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뛰어넘어 사람을 보고 대화해요!
우리는 처음 본 사람과의 대화에서 더 큰 위로를 받고,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더 솔직해질 때가 있어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정관념이나 통제 욕구가 없는 사람 앞에서야, 진정한 내 모습이 나오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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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말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해요! 문법을 고쳐주는 것보다 의도를 이해해주고, 사실여부를 평가하기보다 상대의 경험과 감상을 인정해주고, 비교하고 분석하기보다 모순되는 상대의 마음도 헤아려 줄 수 있어요.
우리, 오늘은 관계를 뛰어넘어 사람을 보고 대화해요! 그럼 내가 몰랐던 상대의 모습까지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 )
매주 금요일, 제가 활동하는 작가 모임에서 발행하는 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어요 : ) 다음 주 금요일은 제가 작성한 레터가 발행됩니다! 미리보기로 살짝 가져왔어요. 왜냐하면 요즘 핫한 <체인지데이즈2>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한 내용이거든요 ㅎㅎ
첫 번째 체인지 데이트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이렇게 말이 잘 통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느끼고, 현 연인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아무래도 현 연인에게는 연인이라 당연하게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갖기도 하고, 이전에 내가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사랑의 크기를 비교하거나, 관계의 주도권을 통제하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엄청난 정신수련과 마음 수양을 해도 또 시험에 들게 되니까요 ㅠㅠ
관계를 뛰어넘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 어쩌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일 수도 있어요.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은 이런 모습이었는데 그게 영원히 충족되지 못할 것이라는 공허함이 들 수도 있고요.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를 이 사람과 함께 하려면 포기해야만 한다는 좌절감에 휩싸일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은 정말 독특한 거 같아요 ㅠㅠ 내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데이트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 게다가 내 연인도 다른 사람의 연인들과 뒤죽박죽 섞여서 데이트하다니 ㅋㅋㅋ 출연진들이 모두 선남선녀라 내용을 모르고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보다 보니 계속 스며들어서 결말이 너무 기대됩니다 ㅋㅋㅋㅋㅋ
그중에서도 한 커플의 대화가 예전의 저와 저희 남편과의 대화와 너무 비슷해서 더 자세히 보게 되더라고요 ㅠㅠ
뭔가... 자유로운 영혼? 아니면 완전체? 아니면 넌씨눈? 아니면 답정너? 아니면... 우리 남편????? 저도 처음에는 남편이 너무 답답했고 말이 안 통한다고 느꼈었어요. 그런데 저희 남편을 7년을 겪고 나니, 남편이 자존감 높은 사람이고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되었죠.
남편과 대화할 때 나와 말이 안 통한다는 건, 남편이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희생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존중했기 때문이었어요.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꼈던 건, 남편이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을 고수했기 때문이었어요.
내가 바라는 대로 대화가 흘러가지 않아도, 상대가 하는 말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어요. 상대가 표현하는 방식이 내 스타일에 맞지 않아도, 내가 잘 대처했어야 하는 거였죠.
"너 데이트 약속 잡으러 갔다 와서 나한테 애교 부리고 이러잖아 그러지 마. 그냥 자연스럽게 해. 네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건데. 네 선택 나는 존중해. 근데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아. 기분이 좋을 수는 없지. 그런데 네 선택이니까 존중한다고. 재밌게 놀다 오면 되지 뭐."
"서운하지도 않았어. 그것도 너의 행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 이게 너니까 나는 널 이해할게. 나는 네가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좋았어. 그러니까 내가 화가 안 났지. 너 와서 웃으면서 반겨줬잖아 정말로. 너 행복하게 쉬고 네가 맛있는 거 먹길 바랬어."
내 애인이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올 때, 네가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나에게는 상처가 되는 일이라도 상대가 행복한 일이라면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대인인 것 같아요... ㅜㅜ 저는 이 대화를 듣고 약간 컬처쇼크를 받았습니다
"나는 네가 (스스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저희 남편도 저의 행복을 아주 잘 존중해줍니다. 다만 남편에게 저의 행복을 걸지 말고, 저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을 진심으로 응원해줘요. 제가 여행을 가도, 취미생활을 시작해도, 운동을 등록해도, 글을 써도, 책을 내도, 집안일을 파업해도, 밖에서 뭘 하든 그냥 "잘 다녀와~" "재밌게 놀고 와~" 해줍니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그렇게 신경을 안 쓰나 의아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저의 행복을 응원해주는 것도 그렇지만, 저를 그만큼 믿기 때문이라고. 오히려 믿음이 없으면 의심도 구속도 간섭도 하게 되지만, 상대를 믿으면 그럴 이유가 없어지잖아요.
하지만 저 같은 간장종지는 내가 상대를 무한대로 믿었는데 배신을 당하면 어떡하지? 그만큼 내가 더 크게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라며 불안할 수도 있어요. 이 마음 자체도,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적어서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배신을 당해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상처를 받아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 결국 아픔을 통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인 거니까요.
"그럼 알았어. 네가 그렇게 느낀다는 거 나도 받아들일게. 내가 힘든 만큼 너도 힘들 거라는 생각을 못한 내가 생각이 짧았고. 솔직히 난 진짜 싸우고 싶지 않아. 이 상황이 너무 싫은 거지."
"그냥 내 주위에서 다 나한테 뭐라는 줄 알아? 가스라이팅 당한대.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근데 나는 있잖아 걔한테 욕을 해. 그냥 난 여기 와서도 어차피 너였다? 난 진짜 너였어 어차피. 네가 그 말을 안 믿잖아. 내 행동이 이렇다고 해서 나 진짜 많이 참았어. 근데도 네가 좋았어 그냥. 그렇게라도 만나고 싶었어. 힘들었어 좋은 척했어. 나는 맨날 너한테 너밖에 없다고 다 얘기하는데 너는 그런 적이 없어. 원래 표현을 못한대 원래 말을 못 한대. 원래는 없어. 한 명이 이해를 하는 거지. 내가 이해를 한 거야. 네가 원래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이란 걸 이해를 한 거라고."
"이게 입장이 나만 옮기면 옮겨지는 게 아니라 다른 방을 나도 기다려야 되잖아. 그러니까 네가 이거는 좀 상황이 이래도 네가 이해를 해야 돼. 내가 옮기고 싶어도 방이 비워진 게 없어. 나도 비워 주고 싶은데 방이 옮겨진 게 없잖아 다른 방이. 나도 옮겨야 돼 나도 너랑 똑같이 옮겨야 되잖아. 근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나한테 비워달라 얘기하면 내가 좋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확실하게 말을 해야지 나도."
이 부분은 저의 예전 대화와 관계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눈치와 센스, 배려가 당연시돼서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보다 상대의 의사를 따른다거나, 마음에도 없는 빈말을 해야만 할 때가 많다고 생각돼요. 그런데,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단호하게 설명하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했습니다.
저희 결혼 초반, 남편과 싸우면서 제가 했던 말이 있어요. 너는 나이도 많고 남자인데 왜 져주지를 않냐고. 우리가 지금 네 나라에서 살고 있고 그로 인해 내가 이미 포기하는 게 많은데 너는 왜 양보를 한 번 안 하냐고. 그러자 남편은 자신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이견을 내는 건 당연한 거고, 설령 네가 원하는 일이더라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지 않은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했어요.
이게 참 글로만 읽으면 아무 문제없지만, 연인관계라면 얽히고설킨 일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연인관계가 그렇듯 잘잘못을 따지자면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없죠. 그래서 애초에 서로 맞는 사람이랑 사귀는 게 맞을 것 같긴 하지만 또 사귀다 보면 다른 점이 눈에 띄고 그 사소한 차이로 헤어지기도 하죠 ㅠㅠ
게다가 한국 정서라면 누군가가 상처받았을 때, 나의 의도보다는 상처받은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무조건적인 사과는 하지 않고 단순히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유감이라는 식의 사과를 하고, 자신의 의도는 이런 것이니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는 설명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중심적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존중하는 거기도 하고...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나는 너랑 얘기하고 그렇게 갑자기는 못 바꿔도 천천히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네가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니까 난 더 이상 할 말 없어. ... 나는 진짜 넌데 진짜 너밖에 없는데 ... 방금 네가 한 말은 지금 확고한 내 마음을 그냥 무너뜨리는 말이거든. 내 마음에 확신이 없다는 말을 들으니까 나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 감정 소비를 그만하고 싶어. 어떡해. 내가 확신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안 되는데.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해. 원래는 노력 안 해도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게 연애인데"
"피해자 코스프레 아니야. 네가 그렇게 프레임 씌우는 거지. 그 상황에서 너 보고 싶어서 보러 갔다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이미 나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그렇게 받아들이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거를 넌 끝까지 안 들어. ... 그냥 너한테 내가 진짜 잘하려고 해도 전달되는 게 없어 한 개도. 이렇게 몰라주니까 못하겠다고 몰라주잖아 아무것도."
어떤 상황에서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 이것도 참 말이 쉽지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려워요. 거절당할까 봐, 자존심 상할까 봐, 상처받을까 봐, 나의 진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나의 마음을 보호하기에 급급할 수도 있죠.
그리고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대가 만족하지 못할 경우, 상대에게 진심이 전달되지 못한 경우에도, 그것이 자신의 최선이었음을 인정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거예요. 네가 이만큼 더 했었을 수도 있잖아, 내가 원한 건 이거니까 그거 말고 이거를 해달라고 하는 상대의 요구에 자발적으로 희생하기를 거부하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알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정확히 알아야 나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 거예요...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죠.
이게 상대의 입장에서는 나를 위해 노력을 안 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특히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너는 이것조차 못해줘? 하는 얄궂은 마음이 들면 더욱 힘들죠... 양쪽 모두 무리한 희생보다는 존중하는 관계, 스스로를 지키면서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줄 아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는 거ㅠㅠ
여기 등장하는 출연자들 모두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고 감정 이입이 되고 이해가 가요... 상대에게 맞춰주고 싶어 무리해서라도 희생을 하는 것도,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대화 자체를 회피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정함을 느끼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건 사랑하니까 그런 거겠죠 ㅠㅠ
"희로애락을 다 표현할 줄 알아야 해"
어느 출연자의 어머님께서 해주신 조언입니다. 장점도 표현하고 사랑도 표현하고 긍정도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리,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