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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l 22. 2022

세상만사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김삿갓은 가족의 비밀을 알고 나서 죽장에 삿갓 쓰고 조선 팔도를 방랑했다고 한다. 나 성도 김 씨인데 삿갓 쓰고 셀피 스틱 들고 돌아다니려 한다. 내 엄청난 깨달음을 (또?) 얻었으니...




대 박 사 건 !!! 며칠 전 내가 엄청난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뜬금없이 한국 집값을 검색하고 한국 도시 지도 이곳저곳을 스트릿 뷰로 찾아다녔다. 


남편 직장까지 옮겨가며 한국은 가기 싫다, 외국인 대우 안 좋고 여전히 차별 많다 등등 이리저리 핑계를 댔었다. 한국은 안 간다 선언을 했더랬다.


그런데 이번에 깨달았다. 내가 한국에 가기 싫었던 이유! 차라리 이혼을 했지 한국은 안 간다 했던 그 속뜻! 나도 인식하지 못했던 내 마음! 그게 인정하기가 싫었나 보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내가 한국 가기 싫었던 이유가 일시적으로나마 해소되자 나는 한국 집을 검색했다는 건, 나는 사실 한국에 가고 싶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한국 가기 싫었던 이유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나는 또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안달복달할 거라는 사실!!!


나는 그 일을 다 극복했다고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아직도 굉장히 신경 쓰고 견제하고 있었나 보다. 멀리하고 싶은 그 한 사람 때문에 한국행을 마다하니!!! 한국에서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이 대체 뭐라고 나에게 아직도 이렇게 지대하고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그러고 나니 드는 생각. 회피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황은 분명 달라졌다. 나도 달라졌고, 남편도 달라졌다.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오진 않겠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나에게는 더 많은 선택권이 있고,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는 이혼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계속 함께할 수도 있다. 이 결정은 우리가 해야지, 남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관계는 우리 둘 만이 정할 수 있다. 제삼자가 개입한다 하더라도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내 잘못이 아니며 내가 해결할 일이 아니다. 나는 피해자도 아니고 희생자도 아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어디에 사시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어디든 어느 나라든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다. 나는 과거를 놓아줄 수 있다. 그렇게 자유로워질 수 있다!!




흩어지는 꽃같은 일이다. 

캬... 이 으마으마한 깨달음을 말할 사람이 없네







지난주 남편이 준 쪽지를 보니 남편이 원하는 관계가 이런 관계일 것이라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나는 저 원이 서로를 향하고 점점 더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게 부부요 결혼이다 생각했는데. 함께하는 시간도 각자 보내는 시간도 공존하는 그런 관계가 어쩌면 더 오래가는 관계일 수도 있겠다.


나는 저 동그라미들이 합쳐지지 않을 거면 각기도생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저 작디작은 합집합에 나는 만족하지 못했으니까.




이래나 저래나 나는 남편을 피해 다녔던 것 같다.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그나마 안 보면 싸우지도 않으니까. 남편이 일어날 시간에 맞춰 나는 외출했고, 남편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나는 잠에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남편이 나와 시간을 보내주지 않아 외롭다는 게 사실은 현실적으로 남편에게 나와 시간을 보낼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나도 양보한 건 없다. 내 일정에 남편이 맞춰주기만을 바랐을 뿐. 


나는 출근해야 하니까 이때 자야 돼

나는 친구들 시간이 이때 밖에 안되니까 나가야 돼

너는 정해진 일정 없으니까 네가 나에게 맞춰야지

넌 어차피 나랑 시간도 안 보내잖아

난 여행 간다 넌 시간 없다며




나는 왜 그랬을까? 무의식적으로라도 남편을 피한다는 게 좋은 부부 사이는 아니니까...


근데 또 남편은 별 불만이 없다. 그냥 받아들인다. 내가 도망가면 도망 가는 데로 "잘 갔다 와~" 내가 다가가면 다가가는 데로 "잘 다녀왔어?"


나도 딱히 불만까진 아니다. 그냥 만족하질 못할 뿐.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여기에 안주하는 기분이라 그런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될까 봐? 저 쬐끄만 합집합에 만족하느니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인가?


내가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사랑받을 준비도 되지 않았다. 나를 우선시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내 생각을 고집한다. 결국 이기적인 건 누구일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부부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을까?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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