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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4. 2022

남편이 자기 잘못을 인정 안 하고 고집을 부릴 때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나는 악착스럽게도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남편은 고집스럽게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잘못한 게 없는데 사과를 강요받아서 답답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남편을 꺾으려 했고, 남편은 곧 죽어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상처받았다고 엉엉 울었고 화가 났다고 입을 닫아버렸다. 그런데 남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같이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방금 전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사람이, 서로의 마음에 칼질을 해대던 사람이, 서로에게 가장 잔인한 말들을 쏟아붓던 사람이... "나 요거트 먹을 건데 너도 먹을래?" 하면 나는 이 사람이 소시오패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거의 매번 그런 식이었다. 이 사람은 진지한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인가? 약간 멍청한가? 감정이 메말랐나? 진짜 소시오패스 인가? 내가 대성통곡을 해도, 대체 왜 그러냐고 닦달을 해도, 나한테 얼마나 뭘 더 원하냐고 탓을 해도... 대화가 끝나면 바로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심리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남편의 방어기제였다. 남편은 우리의 갈등이 남편의 일상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정을 구분 compartmentalize 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자신의 일상까지 망가지게 놔둔다면 결국 결혼도 일도 자기 자신도 전부 잃게 되니까. 스스로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있었던 거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금 전까지 싸웠다가 이제 그만 싸우자 하고 바로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는 나에게는 바로 없던 일처럼 돌아가기가 힘들었다. 나는 여전히 울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속이 타들어갔으니까. 하지만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는 방법을 남편 덕분에 배우긴 했다.


남편은 내가 자신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길 바랬지만 나는 남편을 쳐다볼 수 조차 없었다. 그게 나의 방어기제였다. 나는 여전히 상처받았는데, 웃고 있는 가해자를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울분을 토해내도 모자랄 판에 억지웃음을 지을 수는 없었다.




https://m.youtube.com/watch?v=6UwhoJgTNSc 

<How I met your mother> Season 1 Episode 22




그러다 옛날에 유행했던 미드가 생각났다. 오랜 연애를 했던 커플인 릴리와 마샬은 싸우다가도 일시 중지하고 다시 엄청나게 사이좋게 랍스터를 먹으러 가는 장면이 있었다. 남편은 저런 걸 원한 걸까? 저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어차피 문제는 그대로 있고 그냥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다 다시 생각났다. 남편은 미국인이다. 나와는 사고체계가 아예 다른 사람.


소극적 수용력. 남편은 놀랍도록 불확실한 상황을 잘 견디는 사람이다. 문제가 있어도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나는 문제가 있으면 끝까지 파고들어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는 성격이었고 남편은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나를 위로(?) 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그런 남편이 나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배려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폄하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조금 더 상처를 덜 받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혼자 있고 싶어. 나에게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줘."


내가 남편이 보기 힘들 때 저 인간 소시오패스 아니야? 라는 생각보다 내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에게 조금 마음이 풀리면 밝게 다가오는 그에게 점점 덜 어둡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차마 나도 밝게 맞장구 쳐주지는 못했다. 내가 자아분열 올까 봐.


https://brunch.co.kr/@kim0064789/302




나의 집중력과 의지가 집착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몰랐다. 나의 그 집요함으로 나는 남편과도 말이 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검색하고 몰두했다. 그러다가 만난 결혼 수업. 최근 남편과 또 한 번 다투며 이전에 요점 정리해둔 내용을 복습해보려 한다.






남편의 진심을 찾아 듣는 방법



남편이 말로 내뱉는 문장 그대로의 의미보다 그 안에 숨겨진 진심을 찾아보자. 상대의 진심이 들리면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고,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남편의 진심을 듣는 것은 남편이 말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듣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누구인지, 그가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듣는 것을 포함한다.


남편의 말을 사랑으로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와는 다른 그만의 사고방식과 논리를 인정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더 깊은 수용을 할 수 있고 감사하게 된다.



1. 남편의 모든 말이 사랑에서 나온다고 해석한다.


- 그가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상처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 남편이 하는 말을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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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손을 내밀며, "빨리 좀 걸어. 얼른 나 따라와."

-> 나에게 가까이 있고 싶고, 나와 함께 나란히 걷고 싶었구나.

-> 내가 느리게 걸어서 뒤쳐지면 공항에서 나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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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편이 집안일에 손 끝 하나도 안 댈 때


- 남편은 집안일에 적극 참여하고 싶지만 뭐부터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는 상황임을 이해한다.

-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긍정문으로 설명한다.

-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믿고 맡긴다.

-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주면 칭찬과 감사 표현을 한다.




3. 남편이 불평불만을 쏟아낼 때


- 남편의 불평불만은 사실 그가 인정받기를 원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한다.

- 남편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해준다.

- 남편에게 고맙다고 남편이 최고라고 남편과 결혼해서 행복하다고 표현한다.




4. 남편이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 때


- 내가 남편을 대하는 부정적인 태도가 남편으로 하여금 자신이 무능력하고 실패한 것처럼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 남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거나,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과 함께할 때 마음이 편하다.

-> 남편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애정표현을 한다.

- 남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성격이나 능력이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남편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대를 표현하고, 감사 표현을 한다.


https://brunch.co.kr/@kim0064789/370




5. 남편이 나에게 사과하지 않을 때


- "manpology" 남자들은 직접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지는 않지만, 행동으로 관계를 회복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 예를 들어 곁에서 얼쩡대거나, 뜬금없는 주제로 말을 걸거나, 헛소리를 하거나, 눈앞에서 쓸데없는 일을 하며 부산 떨거나 하는 자체가 남자들만의 미안하다는 표현이 될 수도 있다.

-> 그런 이상한 행동들이 아내를 웃게 만들고 싶어서 하는 필사의 노력일 수도 있다.

- 남편이 정말 화났다면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거나 눈도 안 마주치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었을 것.

-> 남편의 노력을 알아차리고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6.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때


- 남자들은 자신이 존중/존경 받는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 부부 사이에 갈등이 오래 지속된다면, 서로 가장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나에게 보내는 도움의 신호일 수도 있다.

- 남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쩌면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껴질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랑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 남편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알리고,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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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지 않아

= 내가 너에게 오랫동안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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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편이 내 말을 죽어도 안 들을 때


- 모든 사람은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 남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인의 선택과 책임, 자율성, 자기 결정권 등을 되찾고 싶을 수도 있다.

- 남편은 어쩌면 내가 그를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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