점 더 계속 길어져서 답답하다.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절취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자 이제 불만 타임 끝.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 


남편과 아직까지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이상 나의 불만의 근원을 찾아 해소하고 내가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혼하지 않는 이상, 이 결혼 생활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남편, 주문하면 주문한 대로 나오긴 한다. 


남편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저녁을 먹고 싶다면, 산책을 가고 싶다면, 시간을 내달라고 하면 된다. 그 대신 이런 것까지 내가 부탁을 해야 하나 하는 도움이 안 되는 생각은 접기.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가준다면, 일정을 조율해서 시간을 내준다면 그걸로 만족하기.


남편을 인정하기. 


그래, 당신이 준비하는 그 일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니까 그렇게 시간을 들여 노력하지. 당신이 꼭 그 꿈을 이루길 바라. 노력한 만큼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당신을 믿어요.


남편을 존중하기.


지금 당신이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걸 알아. 당신은 원래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인데, 지금 너무 바빠서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 내가 당신을 기다리기만 하고 당신이 나를 이끌어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나도 내 삶을 책임지고 운용하고 당신과 함께 걷는 동반자가 되어줄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남편을 사랑하기.


우리 연애 때 애틋했던 장거리 시절을 생각해보며 그 당시 나눴던 메시지나 영상통화 등을 돌아보기. 일주일 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장장 10시간을 날아서 왔다 갔다 했던 그때보다 매일 그나마 같은 집에 사는 게 더 나은 상황이 아닐까. 지금도 장거리 연애한다 셈 치고, 나는 하와이 시간 남편은 한국시간을 산다고 생각하자. 한 공간 시차 19시간... ㅂㄷㅂㄷ


남편을 예쁘게 보기.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면 내 옛날 사진이랑 남편의 옛날 사진을 감상한다. 


나의 어린 시절을 보며, 나도 열심히 살았다 최선을 다했다 위로가 된다. 흑역사지만 그럴 때도 있었지 하는 마음도 들고, 젊고 열정이 넘쳤던 시기도 그립고.


내 기준 남편의 신생아~초딩 때가 최고 전성기 너무너무 귀엽다. 그리고 살짝 콩깍지이긴 하지만 그 이후도 좀 잘생긴 듯. 예쁜 아가 때 모습, 성장기의 모습, 20대 풋풋한 청년의 모습. 


그래, 너도 이렇게 잘 살아왔구나. 이런 행복한 시절을 보냈구나. 아기일 때 너무나도 사랑받고 자랐겠구나. 꿈과 희망에 가득 찼었겠구나. 당신의 부모님께서 당신에게 온 세상을 주었구나. 당신이라는 세상이, 온 우주를 품고 나에게 와주었구나.


나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지금 이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이 다는 아니구나 깨닫게 된다. 이 사람의 일생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이 사람이 해온 수많은 일들, 모두 그 만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남편이라고, 부모라고, 혹은 직장동료라고 내가 보는 그 사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고 뭔가 뭉클해진다. 







그래 지금은 배 나온 아저씨지만 남편도 전성기가 있었구나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러면 남편이 조금 더 이해가 될 것 같다. 


옛날에 남편이 왜 자꾸 희한한 체크무늬 남방에 이상한 비니에 무릎까지 오는 양말을 신는지 이해가 안 갔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여름옷을 쫙 빼줬는데도 안 입는지 저게 더 좋은 옷인데 하와이 이렇게나 더운데 왜 자꾸 더운 옷을 입는지 답답했다.


그런데 시댁에 가니 바로 알겠다. 그곳 사람들은 전부 그렇게 입더라. 눈이 쌓일 만큼 추운 지역, 그래서 스키와 겨울 스포츠가 유명한 곳. 그리고 거기 가니까 추워서 나도 그렇게 입는 게 편하더라... 


아 남편은 이렇게 살아왔구나. 그리고 이렇게 살아도 좋구나. 결국 내가 배운다.




그리고 천천히 남편도 변한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백번 천 번 말로 해도 안 듣던 사람이, 나를 보면서 내가 하는 방법을 보면서 좋은 건 나를 닮아가려고 해 준다. 그리고 드디어 여름에는 기능성 소재 옷과 반바지를 입는다. 자기도 더웠겠지 ㅋㅋㅋ


그래, 나도 스스로 깨달아야 바뀌는데, 남편도 똑같았다. 


그게 몇 년이 걸려도 남편의 노력을 인정해주기. 그리고 지금도 하나의 과정임을 알기. 언젠가는 지나간다. 그때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기.




그리고 지금도 좋은 면만 보기.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내 상황을 보기. 남편은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아침마다 출근하는 내가 볼 수 있도록 쪽지를 남겨준다. 매일 자상한 말을 해준다. 그 선의를 알아주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어느 순간 폭발해서 이혼 선언을 할지, 남편이 바쁜 일이 끝나고 꿀 떨어지는 신혼부부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데면데면 대충 알아서 각자 살지, 전부 지금 우리에 달렸다. 지금 내가 하는 생각에 달렸다.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