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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ug 26. 2022

왜 너의 말은 듣기 힘들까?

경청하기 위해서 내가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

처음 만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나와 말이 잘 통해서 대화가 끊이질 않는 사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


그렇게 시작은 행복하게 연인이나 친구가 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상대의 말이 듣기 힘들어지는 순간도 생기죠.


저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각부터 감정까지 너무나도 다른 남편을 만나 속 터지는 나날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고민 끝에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냈어요.




"말을 듣다"는 표현은 엄밀히 따지면 두 가지 뜻이 있는 것 같아요.


1. 상대의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듣다

2. 상대가 시키는 대로 하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말들이 있잖아요.


"너는 애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부모님 말 잘 들어야 착한 어린이죠?"

"선생님 말 잘 듣고 와~"

"말 안 들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다!"

"어른 말 들어!"


언어는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어 주기도 하지만, 언어가 내 생각과 감정을 형성하는 틀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가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말과 행동을 규정하기도 해요.


그래서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그 사람과 무조건 동의하거나 찬성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나의 감정과 의견이 있는데, 상대의 말을 들어주면 내 말은 묵살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인 거죠.




화자 "나는 너의 이러이런 행동이 저러저렇게 느껴 저서 상처받았어"

청자 "나는 이러이런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야. 네가 상처받을 필요 없어"


위의 대화는 나는 상처받았다는 말에 대한 위로와 공감을 원했는데, 상대는 자신의 의도가 왜곡될까 봐 무의식적으로 먼저 자신을 설명하게 돼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를 탓하는 말을 들을 때

내가 피해를 준 건 아닌데 상대가 피해를 받았다고 느낄 때

내가 미안해할 일도 아닌데 사과와 위로를 요구할 때


이럴 때가 상대의 말이 듣기 힘들어지는 순간일 거예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면 순수하게 들어줄 수 있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대의 말이 더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어요.


상대의 사소한 불만이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 공격당한다고,

연인의 힘들다는 말이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나의 무능력을 지적한다고,

타인에 대한 칭찬 한마디가 나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강요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pexels.com




경청 (傾聽)의 사전적인 의미는 "귀를 기울여 듣는다" 입니다. 또 다른 단어 경청 (敬聽)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들는다"라는 뜻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경청하는 자세는 상대의 의견도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들으면 충분합니다! 상대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귀가 있고 청력이 있는 내가 경청해주는 거죠 ㅎㅎ


"그렇구나."

"너는 이런 이유로 상처받았구나."

"이 일로 많이 힘들었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상대가 한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부담감에서 나를 자유롭게 해 주세요. 상대의 말은 상대의 카르마이고, 나의 반응은 나의 카르마입니다.


상대의 입장을 들어준다고 해서, 절대 나의 의견이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의 입장과 나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pexels.com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싸움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싸움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 너무나도 상처받아서 각자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상대의 잘못된 행동을 공격하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에 상처받은 내가 잘못되었다며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나에게 더 이상 상처 주지 않을 거라는 안심이 필요했고, 그도 자신은 나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며 자신이 의도적으로 상처 주려고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자꾸 그에게 의견을 묵살당하고 감정을 인정받지 못하니 그가 하는 말도 나에게 잘 안 들렸습니다. 남편이 해주는 말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달라서,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말을 상대가 해주기만을 바라며 잘못된 문장으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어느 날 포춘쿠키에서 찾은 정답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 경청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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