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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18. 2022

모난 돌이 정(情) 맞는다

만고불변의 인지상정








뾰족하고


울퉁불퉁하게 모가 난 돌을 정으로 쪼아 동글동글 매끄럽게 다듬어 나온 말이에요. 때로는 성격이 둥글지 못하고 모가 나면 미움을 받는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속담입니다.


2008년 여름, 제가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많이 느낀 것도 바로 이 정이예요. 돌을 다듬는 연장이라는 정에 더해서,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인 한국인의 정(情)도 많이 맞았어요 ㅎㅎ




제가 느낀 한국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어요. 확실한 정답이 정해져 있어, 그 밖의 다른 모든 행동들은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 같았어요. 조금은 제멋대로였던 저에게 제 주변의 많은 분들께서 조언을 주셨어요. 제가 한국 사회에서의 정답을 모르니까, 저에게 알려주셔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의도였다고 생각해요. 선의에서 나오는 그런 한국인만의 정을 참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네가 그러면 안 되지

한국에서는 이래야 돼

이게 정상이야

네가 잘못됐어

여기서는 다 그래

네가 몰라서 그러나 본데...


한국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한 태도... 모두 중요하지요. 도움도 참 많이 받았고, 한국에서 사회생활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부분도 배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유행은 국룰이 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획일화되고,

성공의 ‘공식’에 맞춰 살아가는 게 인생의 목표가 되고,

‘정답’이 있으니 그 외의 답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삼가고,

타인이 말하기도 전에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준비해 주고,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속으로 참는...


단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하다 보면, 개개인의 특별한 성격과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아정체성, 고유한 생각이나 감정 들이 상당히 깎여져 버리기도 해요.


까라면 까고 안되면 되게 해야 하는 곳.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저는, 계속 깎이고 깎이고 깎이다 보니 스스로를 자학적으로까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적도 있었어요. 한국식도 외국식도 아닌 애매한 사상과 행동으로, 어느 한쪽에도 제대로 끼지 못하고 완벽하게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 어른이 되어서도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할 것 같을 때마다 해외로 도망쳤어요. 외국은 반대로 너무나도 자유분방해서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조차 몰랐던 저는 그 자유가 불안해질 때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길 반복했죠. 한국은 정답이 있으니까, 정확히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어서 안심이 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10여 년 동안, 어쩌면 지금까지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저만의 가치관을 찾고 있어요.







심리학자


가 말하는 한국인들만의 문화, 허태균 박사님께서는 한국인은 영향을 주고받는 걸 당연하게 여겨, 나의 영향력이 상대에게 미치지 않을 때 가장 화가 나고, 상대를 끝없이 설득하려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생각에 맞춰서 나를 바꾸려는 경향이 비교적 강하다 느껴져요. 예를 들어서, 인터넷에서 “이게 정상인가요?” “누가 잘못됐나요?” 등의 질문이 매일 수십, 수백 건씩 올라와요. 이런 질문 자체가 판단의 기준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해서 공개처형 결과에 나나 상대를 맞추려는 현상이 있는 것 같아요.




정(情)


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우리의 정이 사실 어느 기준까지 적절한지, 어느 기준부터 과도한지, 알 수가 없어요.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약간의 배척과 차별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낳아요.


정답문화에서 가장 두려운 부분은,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사상이 저반에 깔려있어서 상대를 ‘교화’ 시켜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상대에게 좋은 일을 내가 해준다는 선민의식과, 대다수의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타당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자신의 편견에 정당화를 심어주죠.




내가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건 주어를 ‘나’로 바꿔보면, 나의 인식의 한계를 재확인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나의 경험과 지식이 얼마큼 채워졌는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나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무엇인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 자신을 아는 건 정말 중요해요. 타인을 통해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 지를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그리고 여기까지, 타인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로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지


의 준법정신이 투철하다는 전제 하에, 사회적 또는 정서적 ‘정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면, 우리 사회를 잘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무조건적으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우리가 중요하게 지키는 가치를 상대도 존중해 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노력을 했다면, 그 노력 자체를 인정해 주는 그런 사회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가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제3문화아이를 포함한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만나게 될 친구들과 선생님, 주변 어른들이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한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어요.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장점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단점도 보완해 가며, 서로서로 도와주기도 도움을 받기도 하며, 어느 누구도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변화의 중심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존중해 줄 수 있을지...


무조건적인 강요나 수용이 아니라,

지킬 것은 지키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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