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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10. 2022

당신의 선의가 상대방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상대에게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요?

제게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아주 오래된 친구가 있습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부터 함께해서, 대학 졸업과 취직, 결혼까지 우여곡절을 모두 다 곁에서 함께 한 그런 친구예요. 제가 가장 행복했을 때에도 가장 힘들어했을 때에도, 저의 활짝 피는 꽃 같았던 전성기와 어두컴컴했던 흑역사를 지켜봐 준 고마운 존재이고, 매일 연락하지는 않지만 한국에 갈 때마다 소식을 알리는 몇 안 되는 저의 한국에서의 인연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와 잠깐 멀어진 적이 있었어요. 제가 20대 초중반 교환학생이며 워킹 홀리데이며 방황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물리적으로 멀어지면서 동시에 마음의 거리를 둔 것 같아요. 사실 이제 와서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면 유치하기만 한데...




저는 성인이 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미성년자일 때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할 수 있는 일들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니까, 돈을 벌고 싶으면 알바를 하고, 놀러 가고 싶으면 놀고, 여행 가고 싶으면 가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밖으로 나돌았으니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ㅎㅎㅎ


운이 좋게도 저에게는 정말 많은 기회가 찾아왔고, 저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저를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모든 걸 쉽게 이룬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주시는 분들도 많았죠. 그리고 제게 좋은 소식이 생길 때마다 친구에게 알리면 듣는 말이 있었어요.




네가 그렇게 힘들어했었는데, 이제 잘돼서 정말 다행이다.




어쩌면 저는 힘든 시간을 전부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힘들어했던 시기를 옆에서 지켜봐 준 친구의 위로가, 혹은 축하가, 꽁꽁 숨겨놨던 마음의 상처를 들춰내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나 봐요. 제게 좋은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 상처가 모두 아문 게 아닌데, 제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가 그 상처를 보상해주는 것도 아닌데... 저는 아직 그 상처를 직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그 친구만 만나면 그 이야기를 꺼내니 저는 점점 더 친구를 보기가 힘들어졌나 봐요.


하지만 그 친구의 마음도 이해는 가요. 제가 가장 힘들어하고 슬퍼할 때, 그 시기를 곁에서 지켜준 친구이니 저에게는 은인과도 같죠. 그리고 제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직접 봤으니까, 제가 그 시기가 지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준 것도 잘 알죠.


하지만 저희 둘 다 모두 어렸으니까,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각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 해도 조심은 해주지만 상대를 100% 이해하기는 힘들잖아요. 그리고 친구의 인생에서 자신만의 힘듦과 상처가 있고, 제가 친구로서 부족한 점도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희는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더 큰 세상에 나와서 각자의 길을 가느라 가끔씩 멀리서 소식만 전할 수 있었어요.




작년에 제가 한국에서 친구와 만났는데요. 친구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 뭔가 존경심이 들었어요. 다른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주면서 이런저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내면적으로 빛이 비치는 것 같았거든요.


어렸을 때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자라야만 했을 때도 많아요. 어느 누군가에게는 당연했던 환경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꿔보지도 못하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죠. 그렇게 다른 배경에서 자란 사람 둘이 오랜 시간 친구가 된다는 건, 그리고 그 사이가 다시 연락이 닿고 다시 이어진다는 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이에요.








우리는 종종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할지 몰라 타인에게 원망을 돌릴 때도 있어요. 그래서 상대가 나를 위해 하는 말들이 나에게는 더 큰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죠. 그 순간, 우리는 아주 쉬운 방법으로 상대와 손절하기로 결정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아주 타당한 선택이에요.


어쩌면 그들은, 나를 위한 마음이 너무 커서 그 표현 방법을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돼요. 결국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 아니었을까요?




네가 행복해서 나도 기뻐.
네가 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구나.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두 다 잘 될 거야!
진심으로 너를 응원해 : )




혹시 당신의 선의가 상대방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한국 사회에서는 인생에서 '정답'이 정해져 있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한 것 같아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라 고쳐야 하고, 법으로 정해진 사항 보다는 다수가 동의하는 방식이 맞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믿음이죠.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끼는 친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착한 마음에 이런저런 첨언을 하게 되기도 해요.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우물 안 개구리 라는 말도 있잖아요.


만약 우물 안 개구리가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그게 죄가 될까요?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건 누구의 믿음일까요? 우물 밖의 세상이 더 낫다는 건 누구의 판단일까요?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건 누구의 평가일까요? 우물 안 개구리의 선택을 폄하하는 건 누구의 의견일까요?


개구리야, 우물 밖으로 나와서 드넓은 세상을 봐봐. 우물 안에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우물 안에만 있다면 넌 평생 실패한 거야. 난 우물 안에만 있는 네가 참 짠하고 안쓰러워. 남들 다 나와 사는데 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더 큰 세상이 펼쳐질 거야! 너는 할 수 있어!!!


당신이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행복한 개구리는 당신에게만은 영원히 실패자일 뿐이에요. 현재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개구리는 당신에게만 안쓰러운 존재예요. 과거를 잊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개구리는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 있어요. 개구리를 우물 안에 가두는 건, 당신일 수도 있어요. 당신의 선의가, 또는 당신의 편견이, 개구리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우물 안에 머물거나, 우물 밖으로 나왔거나, 우물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거나... 모두 개구리의 선택일 테죠. 개구리도 스스로 행복할 수 있게 기회를 주세요. 개구리를 사랑한다면 개구리의 선택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세요. 개구리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이룰 수 있다는 능력을 믿어주세요!




https://m.blog.naver.com/0064789/222839057643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개구리를 우물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개구리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요?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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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꼭 우물 밖으로 나와야 해! 보다는

내가 숲 속을 구경해 봤는데 네가 좋아할 만한 연못이 있더라~ 너무 아름다워서 네 생각이 났어. 나중에 같이 가볼래? 라고 제안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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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일을 시작할 때는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더욱 기꺼이 하게 되잖아요 ㅎㅎ 반대로 할 수는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미루고 미루게 되고,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일에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뭔가를 꼭 해야 한다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면서,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https://brunch.co.kr/@kim0064789/379


https://brunch.co.kr/@kim0064789/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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